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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부활하는 '공포의 대왕' 옴 진리교

임의 단체 만들어 다시 포교…. '지구 멸망' 두려운 젊은이들 대거 가입

도쿄 · 채명석 편집위원 ㅣ 승인 1999.09.23(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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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9월9일. 9라는 숫자가 다섯 개가 겹친 이 날, 일본에서는 이와 관련해 갖가지행사가 열렀다.

  14년 전 일본항공기 추락 사고로 숨진 가수 사카모토 큐(坂本九)를 추모하는 행사가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그의 이름에 9라는 숫자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도쿄 우체국은 인기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캐릭터를 디자인한 기념 엽서를 발행했다. 인기 만담 그룹 '나인티 나인(99'은 이 날 저적 오사카에서 단독 라이브를 개최했다. 자기 이름에 9라는 숫자가 들어 있는 일본 전통극 가부키 배우 나카무라 간쿠로(中村勘九郞)도 오전 9시9분 9초에 도쿄 시부야에서 사인회를 열었다.

  그러나 대다수 일본인은 이런 축제 성격을 띤 행사에 관심을 두기보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적중하는 불길한 날로 이 날을 지켜보고 있었다. 16세기 유태계 프랑스인 의사 · 점성가 예언자였던 미셸 드 노스트라다무스는 4백41년 전에 지은 4행 시에서 다음과 같이 예언한 바 있다.

  '1999년 일곱 번째 달
  하늘로부터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
  앙고르모아의 대왕을 부활시키기 위해
  그 전후에 군신(軍神)은 평화의 이름을 빌려 지배에 나설 것이다. '

  '공포의 대왕' 이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일본에서는 대지진설, 대공황설 전쟁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재발사설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1999년 일곱 번째 달'에 대해서도 해석이 구구했다. 26년 전 노스트라다무스의 불길한 4행 시를 일본에 처음 소개한 고토 벤(五島勉)씨는 '1999년 일곱 번째 달'은 노아 일족이 대홍수로부터 살아 남은 7월17일을 상징하고 있으나, 꼭 달력의 7월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고토씨는 그 근거로 노스트라다무스가 프랑스 달력에서 7월을 가리키는 쥬이에(juillet)를 사용하지 않고, 구약 성서 노아의 대홍수 장에 기재된 세트모아(sept mois)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을 들었다.

  4년 전 지하철 사린 사건을 일으켜 11명을 숨지게 한 옴 진리교(眞理敎)에서는 '99년 일곱 번째 달'을 1999년 9월2일과 3일로 해석하고 있었다. 현재 사카모토 변호사 일가 살인 사건을 비롯해 17건의 죄로 기소되어 있는 옴 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는 진작부터 1999년 9월2일과 3일을 '하루마게돈(인류 멸망의 날)'으로 정하고 신도들을 세뇌해 왔다.

사린 사건 뒤 종교법인 자격 박탈당해  
  아사하라가 이 날을 인류 멸망의 날로 규정한것은 요한의 <묵시록>과, 노스트라다무스의 불길한 4행 시가 근거이다. 그러나 예언이 빗나갈 때마다 아사하라와 옴 진리교는 '하루마게돈'을 달리 해석해 예언을 연장해 온 전력을 갖고 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옴 진리교는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1999년 인류는 멸망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하루마게돈의 기간은 3년 수개월에서 40년 내지 50년이 걸릴 수도 있다'라고 발뺌했다. 종교법인 해산 명령에 따라 임의 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옴 진리교 신도들은 이같이 바뀐 해석에 따라 '하루마게돈' 전날인 9월1일 요코하마 시에서 한가롭게 콘서트를 열었다.

  일본의 일부 예언가들은 9라는 숫자가 다섯개 겹친 9월9일을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날이라고 주장해 왔다. 중국에서는 9가 행운의 숫자이다. 그러나 행운이 너무 겹치면 불길하다는미신처럼, 9가 다섯 번 겹치는 이 날이 바로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1999년 일곱 번째 달'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예상은 빗나갔다.

  그 전날 도쿄에서 백주에 식칼을 든 청년이 길가던 행인을 찔러 2명이 숨지는 참극이 일어났지만, 5천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한신 대지진과 같은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이 건국 기념일인 9월9일에 대포동 미사일을 재발사한다는 추측도 빗나갔다. 다만 '하루마게돈'이 불발했어도 은밀히 교세를 확장해 가고 있는 옴 진리교의 존재가 일본인에게 불길하다면 한없이 불길한 존재이다.

  옴 진리교는 지하철 사린 사건을 일으킨 뒤 교주 아사하라와 간부들이 체포되고, 종교법인 해산 명령을 받아 교단 재산이 압수된 상태이다. 그러나 남아 있던 신도들이 임의 단체로 옴 진리교를 조직하고 최근 활발히 포교 활동을 펼치고 있어 다시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4일 지바 현에서 살던 열 아홉 살 여대생이 납치된 사건이 일어났다. 여대생은 5년 전에 일어난 마쓰모토(松本) 사린 사건 때 희생된 피해자 가족이었다. 옴 진리교는 지하철 사린 사건을 일으키기 1년 전에도 나가노(長野) 현 마쓰모토시에서 사린 가스를 살포해 7명을 숨지게 했다. 그때 희생된 피해자 가족들이 옴 진리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납치된 여대생의 부친도 원고의 한 사람이었는데, 옴 진리교 측으로부터 소송을 취하하라는 협박을 받고 있었다.

  일본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피해자 가족들의 신변을 경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름방학을 맞아 경찰이 경호를 일시 중단한 틈을 노려 여대생을 납치한 것이다. 여대생은 자동차에 감금되었다가 납치된 지 12시간 만에 풀려났다.

  옴 진리교의 도장이 있는 도쿄 도시마(豊島) 구는 최근 옴 진리교 신도가 전입계를 제출할 경우 이를 받지 않고, 신도들의 옛 시설 이용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구내에 있는 부동산 업자들에게는 옴 진리교 신도와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말도록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활발히 포교 활동을 개시한 옴 진리교 신도에 대한 전입 거부와 퇴거를 요구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비단 도시마 구만이 아니다. 현재 옴 진리교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일본 전국에 20여 개에 이른다.

토쿄 주민들, 옴 진리교 도장 퇴거 소송 움직임
  도쿄 도시마 구는 또한 퇴거 소송을 일으키는 주민 조직에 소송 비용을 저금리로 대출하기로 결정했다. 도시마 구에 옴 진리교의 도장이 설치된 것은 작년 7월이었다 도시마 구는 그런 사실을 뒤늦게 알고 서들러 '옴 진리교 대책 프로젝트 팀' 을 조직했다. 주민들도 '옴 대책회의'를 결성하고 퇴거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시마 구는 이 주민 조직에 소송 비용 3백80만 엔을 연이율 0.8%로 대출하기로 결정했다.

  옴 진리교에 대해 왜 파괴방지법을 적용하지 않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옴 진리교는 지하철 사린 사건을 일으킨 뒤 종교법인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백여 신도들을 무장시켜 총리 관저와 국회를 무장 점거하려 했던 계획이 밝혀졌는데도 '폭력주의적 파괴 활동'에 적용되는 과괴방지법은 결국 발동되지 않았다. 파괴방지법이란 치안 확보를 목적으로 1952년에 시행된 법률이다.  공안조사청은 현재 일본 공산당 ·극좌파 ·우익 조총련 등을 조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옴 진리교도 지하철 사린 사건을 일으킨 95년 5월 열다섯 번째 조사 대상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파괴방지법이 헌법이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 신앙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제할 우려가 있다는 반발에 따라 이 법은 제정된 뒤 한 번도 발동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옴 진리교에 대해서도 공안조사청이 조사 대상으로는 지정했어도 파괴방지법에 따른 일체의 종교 활동을 금지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남은 신도들이 임의 단체를 만들어 다시 포교 활동을 시작하고, 또다시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불안을 느낀 젊은이들이 대거 옴 진리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공포의 대왕이 내려온다는 일곱 번째 달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일본에서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저주가 풀리지 않고 있다.
.도쿄 · 蔡明錫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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