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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유교 논쟁 활발… “사회에 악영향 미쳤다”“가치 간과했다” 평가 엇갈려

박성준 기자 ㅣ snype00@sisapress.com | 승인 1999.09.23(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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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천5백 년 전의 구식 인물 공자(공자)가 탁근대와 새 천년을 맞는 문턱에서 한국의 지식인들에 의해‘역사 법정’의 심판대로 불려 나왔다. 역사 법정은 짧게는 한 세기, 길게는 고려말 이래 수세기 동안 한국인의 사유 구조와 생활 방식을 지배해온 저 유구한‘유교 사상’의 창시자로서, 공자가 이 땅의 삶과 문화에 끼친 영향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를 묻는 ‘엄숙한’자리이다.

 역사 법정은 수백 년 동안 그에게 쏟아졌던 온갖 찬사가 타당했는지, 그를 좇아 이른바‘유교적 이상 국가’를 건설하려 했던 조상의 실천적 노력이 과연 정당했는지도 아울러 검토할 계획이다.

 한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이 역사 법정의 무대는 97년 11월‘IMF 비상 사태’를 전후로 하여 준비되기 시작했다. IMF사태가 나기 직전, 한국의 지식인 대부분은 당시 사회의 최대 화두였던‘세계화 전략’을 짜내기 위한 일환으로 공자와 유교 문화를 바라보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자와 유교에 대한 지식인의 평가는 이중적이었다.

 당시 공자 사상과 유교 문화는 일부 지식인에 의해 많은 모순과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같은 부정적인 측면은 특히 서양 사회를 중심으로 유교 자본주의, 또는 유교적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재평가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다가 IMF 사태가 터진 뒤 상황은 돌변했다. 유교 문화가‘역사 상 유례없는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의심받으면서, 공자와 그의 사상이 지식인에게 공격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역사 법정은 지난 5월 김경일 교수(상명대 · 중어중문학)가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고소장’을 제출함으로써 마침내 막이 올랐다. 다소 격한 제목을 붙인 이 책에서 김교수는 유교의 유효 기간이 끝났다며 유교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공자가 우리 사회를 거짓으로 끌어들였다”
 김경일 교수는 유교의 특징을 △인문 의식 △온고지신(온고지신) △조상 숭배라는 세 가지 개념으로 요약한 뒤, 이에 대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이를 테면, 인문의식은 부모에 대한 효도와 국가에 대한 충성을 동일선상에 놓고 무조건 복종하기를 강요함으로써, 힘 있는 사람이 마음대로 주무르는‘인치(人治)문화’를 낳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교수는 또 유교문화의‘온고지신’정신이 우리 사회 특유의‘뒤돌아보기문화’를 낳았으며, 세계에서 유례없는‘주검 숭배 문화’를 만들었다고 단정한다. 주검 숭배 문화란 다시 말해 분묘 치장문화요, 제사 중시 관습이다. 그는 아예‘우리 사회 곳곳에 검은 곰팡이처럼 자라고 있는 유교의 해악을 바로 찾아내고 솎아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더불어 그는 공자에 대해서도‘동양 사회의 스승은커녕, 동양 사회 전체를 거짓과 왜곡으로 끌어들인 장본인이 될 수 있다’고 단죄했다. 이유는 공자가 제자들에게‘주(周)나라 종법 제도가 완벽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주나라의 모든 역사적 · 정치적 사건들을 미화한 혐의’가 짙다는 것이다.

 김교수의 거침없는 공자‘단죄 발언’은 역사 법정 안팎을 뜨겁게 달구었다. 일부 지식인은 김교수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반면 이들과 반대편에서 선 지식인들은 김교수측 발언을‘유교 문화와 공자 사상의 가치에 대한 근거 없고 무책임한 폄하’라고 몰아붙이며 반격에 나섰다. 또 다른 지식인들은‘준비 없이 진행되는 토론은 의미가 없다’며 아예 역사 법정 자체를 외면하기도 했다. 소모적인 논쟁을 되풀이 하느니 그 시간에 공자와 유교를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 생산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공자 사상의 핵심이 인(仁)과 의(義)에 있으며, 그가 평생토록 충(忠) · 효(孝) · 예(禮)를 강조했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공자를 비롯한 유가 사상가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모순을 고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애를 썼다. 문제는 이같은 유가 사상의 핵심 개념과 지향이 실제로 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했는가에 대해 견해가 극단으로 갈린다는 데에서 비롯한다.

 유교 문화 비판자들은 이같은 개념들이 동양 사회, 특히 조선조 이후 한국 사회를 권위주의와 가족주의와 연고주의로 이끌었다는 데 대체로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최근 발표된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의 논문‘유교와 한국의 시민의식’은 이같은 관점의 한 본보기이다.
 
‘외국인 공포증’은 유교 문화의 악폐
 이 논문은 지난 6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에서 열린 연속 학술발표회에서 발표되었다. 김교수는 여기에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인의 시민 의식에서‘부정적인 내용’들을 지적했다.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것을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에 돌리기보다는,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돌리는 ‘협조주의’△이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최고 권력자와 관리를 비판하기 좋아하는‘비주체성’ △가족에 대해서만 유례없는 소속감을 느끼는 ‘가족주의’ △선거나 투표 때 유권자들 사이에 으레 나타나는 지역주의 · 연고주의 외에, 낮은 참여 의식과 남녀 차별 의식 등등.

 문제는 김교수가 이같은 부정적인 시민 의식이 발생한 원인을 대부분 유교 문화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유교 사회 윤리의 핵심이 무엇인가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유교 문화는 민주적 사회 관계, 양성 평등, 타인에 대한 관용, 공익 우선과 배치되는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한국 사회에)대단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그것이 오늘날 한국의 민주화와 사회 발전에 심각한 질곡이 되고 있다”라고 결론 내렸다.

 유교 문화에 대한 지식인 사회의 부정적인 평가는 97년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를 펴낸 최준식 교수(이화여대 · 한국학)에게서 좀 더 신랄한 형태로 나타났다. 최교수는 이 책에서 네덜란드의 비교문화학자 홉스테드의 이론 틀을 빌어 한국 사회를‘전형적인 집단주의 사회’라고 규정하고, 그 원인과 폐해를 분석했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는 너무‘우리’라는 말을 좋아해 우리를 떠나면 잠시도 살 수 없다거나, 혈통의 순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마침내 고아 수출국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는 것이다.

 최교수는 이같은 현상의 원인이 유교 문화의 특수성에 있다고 본다. 외국인 혐오증을 분석한 장에서 최교수는“부모 자식 간의 엄격한 윤리(父子有親), 남녀간의 엄격한 구별(夫婦有別), 나이에 따른 지독한 서열(長幼有序)등을 진작에 설정해 놓고‘그런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확실하게 구분했던 것이 바로 유교이다. 이런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보이지 않게 규제해 개인을 사회에서 완전 격리해 버린다. 아니 벗어날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 조선 시대 백성의 모습이었다”라고 말했다. 즉 그에게는 외국인 혐오증(또는 공포증)마저 유교 문화의 악폐가 물려준 유산으로 받아들여졌던 셈이다.

“유교비판, 유교이해하지 못한 편견”
 지식계 일각의 유교 비판은 다양한 형태의 반응과 반론을 불렀다.‘유교 비판이 정곡을 빗나갔다’거나 ‘지나치게 선정주의로 흐른다’는 비판은 이 중에서도 흔히 들리는 주장이다. 유교 비판론자들이‘쌍방향 통신’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자기네 선입견을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 반비판론자 가운데에는‘유교 비판론자들이 공자 사상 또는 유교가 갖는 문명사적 성취와 지성의 가치를 간과하고, 권위주의 · 남존여비 · 허례허식 등 피상적 예교주의만을 유교의 전부로 착각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말하자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교 비판이 유교를 철저하게 이해하지 못한 데서 말미암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역사 단절’로 인해 유교 문화를 철저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편견을 갖는 것은 제대로 된 유교 비판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그 역사는 부리가 깊다. 춘원 이광수 이래 일제하 조선의 지식인들은 민족 문화를 피폐게 한 이유를 유교 문화에서 찾았다. 그래서 유교 문화를 일소하는 것이야말로 민족을 개조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여 아예 유교 문화를 알려는 시도조차 포기했다.

 전통 문화에 대한 지극히 부정적인 시각은 해방 공간은 물론 한국전쟁을 거친 뒤로도 계속 이어져, 60년대에는 다시 석학으로 꼽혔던 윤태림씨(전 경남대 총장)에 의해 조선시대 유교 문화를‘자아를 말살한 문화’라고 혹평하는 일까지 생겼다. 그 결과, 새 천년을 앞둔 이 마당에도‘우리에게는 퇴계보다 칸트가 더 가깝다’는 말이 식자층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장현근 교수(용인대 · 중국학)는 바로 이같은 관점에서 먼저 공자와 유교를 정확히 파악하자고 주장한다. 예컨대‘신화’로서의 공자와‘인간’으로서의 공자, 그리고 제도화한 유교와 제도화하기 전의 유교를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신화로서의 공자는 한(漢)나라 시대 이후 중국 역대 왕조의 왕권 강화라는‘정치적 목적’에 의해 실제보다 부풀려진 공자이다. 따라서 이때 이후의 공자 사상을 액면 그대로‘공자 사상의 본모습’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반면 인간으로서의 공자사상은, 이같은‘성인화 작업’이 이루어지기 전을 말한다. 장교수에 따르면, 이때의 공자는 나름으로 꿈과 희망을 갖고 자신이 살았던 시대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한 성실한 지식인다. 이 때 공자의 이상(理想)은 온 사회의 가치가 도덕을 지향하는 어진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공자는 실제로 자신의 이상을 펼치기 위해 부단히 자기를 개발했으며, 이른바‘천하를 주유(周遊)하며’권력자들을 설득하고 다녔지만 죽을 때까지 꿈을 이루지 못했다. 장교수에 따르면, 공자의 바로 이같은 인문주의적 면모를 제대로 파악해야 비로소 유교 문화를 이해하는 길이 열린다.

“유교에서 무엇을 쓸 것인지 가려낼 때”
 기왕의 유교 비판을 좀 더 다른 각도에서 분석 ·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최봉영 교수(항공대 · 한국학)가 대표적이다. 그는 실천적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오직 조선시대를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유교가 논의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이 주장에 따르면, 조선조 이래 한국 사회와 문화에는‘순종 지향성’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순종 지향적 문화에는, 그 문화가 바탕으로 삼는 기준, 일종의 텍스트가 있다. 조선조 5백년 동안 주자학(朱子學)이 한번도 그 권위를 도전받지 않고, 그 내용 중 일부가 중국에서보다 훨씬 더 깊이 있게 들어 갈 수 있었던 원인이 바로 순종 지향성 있다고 최교수는 말한다.

 문제는 이같은 순종 지향성이 조선조 5백년 때에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에 있다. 최교수는 “근대화 물결이 일면서 주자와 중국을 기준으로 삼았던 우리 사회는‘서양’을 기준으로 삼게 되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유교 비판도 따지고 보면 서양을 기준으로 하여 한국 사회를 순종화하려는 지식인들의 또 다른 노력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늘날은 ‘잡종 사회’가 바람직한 시대이다. 유교 비판론자들의 주장을 일부 수긍하면서도,이를 경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말한다.

 최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교 비판이‘자기 기만’에 빠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선조 유학자들이 겪었던 전철을 고스란히 되풀이 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주체는 죽은지 수천 년이 되는 공자 · 맹자가 아니라, 현실을 사는‘바로 우리’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문제에 맞닥뜨리면‘영향력도, 명분도 이미 잃은지 오래인’유교 문화에서 해결점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최교수는 이렇게 단언한다.“공자 사상이나 유교 이념이 강제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남은 일은 유교 문화의 전통 속에서 무엇을 쓰고, 무엇을 버릴지 부지런히 가려내는 것이다.” 남아를 선호하는 의식이 되었든, 허례허식이 되었든 이를 개선하려는 실천적인 의지가 전제되어야만 비로소 유교 비판이 현실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잇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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