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갑부, 끝도 똑같이?
  • 워싱턴. 변창섭 편집위원 ()
  • 승인 1999.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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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당대 최대 정유회사 분할된 록펠러 전철 밟을지도

컴퓨터 왕 빌 게이츠가 금세기 최고 부자라면 19세기 최고 부자는 석유왕 존D.록펠러였다. 비록 두 사람은 시대적 배경을 달리 하고 살았어도 당대 최고의 부를 축적한 과정이나 행태는 여러 면에서 비슷했다. 가장 큰 공통점은, 둘 다 당대 최대의 ‘황금알’을 낳는 회사를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이 시장 독점력이라는 것이다.

우선 록펠러의 경우, 1839년에 태어난 그의 학력은 이름도 없는 상과대학에서 3개월간 속성 강좌를 들은 것이 전부다. 보수가 적은 회계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자기가 다니던 회사 사장을 구슬러 정유 업체를 인수하도록 했다. 최근 <록펠러 자서전>을 펴낸 론 처나우에 따르면, 록펠러는 불확실한 유정을 찾아다니느니 확실한 수입이 보장되는 정유업에 뛰어드는 것이 돈을 버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가 세운 스탠더드 오일 정유회사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1899년께 뉴저지에 본부를 둔 스텐더드 오일 사는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큰 정유회사로 발돋움했다. 그 과정에서 록펠러는 경쟁업체를 철저히 억누르거나 인수함으로써 하나하나씩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하루가 다르게 천문학적으로 굴러들어오는 돈을 가지고 그는 계속 시장 지배력을 키워 갔다. 그러나 그도 결국은 191년 연방 대법원의 독점 금지 위반 판결에 굴복해 스탠더드 오일 사를 독립된 개별 회사 34개로 분할해야 했다.

55년생인 빌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을 2년 중퇴하고 동업자인 폴 앨런과 함께 일찌감치 개인용 컴퓨터에 승부를 건 모험가다. 록펠러처럼 그도 숫자광이었다. 그는 컴퓨터 산업이 기계 자체보다 이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에 ‘황금알’이 숨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가 최초의 상업용 개인 컴퓨터 운영 체제인 ‘알테어’를 고안한 것은 이런 선견지명 덕분이었다. 록펠러가 정유 사업의 창창한 미래를 미리 내다보았다면,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무궁한 잠재력을 일찌감치 깨달은 것이다.

따라서 80년 IBM사가 개인용 컴픁 운영 체제에 필요한 프로그램 제작을 부탁했을 때 그의 마음은 이미 딴 데로 가 있었다. 독자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한 것이다. 83년 그가 고안한 윈도 운영 체제는 이미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40%를 석권한 상태였고, 이런 시장 지배력은 해마다 늘어나 지금은 90%를 넘어선 단계다. 그러나 록펠러처럼 그도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세계 최고의 부자 회사로 키우는 과정에서 경쟁사가 출현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만일 독점금지법을 위반한 것이 인정될 경우 스탠더드 오일이나 AT&T의 뒤를 따라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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