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기사 회생하는가
  • 장영희 기자 (view@sisapress.com)
  • 승인 1999.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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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 벗어나 경제 회복 '파란불' … "올해 플러스 성장 반전" 관측도

북한 경제가 바닥을 쳤는가.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국대사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은 개가 퍼덕이는' 상태였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경기 저점을 통과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10일 올해 북한 경제가 소폭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 경제가 농업ㆍ건설ㆍ에너지 부문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장으로 복귀하라는 교시가 내려지고 대동강 물이 검어지고 있다는 증언을 공장 재가동 징후로 읽는 북한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은행의 최근 분석에 의하면, 98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이기는 하지만 97년보다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틀림없다. 북한은 90년 이래 한 번도 플러스 성장을 한 적이 없었다(오른쪽 표 참조). 그러나 북한 경제가 내부의 추동력에 의해 회복했다는 증거를 찾기는 아직 어렵다. 비료나 증유 같은 국제 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그저 반짝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도 있다. 그만큼 북한 경제는 성장 잠재력이 완전 잠식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에 빠질 가장 큰 이유는 국가가 주도해온 계획 경제 시스템이지만, 옛 소련과 중국이라는 우방국의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도 거의 개혁ㆍ개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탓이다. 95년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은 경제 위기라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미국 등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도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성장 기반 잠식 심각, 일부에선 "반짝 회복일 뿐"
  북한의 성장 기반이 잠식되었다는 징후는 대외 무역 부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98년 북한의 대외 교역은 90년 이래 사상 최저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올 상반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억6천만 달러)가 줄었다.

  수출업 구조에서도 북한 경제의 위기가 엿보인다. 북한은 98년 수산물ㆍ광물 같은 1차 상품 수출 비중이 높아졌고 자본재 수입은 줄었다. 또 원유와 원부자재 수입도 줄어들었는데, 이것은 그나마 북한 산업의 중심 축을 이루던 위탁 가공산업마저 위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대외 무역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만성적인 에너지 및 원자재 부족, 외화 부족 등이 얽히고 설키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어 이것이 다시 무역을 감소시키고 외환 사정을 악화시키는 전형적인 악순환의 늪에 빠져있다.

  북한 당국은 92년 12월 제3차 7개년 계획이 실패했음을 자인하고 이후 2~3년간을 경제 건설 완충기로 설정했다. 농업ㆍ경공업ㆍ무역 제일주의 방침을 채택해 중공업 우선 정책에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또 경제난을 타개하려면 제한적이나마 대외 개방 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표적인 외자 유치 지역인 나진ㆍ선봉의 경우 98년 말 현재 8억 달러 투자 계약이 이루어졌으나 실제 투자는 10%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일단 경제 회복에 최대 장애물이던 식량난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산업 생산에 전력을 쏟아부을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인민에게 제2의 천리마 운동으로 '강성 대국'을 건설하자고 다그치면서 무역 박람회 같은 자본주의 경제 영역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짐이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한국은행 김주현 북한경제팀은 "북한은 경제 회복을 위해 획기적으로 개방 조처를 취해야 하지만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그럴 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라고 분석했다.

  북한 당국은 과연 서방 기업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빗장을 열어젖뜨릴 것인가. 이와는 별개로 지구상 마지막 남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도 '시장 경제'라는 물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張榮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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