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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수효과, 첨단시대 ‘천덕꾸러기’

실험정신 부족, 기존기술 ‘낮잠’… “여건 탓 앞서 배우려는 자세 갖춰야”

기자 ㅣ 승인 2006.05.09(Tue)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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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나 기술은 물론, 정책적 지원에서도 한국 영화의 환경은 열악하다. 그러나 이같은 질곡을 벗어나려는 영화인들의 노력과 실험정신은 그다지 치열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월말 영화 <들소>(감독 崔士圭·36) 제작이 중단되었다. <들소>는 기왕의 한국 영화 영역을 성큼 벗어난 최초의 실험적 영화로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특히 우리의 특수영상 기법(상자기사 참조) 수준을 가늠해본다는 의의는 자못 큰 것이었다.

이 영화는, 신석기 말기의 인류가 권력과 소유욕에 눈 떠가는 과정을 그린 이문열의 소설 <들소>를 각색한 것이다. 따라서 당시 시대상을 얼마나 생생하게 영상으로 표현하는가가 이 영화의 관건이었다.

‘신석기??를 재현하기 위해 10억원(한국 영화 평균 제작비는 3억원 정도임)이 책정됐고, 특수분장?특수효가 팀이 구성됐으며, 시대 고증을 맡기 위해 언어학자?인류학자가 합류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제작진을 좌절시킨 가장 큰 변수는 예기치 못한 경비였다. 한반도 신석기문화를 그려내는 데 참조할 고고학 자료나 연구실적이 거의 없었다. 자료 확보에서부터 의상·소품을 마련하는 일이 모두 돈 문제와 직결되었다. 자금을 댄 동아수출공사에 따르면, 강릉 소금강에서 세 장면(영하 한편당 보통 1백 장면)을 찍기까지 모두 3억5천만원이 들었다.

스태프와 촬영팀 간의 의견 불일치, 연기자들의 겹치기 출연도 지나쳐버릴 수 없는 문제로 드러났다. 겹치기 출연하는 주연급 배우들의 일정 때문에 제작진이 모두 손을 놓을 뻔하기도 했다. 몇백만원씩 드는 원시인 특수분장을 매번 다시 해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들이 다른 영화 촬영을 핑계로 ??선탠??을 거부해 백옥 같은 피를 가진 원시인이 필름에 담겼다??고 한 관계자는 지적했다.

제작 중단이 결정되자 가장 허탈해진 사람은 특수효과 전문가들이다. 특수영상 기법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이제까지의 평판에서 벗어날 기회를 잃어버렸다. 특수분장을 맡았던 許奭道씨(38)는 이와 관련해 ??우리 특수영상 기법 수준이 절망할 정도는 아니다. 몇몇 분야는 세계 수준에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오히려 제작진의 편견이 기술의 발전을 막는다??고 주장했다. 감독들이 특수효과?특수분장을 촬영의 보조수단으로만 생각할 뿐 적극적으로 상품화할 생각을 않는다는 것이다. 활용할 기회가 없고 보니 특수영상 기술이 축적?발전되지 못하고 퇴화해갈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특수영상 기법을 적극 활용한 한국 영화는 많지 않다. <우뢰매> 등 어린이용 코미디 활극과 귀신 영화가 몇편 있지만 그 수준은 조악하기 그지없다. 이 기법을 눈여겨보고 연구하는 감독들도 거의 없다. 제작비 부담과 기술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특수영상, 제작비 절감에도 잇점

특수영상 기법은 원래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모색한 것이다. 이 기법으로 처리하면 세트 제작비가 엄청나게 절감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새롭고 다양한 표현기법을 추구함에 따라 제작비가 점점 늘어났지만 이 문제는 흥행이 성공함으로써 곧 해결됐다. 특수기법으로 촬영한 <스타워즈>는 속편을 계속 만들 만큼 흥행에 성공했다. <터미네이터 2>의 ‘제3차원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은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 영화제작 관행은 원시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림 콘티나 배경그림을 활용하는 감독은 거의 없으며, 간단한 스케치와 크로키를 활용하는 일도 손에 꼽힐 정도이다. 각자 느끼는 이미지의 차이도 충분히 협의하지 않는 실정이다.

물론 영화그림 전문가가 우리에게는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만화가나 미술 전공자를 활용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각화한 아이디어는 다양한 시도를 가능케 해준다. ‘로봇 애니메이션??전문가인 李和炯씨와 특수분장가 허석도씨는 곧 특수영상 기법을 채용해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기술을 현재 우리가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 장비와 기술자들을 체크하고, 장비나 기술자가 충분치 않을 경우 국내에서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알아보려는 자세이다. 우리 능력이 역부족일 경우라도 그 필요성과 효율성을 검토해서 배워야만 하는 것이라면 전문가를 초빙한다든가 우리 기술자를 보내 기술을 익혀둬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제작비를 절감시켜 주는 특수영상 기법은 적지 않다. ‘유리그림??기법은, 성이나 대저택을 유리 위에 정교한 사실화로 그린 다음 카메라 앞에 비치하고 연기자가 그 그림을 향해 다가가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다. 화재 시퀀스의 경우에는 ??스크린 프로세스??기법이 유용하다. 먼저 불난 집을 찍은 뒤 그 필름을 스크린에 영상하고, 그 스크린을 배경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옵티컬 프린트??는 특수인화의 한 기법인데, 예컨대 평범한 강에서 수영하는 장면을 찍은 뒤 콜로라도 같은 협곡이 양쪽 절벽을 따로 촬영하여 두 협곡 사이의 공간에 처음 찍어두었던 수영 장면을 삽입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협곡에서 수영하는 장면을 얻을 수 있다.

이같은 기법은 국내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것들이다. 영화진흥공사 尹鍾斗씨(47)는 “이 기법들을 활용하려는 감독이 별로 없다. 관행대로 작업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외국의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서 바로 투자한 만큼 효과를 얻을 수도 없다. 요는 실패한 경험이 좌절로 이어지기보다 제2의 시도를 위한 거름으로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들소>가 실패한 경험은, 치밀한 또한번의 실험으로 이어져야 하며, 그같은 경험 축적만이 한국 영화를 침체에서 건져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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