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돕기 나선 닉슨
  • 한종호 기자 ()
  • 승인 200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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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개혁 성공해야 미국도 이익??클린턴에 지원 촉구

러시아의 정치·경제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구출작전??을 활발히 펼치는 사람이 있다. 1974년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대통령이다. 이미 아홉권이나 저서를 낸 베스트셀러 작가로 1월9일 80회 생일을 맞은 닉슨은 미국에서 가장 열렬한 ??러시아 지원론자??이다.

그가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59년 부통령 시절 미·소 화해를 논의하기 위해 흐루시초프를 만나러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이었다. 그는 지난 2월 아홉 번째로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가진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좀 어색한 결합이긴 하지만 나는 반공주의자인 동시에 친러시아주의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냉전에서 패배한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공산주의이다??라는 논리를 펴며, 러시아를 자유주의체제의 새로운 사도로 만드는 것이 세계 평화를 이루는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닉슨의 주장은 노정치가의 온정주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는 “국제정치에서 우정 따위의 감상주의는 통하지 않는다??라며 철저하게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을 요구한다.

닉슨의 계산법은 이렇다. 첫째, 러시아의 개혁이 실패하여 강경 민족주의 정권이 들어설 경우, 미국은 클린턴의 모든 경제회생 프로그램에 드는 돈보다 더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고 방위비도 해마다 수십억달러씩 늘여야 한다. 반대로 성공할 경우 엄청난 투자 효과를 보게 되고 수천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따라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일은 평화에 대한 투자나 마찬가지이다.

둘째, 러시아의 성공은 중국식 모델에 대한 해독제이자 교정수단이며, 제3세계에 대해서는 ‘자유의 혜택??을 입증하는 산 증거가 될 것이다. 지난 75년간 러시아는 공산주의를 수출해왔지만 정치개혁이 성공하면 자유주의 수출에 앞장설 것이다.

셋째, 옐친이 고르바초프로부터 승계받은 8백40억달러의 부채에 대해 상환을 유예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한푼도 못받게 될지도 모른다. 일본은 북방 4개 섬 반환을 상환 유예 조건으로 내거는 바보짓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돌려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근거로 닉슨은 클린턴 행정부에 대해 당장 러시아 지원에 착수할 것은 물론이고 선진 7개국 비상회의를 소집하여 이 문제를 논의하라고 요구한다. 그는 특히 독일과 일본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을 운영하는 한심한 관료들에 대해 러시아를 제3세계 국가처럼 취급하지 말라고 촉구한다. 그는 선배 대통령으로서 “지도자는 국민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보다는 가야 할 곳으로 이끌어야 한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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