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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재산 공개 대담

“개혁 청사진 분명히 제시해야”

정리·서명숙 기자 ㅣ 승인 2006.05.10(Wed)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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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달중: 우선 현상부터 진단해 보지요. 사실 이번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그 내용과 실체가 기대했던 만큼 다 드러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그런데도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아래서 정치적

직위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가장 전근대적인 정치 행태,즉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국민들의 반응과 식자층의 진단에 비춰보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권력과 부의 독점 현상에 대한 도전과 이행 과정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한기찬: 독재권위주의와 국가주도 성장전략 아래서 천민자본주의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정치권력가 손잡은 세력, 혹은 정치권력 스스러가 정보와 기회 독점을 활용해 부를 축재해온 과정이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노출된 거지요. 이를 접한 대다수 국민은 충격과 분노를 넘어서서 엄한 제재를 요구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감정적 아노미(무규범) 상태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장달중: 공직자 재산공개는 일단 큰 충격과 파장을 던졌습니다만,그것이 어떤 일관된 개혁 프로그램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지는 상당히 불투명합니다. 현 집권층이 과거 정권과의 차별성을 꾀하면서 일정한 목적이 달성되면 달아나는 ‘히트 앤드 런’에 머물 것인지,아니면 궤도수정적인 개혁이 이뤄질 것인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지요. 뚜렷한 개혁 청사진과 프로그램,개혁주도 세력을 가지지 못한 현 정부가 이 파장을 어떻게 흡수할 수 있을지 기대와 불안이 교차합니다.

한기찬: 사실 국민들의 감정적 아노미 상태는 현 정부가 법과 제도를 채 정비하지도 앟은 채 의지만으로 재산 공개를 밀어붙일 때부터 예고된 일입니다. 심지어 공개 대상자의 범위와 공개 재산 범위, 가격평가 방식 등에 대한 일관된 기준조차 없지 않았습니까. 재산 공개가 개혁의 한 과제로서 수행되어야 하는데도 ‘파동’이 된 이유는 개혁의 미래지향성에 대해 분명한 제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장달중: 그동안 부를 축적한 형태를 살펴보면 산업화 초기인 박정희 정권 때는 ‘제도적 권력을 장악한 세력들에 의한 사적 이익 추구’라는 형태를 띠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전되고 경제 덩어리가 커지면서 5공화국에 들어서는 가족.족벌 중심의 부정부패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재산 공개를 통해 공직자나 정치 권력을 가진 사람들만 부패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사실상 가족자본주의적 기업이나 기업인들도 정경유착적 부패구조 아래서 실속을 차리고 엄청난 부를 축적하지 않았습니까.

한기찬: 부정부패가 연쇄화,jrn조화,먹이사슬화돼 왔다는 진단에는 동의합니다.그러나 그렇게 문제를 확대시키면, 딘죄해야 할 대상의 초점이 흐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급격한 산업화.경제개발 과정에서 정보에 접할 기회가 가장 많았던 건 역시 공직자들입니다. 대다수 국민이 분개하는 것은 청렴을 요구받는 그들이 권력과 힘을 빌려 부를 축적했다는 사실입니다.

장달중: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하는데, 개혁의 속도와 범위를 놓고 여론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의견은 갈리지만 좀더 과감하고 혁파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는 쪽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적 의미에서는 국민이 선출한 최초의 문민 정부라고 할 수 있는 김영삼 정부가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변화를 추구하려면 역시 정치적인 권위가필요하거든요. 의도적인 정치적 변화를 추구할 때 정치적 권위를 정치 지도자에게 둘 것인가 법에 둘 것인가가 문제인데, 개혁정치 차원에서 역시 법보다 정치지도자에게 권위를 주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현 정부는 여러 측면에서 혁명이 아닌 개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과 ‘혁명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인민적 정서’라는 양쪽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 어려운 일입니다.

한기찬: 개혁 초기에 정치적 지도력을 앞세워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저는 법적.제도적 정비작업 없이 진행되는 개혁은 혼란을 일으키고 차질만 빚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재산 공개 파동만 해도 국민의 요구와 그 실체를 확인한 기회가 된 만큼, 김영삼 정부가 ‘초미의 관심사아자 개혁의 백미’인 경제개혁을 밀어붙이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국민 여론을 바탕으로 금융실명제와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고 정치자금법을 개정할 절호의 기회인데도 금융실명제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일을 터뜨리더라도 제도와 법적인 후속 절차와 정비 작업이 따라가지 않으면 개혁의 실효성을 거두기 힘듭니다.

장달중: 모든 것을 법적.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면 기득권층을 향한 개혁은 거의 불가능한 게 아닙니까. 먼저 국민적 합의 와 동의를 이끌어내고 정치권의 합의 절차를 거쳐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완비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기존의 법과 제도도 따지고 버면 기득권 세력의 도구화 혹은 정당화를 위한 장치로 작용해온 측면이 있습니다.

‘바른 법’을 지키는 법치주의 확립해야 할 때

한기찬: 물론 과거 정권의 가장 큰 죄악 중의 하나가 기득권층의 자의적인 의도와 편의에 따라 ‘민주주의는 곧 법’이라는 등식을 파괴한 것입니다. 국민에게는 자기들의 편의와 자의에 의해 만든 악법까지 강요하면서도, 정작 자기네는 지키지 않은 적이 많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각종 악법 개폐 작업을 서둘러서 바른 법을 만들고 그것을 반드시 지키는 ‘법치주의’를 확립해야지요. 법은 개혁의 걸림돌이 아니라 매우 유효한 장치이자 정책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장달중: 서양 사회와 동양 사회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에서는 회고의 정치적 권위가 법이지만, 동양에선는 국가인 경우가 많습니다. 서양 사회는 법의 자구 하나하나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놓고 따지지만, 우리 동양 사회는 법의 정신을 위반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발전이나 개혁 같은 뭔가 실적이 있어야 설득력을 갖게 되고, 국민들도 법과 제도를 따지기에 앞서 국가가 먼저 나서주기를 요구합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실적과 법적 절차를 병행하지 않으면 개혁이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한 변호사의 견해와 비슷한데, 선후 문제지요. 공직자 재산 공개와 관련해 장기적으로는 법적. 데도적 절차가 확립돼야 할 텐데, 어떤 대안을 갖고 있습니까.

한기찬: 현행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는 문제인데요. 우선 등록과 아울러 공개를 의무화하고 대상 공직자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 여단은 장차관.국회의원.고위 당직자.사법부 정도에 국한시키려고 하는 반면, 야당은 2급 이상 공무원을 비롯해 그 대상을 크게 확대한 개정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민주당안 가운데서 2급 이상 공무원을 1급 이상으로 제한하고, 선거 입후보자를 제외하는 쪽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또 실절적인 공개가 되려면 공개 대상 재산의 범위나 재산 보유자의 범위도 넓혀야 합니다. 가격평가 방식도 부동산은 공시지가, 아파트는 국세청 기준시가라는 식으로 통일해야 합니다. 현재 정부.여당은 1회성 언론 공개로 그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현행법이 매년 등록 재산의 변동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공직기간 재임중 매년 혹은 공개한 재산에 증감이 있을 때마다 정례적으로 공개해야 공직을 이용한 부정축재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공직을 악용한 부정축재를 예방차자는 재산 공개 취지를 감안하면 공직자가 퇴임할 때도 반드시 등록. 공개해야 합니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을 아무리 개정.강화하더라도 금융실명제를 실시하지 않는 한 반쪽의 효과밖에 거둘 수 없지요.

정치자금법 .선거법 등 개혁 조처 뒤따라야

장달중: 재산 공개가 개혁의 시작이냐 아니면 우발적인 것이냐 하는 화제로 돌아가 보지요. 사실 재산 공개 파문은 “집권 기간에 정치자금을 단 일전도 안 받겠다”는 김대통령의 선언을 시발점으로 무계획적으로 확산된 느낌입니다. 이 정부의 개혁 내용과 순서,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뚜렷하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정부가 개혁의 시작과 경로, 그 마지막과 개혁의 확산 범위를 비교적 명백하게 밝히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돈 안드는 정치’가 거의 불가능한 현재의 정치문화와 풍토 아래서 공직자나 정친인들만 욕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재산 공개에 이어 정치자금법.선거제도와 선거법 등 광범위한 개혁 조처가 뒤따라야만 할 것입니다.

한기찬: 김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깨끗한 정치. 활력있는 경제. 건강한 사회. 통일 대비’ 등 4대 국정 지표를 밝혔지만, 이것은 구호일 뿐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쳐 실현할 것인가에 대해선 구체적인 제시가 없었습니다. 역대 정권도 출발 초기에는 화려한 구호르 내세웠지만 다 실패로 끝나고 말았잖아요. 문민 정부가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계회과 방법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국민이 위로부터의 개혁을 기대하고 기다리고 신뢰할 때 ‘아래로부터의 결합’d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장달중: 사실 이번 재산 공개 파문이 10여명을 조처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ㅂ니다. 그러나 안정 의석을 유지하려는 정치권 생리 때문에 모처럼의 개혁이 용두사미에 그칠 기미가 있습니다. 현 정부는 소수 정부로 다시 시작할 각오를 하고서라도 이번 기회에 민주계든 민정계든 공화계든 정파에 관계없이 법적 절차에 크게 흠이 있고 국민적 지탄을 받느 정치인들을 정치권에서 들어내야 한다고 봅니다. 그 결과 소수 정부가 된다면 개혁을 지지하는 야당 세력과 공존하는 식의 정책연합을 통해 ‘개혁 대 보수’의 정치구도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요. 소수 정부를 가진 북유럽의 많은 나라가 그렇거든요.

한기찬: 김영삼 정부는 결코 의석 수에 연연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해서 의회내에서 도려내야 할 사람은 도려내고, 척결해야 할 세력은 척결해야 합니다. 진정한 개혁을 실현하려면 현 정권은 차제에 정치권 개편. 국회 재편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봅니다.

장달중: 문민 독재. 개혁 독재라는 말도 있습니다. 국민과의 직접 대화를 통한 개혁 시도는 종종 정치적 권위주의 나 정치부패의 심화로 귀결되기도 하고,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국민 감정이 이용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개혁을 실현하면서도 문민 독재로 가는 것을 막으려면 결국 중간 직업집단을 활성화하고, 의회를 활성화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한기찬: 좌익 독재든 우익 독재든 간에 독재를 견제하고 개혁을 달성하려면 시민사회의 힘이 성숙해야 하는데, 시민운동 단체나 난숙기이ㅔ 접어든 언론 등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에서도 시민사회의 힘이 어느정도 축적됐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익 독재를 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의회가 개혁성을 확보하는 데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장달중 :그동안 가장 비개혁적인 속성을 가진 집단에서 정치 엘리트가 배출되고 재생산돼온 게 사실입니다. 재산 공개 파동이 이런 재생산 구조를 깨뜨리는 단서를 제공하고 새로운 정치 엘리트를 형성하는 과정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봐야지요. 마지막으로 재산 형성과 재산권 행사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일도 이번 파동이 남긴 과제라고 지적해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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