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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다른 것을 보여주자

[시론]

도종환 (시인) ㅣ 승인 2006.05.15(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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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종환  
“공군이 김소령의 시신 상태를 확인한 결과 마지막 순간까지 왼손으로 가감속 장치를, 오른손으로 조종간 스틱을 잡은 상태였다”라고 한다.

 지난 어린이날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곡예비행 도중 추락하여 숨진 김도현 소령의 죽음은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조종사는 자신이 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능한 한 민간인 피해가 없게끔 조종하도록 교육받는다고 한다. 30년이 더 된 낡은 비행기로 곡예 비행을 하면서도 자부심에 넘치던 젊고 유능한 공군장교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채 거수경례를 하는 세 살짜리 아들과 이제 20대 후반인 부인이 감내해야 할 나머지 생을 생각해도 가슴 미어지는 일이다.

 안타까움과 가슴 아픔을 넘어 이번 일을 계기로 어린이날 어린이들을 위한 에어쇼를 중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첫 번째 이유는 어린이들에게 짧은 시간 즐거움을 주기 위해 조종사들이 치르는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훈련하고 고난도 곡예 비행 연습을 했겠는지를 생각해 보라. 1976년에 도입된 노후 기종을 가지고 반복해서 최정예 기술을 연마하는 일은 이미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1998년 강원도 춘천에서 에어쇼를 앞두고 곡예 비행 연습을 하던 중 전투기 두 대의 날개가 서로 부딪치면서 블랙이글 소속 전투기 한 대가 추락한 적도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이제 어린이들에게 다른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목숨을 거는 에어쇼나 공수부대의 낙하시범, 또는 무술 격파 장면 등을 보여주는 것 말고 다른 것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꿈과 상상력을 갖게 해주기 위한 볼거리들은 많다. 에어쇼를 보는 것보다 직접 모형 비행기를 만들어보게 하고 필요하다면 모형항공기 대회를 하는 것도 창의력을 길러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10여 년 전에 어린이날 행사를 기획하면서 탱크나 총이나 칼 같은 전쟁 장난감을 가지고 오면 올챙이를 물에 담아 바꾸어 주는 행사를 해본 적이 있다. 어려서부터 생명을 해치는 무기를 갖고 노는 것보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알게 하는 일이 더 중요할 것 같아서였다. 아이들은 올챙이 주위에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올챙이를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올챙이의 뒷다리가 나오고 꼬리가 변화해 가는 과정을 자료로 만들어 엄마와 아이에게 주고, 올챙이를 잘 키우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과 언제 논으로 돌려보내야 하는지도 일러주었다.

전쟁 장난감과 올챙이를 맞바꿔주었더니…

 그런데 오후가 되자 행사장 주위에 전쟁 장난감을 파는 장사꾼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올챙이를 갖고 싶어 발을 구르는 걸 안 장사꾼들이 장난감을 싣고 온 것이었다. 왜 이런 행사를 하는지 행사의 취지와 목적을 생각지 않은 채 어린이날도 어린이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얄팍한 상술이 참으로 놀라웠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분쟁 지역이나 내전이 있는 곳의 어린이들은 어려서부터 총을 가까이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보아왔다.

 어린이날 어른들이 보여주어야 할 것은 군인들의 용맹한 모습보다는 어른들의 화목한 모습이다. 어린이를 한 번 더 안아주고 어린이와 놀아주고 어른들이 어린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일이다. 아이들과 몸으로 부딪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화려한 자리에 데려다 주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 어린이에게 거창한 것을 보여주고 좋은 것을 사주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엄마·아빠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일이다. 어린이들은 아빠가 자전거 뒤에 태워 주기만 해도 좋아한다. 어린이날 일부러 어린이를 손수레에 태우고 어른들이 끌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보았더니 그것만 해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김도현 소령의 죽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안타깝고 충격적인 일이다. 그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아이들에게도 평생 지워지지 않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제 아이들을 위해 목숨을 걸게 하는 일은 멈추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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