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호화콘도 대리 구입 의혹
  • 로스앤젤레스ㆍ이석열(재미언론인)ㆍ김방희 기자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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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金회장의 고교동창 회사 명의’등기부 등본서 확인


 사정 한파가 재벌 기업인의 해외 부동산 구입과 외화 밀반출 혐의에 대한 내사로까지 확대될까. 한화그룹 金昇淵 회장의 해외 부동산 구입 의혹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시금석이 될 것 같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김회장이 사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호화 별장의 구입 경위에 대해 내사하는 한편 호화 콘도미니엄 등 다른 부동산의 매입 여부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5월3일 현재 내사설을 부인하고 있다.

 《시사저널》이 미국에서 최근 입수한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문제의 콘도미니엄은 89년에 지어진 24층짜리 건물로, 로스앤젤레스의 윌셔가 10490번지에 있다. 이 지역은 로스앤젤레스에서도 가장 값비싼 부동산이 즐비한 곳이다. 김회장 소유 여부로 문제가 되고 있는 콘도미니엄은 98평의 넓이에 침실 3개와 욕실 4개를 갖추고 있다(사진은 콘도 전경).

 

15억원짜리, 현금 구입

 미국 세무당국이 시가를 1백 94만달러(약 15억원)로 매긴 이 집의 소유주는 코엑스 무역회사(Koex Trading Co.)이다. 이 집의 등기부 등본에는 코엑스 무역회사가 지난 90년 5월11일 1백86만5천달러를 주고 샀다고 적혀있다. 대금은 모두 현금으로 지불했다. 이는 미국의 부동산 거래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등기부 등본에 나와 있는 코엑스 무역회사의 주소지는 ‘2559 골든플라자 RT 130, 크랜버리, 뉴저지’. 공교롭게도 이는 한화그룹 계열사인 골든벨 상사의 미국 현지법인인 골든벨USA의 주소와 일치한다. 코엑스 무역회사의 대표는 김윤태씨였다. 그는 현재 로스앤젤레스 히든밸리의 별장을 김회장으로부터 무상으로 증여받은 PRI(Pacific Resources Inc.)사의 대표이다.

 지난 4월21일 경제정의 실천시민연합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해외 부동산 구입에 관한 고발’을 접수해 확인된 부분을 공개하면서 김승연 회장과 김윤태씨의 관계에 의문을 나타낸 바 있다. 경실련은 김회장이 92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히든밸리에 있는 별장을 영화 배우 실베스타 스탤론으로부터 4백70만달러를 주고 구입한 지 한달 뒤 김윤태씨가 사장으로 있는 PRI사에 소유권을 넘겼다고 밝혔다. 경실련측은 “김윤태씨는 골든벨USA의 간부이며 김회장의 경기고 동창이기도 하다”라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측은 “단순히 명의만 빌려준 것이며, 문제가 된 별장의 실질적 소유주는 따로 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계열 골든벨상사의 현지법인인 골든벨USA와 코엑스 무역회사, 그리고 PRI사는 과연 어떤 관계인가. 코엑스 무역회사는 TGS사와 UAI사로 나뉘었다가 다시 PRI사로 합병했다. 이 가운데 UAI사를 제외한 모든 회사는 김윤ㅌ씨가 대표로 되어있다. 한화그룹측은 “코엑스 무역회사는 골든벨USA의 거래회사였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PRI로 합병되기 이전의 TGS사와 UAI사는 골든벨USA와 단순한 거래 관계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화그룹은 미화 2천7백만달러 상당의 전용 제트기(걸프스트림Ⅳ)를 구입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작성된 ‘걸프스트림Ⅳ-자금조달 계획안’은 전용 제트기를 사거나 리스할 때 그 주체를 골든벨USA로 할 경우와 TGS사와 USI사로 할 경우 각각의 장단점을 수록하고 있어 TGS사와 USI사와 한화그룹의 밀접한 관계를 짐작케 한다.

 이 문서에는 TGS사는 92년 3월6일자로 미화 1백만달러를 생산업체에 이미 지급했다고 씌어 있다. 제트기 구입 계획은 여론이 나빠져 포기했지만 TGS사가 실제로 1백만달러를 지급했다면 그 뒤 구매나 리스 계약이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에 1백만달러를 돌려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 내부 문서에는 작성자와 작성 일자가 선명하게 밝혀져 있긴 하지만 김회장과 그의 동생인 金昊淵 빙그레 회장과의 재산분쟁 와중에서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높아 신뢰도에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김승연 회장의 해외 부동산 구입 의혹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부분은 외화 유출 혐의이다. 지난해 한화 그룹의 계열사인 경인에너지는 이 혐의로 국세청의 내사를 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17일 秋敬錫 국세청장은 국세청을 대상으로 한 국회 재무위의 국정감사에서 “8월부터 경인에너지를 대상으로 정기 법인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원유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외화를 해외로 유출한 혐의에 대해서 조사중”이라고 말했으나 그 조사 결과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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