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맞추기, 화살이 춤춘다
  • 조용준 기자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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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사건마다 과녁 벗어나… “돈세탁 탁월” 공격에 “잘못 있으면 밝혀라”

국민당 박철언 최고위원의 ‘신화’가 계속되고 있다. 박의원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형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제나 언론 지상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그의 이름 전부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단지 6공 실세 ‘P의원’ 혹은 ‘ㅂ 의원’으로만 거명될 뿐이다. P의원 또는 ㅂ의원이 누구를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서슬퍼런 사정의 칼날 앞에서 벌써 숱한 이들이 단죄됐지만 박철언 의원이 검찰에 소환되었다거나, 그에게 구속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는다.

 대형 사건과 관련해 박의원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대통령선거 직전 ‘부산 복국집 회식 사건’때부터였다. 당시 국민당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김영삼 후보지지 정서에 불을 붙였던 이 사건에는 처음부터 박의원이 관계했다는 말들이 나왔다. 그가 아니고서는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이 사건은 金淇春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선거법 조항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출한 이후 흐지부지되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 그를 겨냥한 화살은 더욱 빗발쳤다. 제일 먼저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 세칭 ‘용팔이 사건’이 터졌다. 검찰은 부인하고 있지만, 사건 발생 이후 몇년이 지난 사건을 검찰이 다시 들추어낼 때부터 박의원을 겨냥한 수사라는 것이 정가의 공통된 견해였다. 그러나 박의원은 역공을 펼쳤다. 그는 당시 안기부 국내 정치담당 책임자가 李海龜 현 내무부장관이라는 사실을 언론에 상기시켰다. 이 사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張世東 전 안기부장에게 불똥이 튀었다.

 연이어 △재산 공개 파동 △동화은행장 정치자금 상납 사건 △슬롯머신 업자 鄭德珍씨 비호 사건이 터졌다. 그 때마다 박의원의 이름이 어김없이 거론되었다. 동화은행 사건도 수사 처음에는 安永模 은행장이 월계수회, 구체적으로 박의원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될수록 엉뚱한 사람들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실세 중의 실세로 꼽혔던 琴震槁 李原祚 金鍾仁 의원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빠찡꼬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건이 처음 언론을 타기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ㅂ의원의 이름이 맨 먼저 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민자당 거물급 ㅇㆍㄱ의원, 민주당 중진 ㄱ의원 2명, 6공 각료였던 ㅇ 전 장관 이름이 나오고 있다. 무려 30여명에 이르는 현직 국회의원들이 관련됐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정가 관측통들은 이번 역시 박의원은 걸려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겨울 보리는 밟아줘야 잘 자라”

 박의원 역시 당당한 태도다. 그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내 이름이 거론되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겠다는 건가. 지금까지 그렇게 조사했어도 먼지 한웅큼 나오지 않았으면 깨끗하게 물러서야 하는 거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내가 권력을 이용한 부정이나 특혜에 관련된 일은 없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의 한 측근도 “박의원에게 퍼붓는 화살은 한번에 수십발씩 장전되어 있다. 만약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었다면 요즘 세상에 어떻게 피해나갈 수 있는가. 그런데도 잘못 겨냥한 화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잘 빠져나간다고만 생각한다”라고 항변한다.

 박의원측의 이런 주장을 그대로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 박의원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월계수회 관리비만 한달 평균 2억원 선이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그렇게 많은 돈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가. 단지 박의원의 돈세탁 수법이 놀라울 뿐이다”라고 말한다. 이 소식통은 또 “박의원은 결코 자신이 직접 돈을 받지 않고 반드시 제3자를 통했다. 바로 그랬기 때문에 은행감독원의 수표 추적도 피할 수 있었다”라고 주장한다.

 상당수 국민의 관심은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그의 입지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데 쏠려 있다. 반면 점점 더 그의 정치적 인기가 올라가는 역설적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의 한 여론 조사는 대구 지역 정치인 중 그의 인기가 제일 높다고 전한다.

 대구 지역의 한 민자당 의원은 “박의원이 로빈 후드처럼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런데도 그가 자꾸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가니까 그를 로빈 후드처럼 여기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박의원의 한 측근은 “겨울철 보리는 자꾸 밟아줘야 잘 자란다. 우리가 부탁하지 않아도 자꾸 눌러주니 고마울 뿐이다”라고 말한다.

 박의원 문제는 참으로 이상한 현 정치권의 한 기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진실은 어디있는지 그것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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