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 만드는 ‘꿈의 쓰레기통’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200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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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쓰레기로 퇴비ㆍ사료 재활용…실용화되면 연 35억 절감, 올해안 ‘가정용’ 등장


 한 해 8조원어치나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의 분리 수거를 가로막는 ‘처치 곤란한’ 골칫덩이다. 이 질척한 음식물 쓰레기를 넣으면 보송보송한 분말 퇴비나 가축 사료로 탈바꿈되어 나오는 고속 발효기가 개발되어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 보건전문대 김남천 교수와 (주)평동 환경위생기술이 공동으로 3년 연구 끝에 개발한 ‘쓰레기 고속 발효기’는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바꿔주는 ‘꿈의 쓰레기통’이다. 가로 1m, 세로 85m, 높이 75m의 세탁기만한 고속 발효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고 종균제를 넣으면 1주일 뒤에 투입된 양의 절반쯤 되는 퇴비나 사료가 나온다. “토양 미생물을 이용하여 목초나 가축 분뇨를 퇴비로 만드는 것과 원리가 같다”는 것이 김교수의 설명이다. 또 이 원리를 이용하여 김교수팀은 국립 축산시험원과 함께 새로운 사료를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젖소나 소를 도축했을 때 내장에서 소화가 덜 된 사료가 나오는데, 이것을 그냥 버리지 않고 발효시켜 재활용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주)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발생하는 음식물 Tm레기 1만6천t을 전량 퇴비로 만들 경우 연간 38만5천평의 쓰레기 매축 부지를 줄일 수 있으며, 매축지 건설에 드는 35억5천만원도 절감할 수 있다.

 

환경 오염 막고 물자 절약도 기대

 환경 오염을 줄이고 경제적 이득까지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는 고속 발효기의 원리는 크게 여섯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1단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에 섞여 있는 비닐ㆍ유리병ㆍ깡통ㆍ쇠젓가락 따위를 가려낸다. 야채와 과일 찌꺼기는 물론 생선뼈 같은 단단한 것도 분해되지만, 우유팩과 비닐은 분해가 안된다. 2단계 ‘탈수 시설’은 마대에 음식 찌꺼기를 넣고 1~2시간쯤 매달아두어 물기를 빼는 것이다.

 3단계에서는 발효조 안에 있는 프로펠러모양의 가로축이 음식물과 종균제가 잘 섞이도록 한다. 발효조는 발효ㆍ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에 부식되지 않도록 스테인레스로 만들었으며, 바깥쪽에 전기 히터를 장치해 온도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한다. 미생물이 증식하는 최적온도는 섭씨 50~60도이다. 4단계는 톱밥ㆍ왕겨ㆍ밀기울ㆍ분쇄된 종이 등 ‘발효촉진제’를 넣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수분을 조정하여 미생물이 활발히 증식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사람의 똥ㆍ오줌ㆍ혈액 등은 미생물이 좋아하는 ‘밥’이어서 종이 기저귀나 생리대를 넣어도 괜찮다.

 5단계 ‘종균제’는 산소가 있는 곳에서 사는 23종의 미생물을 분말 상태로 만든 것으로, 음식물 찌꺼기를 퇴비로 바꾸는 구실을 한다. 종균제는 1주일에 1백~2백g이 사용된다. 마지막 단계의 탈취 시설은 발효ㆍ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악취를 제거하는 것으로 일반 가정 및 식당에 설치할 때 필요하다.

 고속 발효기는 현재 환경처 직원 식당을 비롯한 공공시설 몇 곳에 시범으로 설치 운영되고 있다. 60~80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1동에 이 기계를 설치하려면 3백7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며, 가구당 부담액은 3만원 선이다. 김교수팀은 올 하반기까지 1백50ℓ용량의 가정용도 개발할 예정이다. 30㎝ㆍ40㎝ㆍ70㎝ 크기의 이 발효기가 실용화 단계에 이르려면, 무엇보다도 세탁기 값과 맞먹는 비싼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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