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개방과 관세화 구분해야”
  • 대담 · 남유철 기자 ()
  • 승인 2006.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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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한 아서 던켈 가트 사무총장 단독 인터뷰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이 곧 재개될 전망이다.  아서던켈(61)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사무총장은 6년을 끌어온 이 협상을 타결짓기 위해 누구보다 바쁘게 세계를 뛰어다닌 인물이다.  《시사저널》은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총회 참석차 방한한 던켈 총장을 지난 5월 23일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다음달로 임기를 끝내는 스위스 출신 던켈 총장은 가트에서 일해온 지난 13년을 ‘환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편집자>

 

올해 안에 우루과이 라운드가 타결될 것으로 보십니까?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을 종결하자는 것이 모든 협상 참가국의 희망입니다.  주요 협상국들이 올해 안으로 협상을 타결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습니다.  미국 의회가 협상 대표에게 부여하는 신속처리권한(행정부가 합의해 온 협상 내용에 대해 의회가 수정 없이 가부만을 표결하겠다는 조처)의 연장 기간을 올해 12월15일입니다.  대다수 협상 참가국이 이 시기를 우루과이 라운드의 마감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낙관하시는 것 같습니다.

 낙관하느냐 비관하느냐 하는 차원에서 말할 문제가 아닙니다.  우루과이 라운드의 성공적인 타결은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총장은 다음달에 퇴임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무총장 재선출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원래 나의 임기는 작년말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회원국들이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종결을 위해 나의 임기를 6개월 연장하도록 요청했습니다.   그 연장 기간이 이번 6월30일로 끝납니다.

 

퇴임후 계획이 있습니까?

 아직 없습니다.  퇴임하는 날까지 나는 가트 사무총장으로 일하는 데만 전념할 것입니다.  나의 새로운 계획은 퇴임 후에 구체화할 것입니다.

 

우루과이 라운드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총장의 퇴임이 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그럴 염려는 전혀 없습니다.  우루과이 라운드는 여러 나라가 참가하는 다자간 협상입니다.  협상과 저의 개인적 퇴임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봅니다.

 

총장은 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해 관계국들을 적극 설득했고, ‘던켈안’이라고 불리는 마지막 협상안을 직접 작성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작성한 협상안은 이미 협상테이블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참가국 정부들의 결단입니다.

 

협상국들이‘던켈안’에 대폭적인 수정을 가할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까?


 최종안에 지지를 표한 절대 다수의 국가들은 수정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최종안의 95%이상은 이미 협상이 끝난 상태입니다.  나머지 5%부분에 대해 중재 조정이 있었고, 관계국들은 이미 서로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일본과 한국의 쌀 문제가 협상 타결을 가로막는 주요 변수가 된다고 생각합니까?

 협상 타결을 위해 해결해야 할 까다로운 문제가 아직 많습니다.  아주 어렵고 미묘한 사안들입니다.  쌀도 분명히 그러한 사안 중의 하나입니다.  참가국 모두가 자국의 특수한 입장과 참가국 전체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할 것을 바랄 뿐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쌀시장 개방만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총장께 그렇게 말하던가요?

그렇습니다.

 

‘쌀시장 개방 절대 불가’라는 한국의 공식입장이 현명한 정책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협상 참가국의 정책에 대해 말할 입장이 못 됩니다.  모든 협상국은 각기 자국의 상황과 관련해 독특한 문제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협상은 주고받는 것입니다.  모든 국가가 자기네 입장만을 고집한다면 협상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루과이 라운드는 ‘변화’를 의미합니다.  국제무역 환경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우선 협상에 임하는 입장에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희망은 쌀시장 개방 없이 우루과이 라운드를 타결짓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한국이 요청받고 있는 것이 쌀시장의 개방이 아닙니다.  전체 소비의 3~5% 정도에 해당하는 최소량만이라도 수입을 허용하라는 것입니다.  관세화를 통한 최소 접근과 시장 개방은 엄격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한국이 요청받고 있는 것은, 시장 개방을 위한 아주 기초적인 단계의 조처를 취해 달라는 것일 뿐입니다.  나는 한국 국민들이 이런 차이점을 정확히 전달받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역은 가고 오는 교통 질서와 같은 것입니다.  만약 다른 나라가 우리에게 수출할 수 없다면, 우리도 그 나라에 수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한국 경제는 수출 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출과 수입의 균형을 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쌀에 대한 한국의 ‘희망’이 비현실적으로 보입니까?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문제를 다른 모든 문제로부터 격리시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루과이 라운드는 원하지만 시장 개방은 하고 싶지 않다는 나라는 많습니다.  농산물이 아니라 전자제품 수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나라도 있습니다.  모든 나라가 이런 식으로 자기 입장만을 고집한다면 우루과이 라운드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나라가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을 원하고 있습니다.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는 각국이 타결을 위한 노력을 해 주리라 기대합니다.


 한국 정부가 끝까지 쌀시장에 대한 어떤 접근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이 어렵습니까?

 자국의 입장을 내세우는 것은 모든 나라의 고유 권한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나라의 입장과, 가트 체제가 달성하고자 하는 전체적인 이익을 자국의 이익과 조화해야 할 책임이 모든 국가에게 있습니다.

 

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최근 입장은 어떻습니까?

 일본 지도자들과는 최근에 만나지 못했습니다.

 

김철수 상공자원부장관과 어제 만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얘기를 하였습니까?

 쌀 문제가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에 아주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했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과 같은 지역주의가 자유 무역을 위한 다자주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역주의와 다자주의는 상호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트는 자유무역협정이나 관세동맹을 허용하고, 이러한 지역 체제가 한 단계 진전된 자유 무역을 달성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총장이 쓰신 글들을 보면 아시아의 경제 성장과 국제 무역과의 관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 무역은 세계 경제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아시아의 경제 번영이 이 사실을 분명히 입증해 보여줍니다.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과 같은 국가들을 보십시오. 한 나라의 무역량증가와 경제?사회 발전은 분명히 비례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은 자유 무역과 가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 개방과 무역 자유화 쪽으로 움직여 가고 있는 반면에, 오히려 미국의 무역 정책은 다소 보호주의적인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고 보지 않으십니까?

 클린턴 행정부의 무역 정책을 보호주의적이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만약 클린턴 대통령이 가트 체제에 비협조적이라면 우루과이 라운드를 조속히 타결짓기 위해 의회에 신속처리권한 연장을 요구할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미국은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열린 시장이고, 수출하기도 가장 쉬운 나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루과이 라운드가 끝내 결렬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겠습니까?

 우루과이 라운드가 타결되지 않는 경우를 저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타결을 위해 모든 회원국과 가트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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