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은 길고 ‘복직’은 짧다
  • 전주·김상현 기자 ()
  • 승인 2006.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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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사 한상균씨 직위해제 파문 계속 ...“전교조 문제 정치결단 내려야”
 전북대가 사대부고 韓相均 교사(41.윤리)를 ‘지체없이’ 직위해제한 처사는 아직 설 자리가 없는 전교조의 입장을 보여준다. 국민의 77%, 현직교사의 94%가 해직교사 복직을 찬성할 만큼 (<우리교육> 3월호 ‘전국 교사 여론조사’) 힘을 얻고 있는 전교조이지만 정부의 ‘불법단체’ 낙인은 여전하다.

 학교측은 3월23일 교무.학생 처장 등 7명으로 징계위원회를 열고 한교사를 징계하려 했으나 전북대 학생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전교조 전주.완주지부 차상철 회장은 “총장이 자기 측근으로만 징계위를 구성해 중립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1차 징계위원회가 무산되 뒤 한교사는 ‘학교에서 대기하라’는 학교측의 통고를 받고 3월27일부터 사대부고로 출근하고 있다. 차회장은 “학생.재야 단체의 시위를 의식해 징계를 더 손쉽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교사는 대법원의 해임처분 취소 확정판결에 따라 지난 3월9일 복직했다가 이틀 만에 직위해제됐다. 절차상의 잘못을 이유로 법원이 뮤효 판결을 내렸을 경우 ‘지체없이’ 재징계 절차를 밟으라는 공무원인사지침이 그 근거였다. 한교사는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89년 11월 해직됐으나 “징계의결 과정에 잘못이 있다”며 90년 5월 소송을 제기, 3년 만인 93년2월23일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었다.

 한교사는 “15일부터 수업하기로 학교측과 합의하고 자리 배치는 물론 수업시간표까지 짜놓았다”고 말한다. 3월 11일 한교사가 임명권자인 전북대측으로부터 받은 직위해제 통지서와 징계의결 요구서에는 “대법원이 무효라고 판결한 것은 징계 ‘절차’잊 징계 ‘사유’가 아니므로 위법행위는 여전히 인정된다”고 돼있다. 직위해제를 당하면서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날 때까지 교단에 설 수가 없다.

 한교사는 “새 정부도 전교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한다는 입장기고,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는데도 학교측이 그런 결정을 한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이다”라고 말했다.

 학교가 내부지침을 이유로 복직을 막는다면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李重治

전북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의장은 “크게 달라진 시대상황을 고려해 ‘3개월 이내에 재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는 국가공무원법 조항을 활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3월15일 전교조 전주.완주지회 대표들은 김수곤 전북대 총장을 방문해 항의했다.학교 동문과 재야대표도 김총장을 만나 한교사에 대한 선처를 거듭 부탁했으나 김총장은 정부의 정치적 해결만을 강조했다. “대학교수가 뽑은 직선총장이라고 해도 재량권에는 한계가 있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결국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달린 것 아니냐.”

 신양균 교수(전북대.법학)는 “학교측은 공무원인사지침을 직위해제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보다는 한교사를 복직시킬 때 일어날 파장과 교육부쪽 압력을 동시에 고려한 듯하다.결국 정부의 정치저거 결단이 내려질 때까지 전교조와 재야단체가 징계의력을 최대한 늦추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에 규정된 징계의결 기간은 최장 90일이다.

 한교사는 “단 며칠이라도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말한다. 결국 그의 소박한 바람은 실정법과 현실 사이에서 또 한번 좌절을 겪은 셈이다. 그 좌절은, 적어도 새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내려질 때까지 한교사 한 사람만의 것은 아닐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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