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 1백일 계획, “힘내라”
  • 이상진 (슈로더증권 서울지점 부소장) ()
  • 승인 2006.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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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 정부의 경제 정책 첫 작품이 지난 22일 제법 화려한 제목을 달고 발표됐다. 이름하여 ‘신경제 1백일 계획’.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제목만큼 참신하지도, 개혁적이지도 못한 내용에 적잖이 실망하느 눈치다. 애초부터 홍보성이 강했던 현정부의 ‘신한국’과 ‘신경제’에 대해 ‘구한국’과 ‘구경제’체제에 있던 사람들은 일찌감치 실망과 비판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趙 淳 한국은행 총재를 경질한 직후 발표한 것이라서, 안정론자들의 심기는 더욱 불편하다. 그들은 신경제 1백일 계획이 금융 실명제를 연기하면서까지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나섰다가 경기과열과 거품경제의 주범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중도하차한 전 부총리의 재판이라는 성급한 결론까지 내리고 있는 터이었다.

 사실 신경제 1백일 계획은 정책의 참신성과 일관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책을 실시하는 시기 면에서 논란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은 우리 경제가 작년 4/4분기와 금년 1/4분기를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건축허가 면적의 증가, 재고자산 및 어음 부도율 감소, 수출 증가 등은 비록 완만하게나마 경기회복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주장이다. 한편 아직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이 끝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성급히 경기 부양책을 쓰는 것은 부동산 투기의 재연과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다.

“서민에게 더 이상 ‘분담할 고통’ 또 있느냐”

 또한 자율화와 완전경쟁 체제로 유도하여 경제의 효율성을 증대해야 하는데도 가격동결(자발적이긴 하나 모든 공산품 가격의 1년간 동결)이라는 비상수단을 통해 경제의 비효율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동원된 정책수단이 경기부양 정책의 단골 메뉴로서, 이번과 같은 구조적인 불황기에는 약효가 썩 신통치 않다는 것이 이미 증명된 터라 현 상황을 타개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라는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

 비판론자들은 또한 ‘고통 분담’이라는 다소 감상적인 슬로건에도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고 있다. 월급 생활자가 주류인 서민층이 더 이상 분담할 고통이 또 있느냐는 빈정거림에서부터, 최악의 경우 봉급동결밖에 더 있겠느냐는 안도감 섞인 자조도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번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공개 과정에서 느끼는 서민들의 허탈감과, 재벌들의 경영상의 실수를 결국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보전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고통 분담이라는 어휘는 오히려 반발 심리만 조성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0년 사이 세 번씩이나 되풀이된 금율실명제 연기에 대한 이유가 한결같다는데 대해 정부는 부끄러워해야 하며, 약화된 ‘개혁의지’는 결국 김영삼 정부에 큰 정치적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비판론자들의 지적이다. 그나마 30년 만에 맞이한 첫 문민정부에 대한 예우로 언론들이 지금까지는 자제하고 있지만, 이번 경제정책이 실패할 경우 밀월은 곧장 파경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부작용없는 약이 없듯이 안정과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경제정책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정책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에 대한 유일한 정답이란 없으므로, 어떤 정책 입안자로 할지라도 그 시대상황에 맞는 정치적 고려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 같은 고성장 국가에서 국민총생산 성장률이 2~3%로 급락했을 경우 정부가 받는 정치적 부담은 엄청난 것이며, 더욱이 경제 활성화를 약속하고 집권한 정부의 선택 폭은 제한적인 논리를 떠나 신경제 1백일 계획에 함축되어 있고, 이미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 주요한 정책 역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과도한 행정규제 완화와 자율화로 가는 방향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지만 이를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것은 역시 김영삼 정부의 행동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현재와같이 총체적인 수요가 워낙 침체되어 있을 때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이 상당히 약화되어 있으니 만큼, 인플레이션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미 선택된 정책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자칫 기계적인 비판으로 흘러 설득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재 경기가 10년 이래 최악의 침체 국면에 빠져 있으며, 경기 활성화 정책은 방법론은 달라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책의 방법론 못지 않게 중요한 정책의 도덕성에 있어서 김영삼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우월한 위치에 있으니, 결정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런 정책은 최소한의 부작용으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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