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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男과女, 친구로 지낼수 있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감독 : 로브 라이너 주연 : 빌리 크리스탈ㆍ맥 라이언

이세룡 (영화감독) ㅣ 승인 1989.12.10(Su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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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글세, 나는 애정을 이성간에 싹트는 감정, 우정을 동성간에 이루어지는 감정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남녀 사이에도 우정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더 많다. 남과 여의 우정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것이다.

 미국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한마디로 남녀 사이가 우정으로 끝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 시작, 그 대답으로 끝난다. 우리 사회에서는 남녀간에 우정이 가능하다고 역설하는 쪽이 대체로 남성인데 반해 <해리가…>에서는 여자쪽에서 우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점이 이색적이어서 흥미롭다. 여자상위의 세상이기 때문인가?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가서 새 삶을 시작하려는 해리는 애인의 친구인 샐리의 차를 얻어 탄다. 자동차로 18시간이나 걸리는 긴 여행을 하며 둘은 사사건건 말다툼을 벌인다. 특히 남자와 여자가 친구 사이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샐리에게 해리는 섹스가 방해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맞선다. 뉴욕에 당도한 두 사람은 그냥 헤어진다.

 5년 뒤. 해리는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샐리는 동거하다가 헤어져 각각 홀몸이 된다. 우연히 서점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식사도 하고 산책도 하지만 남과 여의 우정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에 세월만 까먹는다.

 다시 5년 뒤. 두 사람은 여전히 다투는 사이지만 이미 ‘미운 情 고운 情’이 다 들어버렸다. 송년 파티장에 외롭게 있는 샐리 앞으로 해리가 달려와서 사랑을 고백하고, 서로의 견해 차이를 좁힌 두사람은 결혼한다.

 해피 엔드로 끝나는 이 영화는 아주 감각적인 러브 스토리이며, 더없이 유쾌한 코미디다. 그러나 웃음거리를 제공하여 시간을 잊게 하는 단순한 코미디는 아니다. 이 작품은 거대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 엮어지는 섬세한 감정들을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해리와 샐리의 부질없는 고집과 갈등을 통하여 우리들의 사랑과 인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홀로서기’의 자유 혹은 편안함에서 ‘마주보기’의 큰 기쁨과 행복으로 가는 과정의 아픈 경험을 진솔하게 드러낸<해리가…>는 단순한 줄거리지만 대단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우선 시나리오가 뛰어나다.

 마치 4막5장의 연극처럼 나누어진 영화의 구성이 아주 묘미있다. 막이 바뀔 때마다 불이 꺼지듯, 시퀸스가 바뀔 때마다 각기 다른 노부부 세쌍이 나와서 오랜 결혼생활을 예찬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웃음을 줄 뿐만 아니라 해리와 샐리에게 응원을 보내게 만든다.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은 특히 디테일에서 빛나고, 샐리 역을 맡은 맥 라이언의 연기는 보석같다.

 또한 해리와 샐리의 많은 대사는 다소 외설스럽긴 해도 한마디 한마디가 생활 속의 金言이라 할 만큼 멋지고 생생하다. 액션이 많지 않아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쳐주는 대사의 힘은 ‘모험’이나 권총으로 한몫 보려는 영화들의 흥미를 훨씬 뛰어넘는다.

 남자와 여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아마도, 남과 여 사이에 필요한 건 이런 논쟁이 아니라 사랑과 행복일 터이다. 그런데 이 사랑, 해리와 샐리의 진정한 ‘만남’은, 남과 여가 상대방의 性을 인정하고 인격을 ‘이해’할 때이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만남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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