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천적, 실내공기오염
  • 김윤신(한양대교수 · 환경보건학) ()
  • 승인 1989.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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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농도 18%이하면 두통 · 맥박이상… 2시간마다 환기해야

겨울철에 접어들면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각종 난방기구를 준비하고 창문이나 방바닥의 틈새를 점검하는 등 외부의 찬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防風에 신경을 쓴다. 물론 추위를 막아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실내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일도 중요하다. 보통 신선한 공기라면 적어도 21%의 산소가 포함돼 있어야 하는데, 산소농도가 18% 이하로 떨어지면 맥박이 빨라지고 두통, 구토증세 등이 일어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일처럼 난방비를 절감하기 위하여 창문을 꼭꼭 봉하는데, 그렇게 하면 단열효과는 높이겠지만 신선한 공기의 유통이 막힌다. 그리고 담배연기, 난방 및 취사도구 · 단열건축자재 · 각종 생활용품에서 뿜어내는 유독가스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어 실내공기 오염을 가중시킨다.

이와같이 집안공기가 탁해지고 습도가 떨어지면 그것이 그대로 氣道에 들어가 기관지질환, 감기, 호흡기성질환에 쉽게 걸리게 된다. 그런 장소에 장시간 머물 경우 만성두통, 현기증, 눈의 충혈현상 등이 일어나기 쉽다.

더욱이 흔히 얘기하는 대기오염보다 실내공기 오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는 사실을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나아가 실내공기 오염물질에 대해서도 파악을 못하고 있다. 대기오염보다 실내공기 오염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사람들이 보통 하루 24시간 중 80% 이상을 실내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가정, 사무실, 학교, 자동차, 지하철, 상점, 공장, 병원 등). 또한 실내는 차단된 공간이기 때문에 인공적인 설비나 인위적인 행동양식에 따라 공기오염도가 급격히 증가될 수 있다.

 

건축자재 · 전열기구 등이 유해물질 방출

1970년대 이후 에너지 보존을 위한 새로운 건축자재가 공공건물 및 일반주택에 사용되고 있는데, 이들 자재에서 오염물질이 방출된다. 가정생활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장만하는 각종 생활용품에서도 오염물질이 발생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겨울이 긴 데다 실내 생활공간이 구미 선진국에 비하여 좁고, 아직도 많은 집의 방들이 온돌이라는 난방구조로 되어 있어 실내공기가 오염되기 더욱 쉽다.

실내공기의 쾌적도를 좌우하는 것은 외부공기의 오염상태, 환기상태, 실내공간의 크기, 거주자들의 행동양식 등이라 할 수 있다. 실내공기 오염물질에는 라돈 · 포름알테히드 · 석면 · 각종 연소가스 · 담배연기 · 공기 속을 떠다니는 미생물성 물질 등이 있다.

오염물질을 낳는 발생원과 그것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먼저 방사능 물질인 라돈은 흙이나 시멘트, 자갈, 콘크리트 등의 건축자재나 지하수 속에 천연적으로 함유되어 있다. 라돈가스에 장기간 노출됐을 경우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침, 설사, 알레르기성질환, 폐암 등을 일으키는 물질인 포름알데히드나 석면 또한 건축구조물 속에 함유돼 잇다. 특히 석면은 단열재 및 방열재 외에 전자제품의 절전재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공중에 떠다니는 이 먼지를 계속 마시면 폐질환 또는 폐암에 걸려 사망할 확률도 높아진다.

각종 연소가스 중 이산화질소와 일산화탄소는 주방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연탄은 탈 때 일산화탄소를 내뿜어 때로는 치명적인 중독사고를 낳기도 한다. 이산화질소는 주방에서 프로판가스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데, 최근 실내의 이산화질소가 늘어나 어린이들의 호흡기 증상 有病率이 높아졌다고 보고되어 있다.

 

불결하나 가습기는 박테리아 퍼뜨려

가스난로, 연탄난로, 석유난로는 실내에 각종 가스성 물질을 방출하여 실내공기를 혼탁하게 하고 건조하게 만들어 두통, 코막힘, 목아픔 등을 낳기도 한다. 또 담배연기에는 수백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이 함유돼있어 실내공기 오염의 주범이 된다. 담배연기는 주위의 비흡연자에까지 영향을 끼쳐 호흡기질환, 기관지 질환, 폐질환은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오염물질 외에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생물균, 박테리아, 오존 등은 알레르기성질환, 호흡기질환, 기관지첝식을 유발시킬 수 있는 것들이다. 겨울철에 많이 쓰이는 가습기는 불량품이 많으며, 또 잘못 사용할 경우 박테리아를 실내에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각종 살포제, 페인트, 악취제거제, 공기정화기, 에어콘, 접착제 등의 생활용품은 잘못 사용할 경우 오히려 실내공기를 오염시켜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필자가 연구조사한 바로는, 겨울철 일반 가정내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석유난로를 사용한 가정이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이처럼 난방기기가 기준치를 훨씬 상회하는 이산화질소를 방출시키니 각별한 대책이 요청되었다. 실내공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오염물질을 방출하는 단열재나 생활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유해가스가 나오지 않는 난방난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가장 쉽고 경제적인 예방법은 창문을 자주 열어 밖의 신선한 공기를 실내로 유입시키는 것이다. 비록 춥더라도 2~3시간 간격으로 환기를 충분히 해주고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겨울철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또한 실내습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가습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항상 깨끗하게 씻어주어야 한다. 실내에서 화초를 재배하거나 빨래로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실내공기의 건조를 막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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