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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李兌榮

《시사저널》·갤럽 공동조사… 2위 朴英淑, 3위 黃山城

고명희 기자 ㅣ 승인 1989.12.24(Su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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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李兌榮, 평민당 부총재 朴英淑, 변호사 黃山城씨로 밝혀졌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사회운동·여성운동계에서는 이태영, 정계에선 박영숙씨가 중복지적되었고, 학계에선 이화여대 사회학과 李效再교수가 가장 영향력있는 인사로 선정됐다. 이같은 결과는 《시사저널》이 갤럽과 공동으로 여성언론인과 여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조사에서 나타나TEk. 서울지역의 만 20세 이상 여기자 1백17명(15개 신문사 65명, 3개 방송사 25명, 잡지사 27명)과 대학여교수 1백8명(4년재 25개 대학 중 예·체능계 제외) 등 모두 2백25명에게 11월9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면접을 원칙으로 하고 전화를 병행하여 실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여성지식인들이 모여있는 두 집단인 언론계와 학계는 영향력 있는 인물선정에 상당한 시각의 차이를 보였고, 세대간 시각차는 더욱 현격하게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으로 선정된 세 사람이 획득한 비율은 각각 이태영 42.7%, 박영숙 29.8%, 황산성 21.8%이었다. 李씨는 세대간·직업별로 모두 매우 높은 지지를 받은 여성계의 대모로 군림했다(《시사저널》인터뷰 58~60면 참조). 직업별로는 차이를 보여 언론계에서는 근소한 차이이긴 하나 박영숙이 4.2% 더 높게 나타났다. 반면 학계에서는 45.4%라는 압도적 숫자로 이태영을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으로 선정하고, 그 뒤를 前 利大총장 金玉吉을 거명,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박영숙은 13.9%에 불과했다.

 그러나 세대간 차이는 심한 굴곡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박영숙이 젊은 층으로부터 높은지지 (20대 47.3%, 30대 23.7%, 40대 18.8%, 50대 이상 3.7%)를 얻은 반면, 16.9%로 전체 5위인 김옥길은 30대 이상의 여성들이, 現정무 제2장관인 金榮禎은 50대 이상 여성이 거명하고 있어 여당과 야당의 고위직 여성에 대한 평가의 단면을 드러냈다. 특이한 사실은 대통령부인 金玉淑이 방송사기자의 20.0%의 지지(전체 6.7%)를 획득했다는 점으로, 미국의 경우 퍼스트 레이디가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의 5위권내에서 늘 맴돌고 있는 점과 비교할 만하다. 이같은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는 영향력있는 여성을 ‘안방마님’으로가 아닌 독자적 활동가로 간주코자하는 경향을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여성단체의 長으로는 한국소비자연맹회장 鄭光謨가 전체의 16%를 얻어 6위로 거론되었다. 언론계에서는 오래 종사하다가 남보다 한발 앞서 소비자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한 것이 결국 여성운동가로서의 역량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풀이될 수 있었다.

 

정치분야

 정치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으로는 박영숙이 34.2%로 1위였다. 전·현직 장관에 비해 압도적 지지로 제1야당의 부총재가 거명된 것은 사회운동이 거의 금기시되었던 5공시절부터 여성인권운동에 앞장서온 활동이 평가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 역시 세대간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는 점. 20대가 51.6%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낸 데 비해 30대 28.8%, 40대 22.9%, 50대에서는 7.4%로 뚝 떨어진다. 이전에 실시된 각종 조사에서 동일하게 발견된 민주·통일에 대한 극단적인 세대간의 대립을 반영한다 하겠다. 박영숙 이외엔 김영정 4.9%, 金正禮와 황산성이 각각 4.4%로 극히 미미한 수치로 나타났다. 또한 ‘없다’와 ‘모름·무응답’이 모두 40.9%로 다른 분야에 비해 곱절 정도로 높았다. 이같은 유형의 답은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학계 종사자들의 반응으로서 정치분야가 이들 여성에게는 아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나타내준다고 하겠다.

 

사회운동·여성운동분야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으로 꼽힌 이태영이 20대부터 50대에 걸쳐 고른 지지를 받으면서 중복지적되었다. 그밖에는 황산성 8.0%, 이우정 7.1%, 정광모 6.7% 순이었다. 황산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지적된 것은 변호사(79년 개업)로서의 여성문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매스컴 영향으로 더욱 크게 부각된 것으로 보였다.

 70년대 인권운동에 앞장서 온 이우정이 7.1%의 지지에 머문 것은 교회여성연합의 초대 회장을 지낼 때 반핵문제, 기생관광문제를 여론화시키면서 그가 겪어야 했던 일신상의 온갖 위험을 무릅쓴 대가로는 너무 소홀하다는 것이 이 조사결과를 본 여성계 인사들의 반응이다.

 權仁淑은 20대 여기자들에게만 지적되었다. 성폭행사건의 희생자로서 그가 보여준 행동은 여성으로서보다는 인간으로의 권리선언이라는 더욱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사회학자들의 진단이다.

 

학계

 학계에서 영향력있는 여성인사는 이효재, 李仁浩, 김옥길, 鄭義淑으로 압축되었다. 각각 20% 이내로 집계됐는데 이효재, 이인호는 학자로서의 기여도가 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고 김옥길, 정의숙은 전·현직 이대총장으로서 학계 및 일반에게 끼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분야는 직업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여 언론계에서는 이효재를 제1인자(21.4%)로 지목한 반면, 학계에서는 정의숙(16.7%)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효재는 9.3%에 불과했다. 특히 이공·자연계열에서는 전체 학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으로 꼽힌 李교수가 0%로 처리되어 놀라움을 던져주고 있다. 이는 세대간의 차이와도 궤를 같이 하여 20대에서는 거의 거론되지 않던 정의숙이 50대 이상에서는 25.9%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반면, 이효재는 3.7%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결과에 참석했던 면접원들은 설문이 보기를 주고 답변을 유도한 게 아니라, 머리에 떠오른 인물들을 기록한 것이어서 통계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답변 중 ‘모른다’는 반응이 의외로 많았던 것도 그런 까닭에서 연유하며 따라서 이 조사가 영향력 있는 여성에 과연 얼마나 정확하게 접근했으며, 현실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과 반드시 일치하는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여성언론인과 여교수가 선정한 ‘영향력있는 여성인사’였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한국여성계의 한 흐름을 짚어보는 이정표로 가름 할 수 있겠다.


朴英淑

사각지대 정계의 독보적 존재

 朴英淑씨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제1야당의 부총재라는 직위만으로도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 여성 대통령이 나오리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를 가능케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가끔 텔레비전 화면에 비치는 그의 이지적인 인상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투쟁성의 상징이 될 만하다.

 처음에는 들러리 부총재라는 비뚤어진 인식도 있었고, 여성을 부총재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평민당의 인재부족을 반증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청량리경찰서 여대생 추행사건(84년), KBS텔레비전 시청료거부운동(85년),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86년), 최루탄추방운동(86년) 등 그가 주도한 사회운동을 근간으로 야당 부총재로 영입됐다는 사실은 이제는 여성진출의 사각지대였던 정치에도 여성이 당당히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산 증거이다.

 일부에서는 그가 벌써 몇 년째 끌어온 가족법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그것은 그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모든 분야에 뿌리박힌 여성차별 사상에 더욱 근원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앞으로 그는 특히 20대 젊은층이 그를 지지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운동보다는 청년운동에 헌신해야 하며, 단순한 사회운동가일 뿐만 아니라 여성운동가임을 입증해야 하며, 그러기 위하여는 극히 낮은 지지를 받은 학계 (16.7%)에서도 인정받을 정도로 여성학에 대한 학문적인 탐구에 열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먼저, 그는 평민당만을 사수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이 나라 모든 여성의 대변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李效在

한국여성운동의 이론가

 이효재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사회운동 및 여성운동 분야에서는 7번째, 학계에서는 첫 번째로 영향력이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영향력이 있는 여성으로 나왔다.

 우리나라 여성해방이론의 주창자이며 실천가인 그가 전체적으로 겨우 8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첫째 학계에서 영향력있는 여성으로는 이효재(15.6%), 이인호(15.1%), 김옥길(13.3%), 정의숙(10.2%), 이상 4명이 거의 비슷하게 지적되고, 그밖의 여성인사는 지지율이 2% 미만으로 극히 미미하게 나타났다. 그 중에도 김옥길의 경우는 학문적인 업적보다는 문교부장관과 대학총장이라는 학문 외적인 활동에서 온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여성운동 이론가의 층이 극히 얇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둘째, 학자는 말과 글로 자신의 사상을 표현 할 수밖에 없음애도 불구하고, 정의숙은 언론계에서 전혀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학문경시 풍조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이는 언론계의 지지는 언론인뿐만 아니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에게 집중되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셋째, 이효재의 경우는 이론보다는 슬로건을, 슬로건보다는 과격한 행위를, 내용보다는 형식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가식적이고도 졸속적이며 결과제일주의적인 발상을 잘 반영한다. 그러나 실천이 없는 이론은 관념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론이 없는 실천은 곧 사라지게 마련이다. 진정한 혁명은 ‘영원한 혁명’이어야 한다.

 학문과 이론의 중요성, 이것은 모든 학자들이 이 사회에 심어주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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