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영화세대 ‘충무로’ 거부하는 까닭
  • 이문재 기자 ()
  • 승인 1989.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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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稀’를 맞은 한국영화는 이제 좀 달라질 것인가? 이 가시돋친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는 여러 전망들 중 하나는 이른바 ‘비제도권 영화’(민족영화, 독립영화)에서 찾아져야 한다. 지난 5월 <오, 꿈의 나라>가 기존의 상영공간 밖에서 상업영화의 평균 관객수를 능가하는 15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사실은, 작품의 완성도와 기술적 측면에서 16밀리 영화가 갖는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오, 꿈의 나라>로 대표되는 비제도권 영화는, ‘충무로’의 자본과 검열, 그리고 배급구조를 벗어나 제작ㆍ상영되고 있다. 비제도권 영화인들은 “충무로에서는 한국영화의 미래를 발견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들은 “분단현실을 극복하는 적극적인 이념에 바탕하여 민중적 입장에서 영화를 생산ㆍ소비한다”는 민족영화론을 독립영화 시스템으로 실천하려고 한다.

 80년 5월을 통과해오면서 민족모순을 각성하는 젊은이를 그린 <오, 꿈의 나라>와 상계동 철거민들의 삶을 기록한 비디오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이 비제도권 영화가 지금까지 보여준 성과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70년대 후반 프랑스ㆍ독일문화원을 중심으로 결성된 영화감상클럽을 시작으로 한 영화운동은 서울대 영화서클 ‘얄라성’을 거쳐 ‘서울영화집단’ 그리고 84년 여름의 ‘작은영화’발표회를 지나면서 비제도권 영화운동의 디딤돌을 마련했다. 이후 영화이론 학도들이 ‘열린영화’동인을 결성하고, 86년 ‘영화마당 우리’가 워크숍을 열면서 영화운동은 대학가 문화운동에서 한몫을 하기 시작했다.

 視聽覺文化세대인 80년대 초반 이후에 대하게 다녔던 젊은이들은 영화를 “정치ㆍ사회적인 모순에 대응ㅎ는 효과적인 매체”로 인식했던 것이다. 대학영화서클 출신 가운데 영화예술인이 되기로 결심한 이들이 결성한 비제도권 영화집단은 ‘장산곶매’ ‘들풀’ ‘민족영화집단’등 10여개에 이른다.

 李廷國(33)감독의 <부활의 노래>를 제작하는 ‘새빛영화제작소’와 洪基善감독의 <우리 사랑 들풀처럼>을 제작하는 ‘파랑새’는 대학영화운동 제1세대들이 그간의 이론과 경험을 토대로 제도권 영화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제도ㆍ비제도권 양쪽으로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충무로의 자본과 제작 구조’에서 벗어나 영화를 만든 후 기존의 영화관에서 상영하겠다는 것이다. 두 젊은 감독은 “새로운 영화미학을 제시하겠다”는 각오로 곧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두 독립영화제작소의 35밀리 (민족)영화가 기존의 심의, 배급구조에서 어떻게 자리매김되느냐에 따라 한국영화는 전기를 맞을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분명 독립영화운동이 한국영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젊은 영화평론가 鄭聖一(30)씨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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