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되는 勤勞所得稅 논란
  • 조용준기자 ()
  • 승인 1989.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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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목표초과달성’… “근로자 부담 너무 크다”불만 높아

직장 생활 11년째인 H그룹 鄭과장은 매달 월급명세서를 받을 때마다 무엇인가 잘못돼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연말정산 때가 되면 이러한 생각은 더욱 커진다. 鄭과장의 경우 비교적 높은 급여수준인 연봉 2천5백만원을 받는 봉급생활자인데 약 5분의 1인 5백만원 넘는 돈이 근로소득세로 나간다. 월44만원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세금을 내는 것이 불만일 수는 없습니다. 國民皆稅이니까요”라고 鄭과장은 말한다.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불공평한 세제입니다.”

 

보너스 받는 날 더 답답해

 ‘목소리 작은 월급쟁이’의 과세가 자산소득자, 자영업자나 고소득 자유업 종사자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는 것에 鄭과장의 불만은 한마디로 깊게 쌓인다. 수입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지갑’을 들고 다니는 수백만 봉급생활자들의 이유있는 불만을 鄭과장은 이렇게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S그룹의 具과장은 얼마 전 진급해 월급이 부쩍 오르기 전만 해도 선배 과장이나 부장들이 “근소세가 뒤통수를 때린다”고 말하는 하소연을 언뜻 실감하지 못했다. “더욱이 보너스 받을 때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요.” 상여금이 나오는 달에는 총2백40여만원에서 1백만원은 만져보지도 못한 채 세금으로 증발돼버린다는 것이다.

 개인소득세는 조세저항이 비교적 적어 여러 나라에서도 중요한 稅源이 되고 있지만, 자영업자의 탈루소득과 자유직업의 소득세자진신고 납부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우리실정에서는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너무 크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다.

 “요즘 들어 과중한 세금이 우리 월급쟁이를 안팎곱사등이로 만든다는 게 큰 화제입니다” 라고 같은 회사의 林대리도 거든다.

 왜 지금 근로소득세 문제가 새삼 떠들썩하게 제기되고 있는가.

 우선 근로소득세가 지난 86년부터 임금인상보다 더 큰 비율로 초과징수되었다는 사실. 이에 따라 이례적으로, 이익단체들이 앞다투어 포문을 열기 시작, 어떤 형태로든 근로소득세 부담이 경감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경영자총협회를 시작으로 한국노총, 무역협회 등 경제관련단체를 중심으로 터져나왔던 바 정치권에서도 국정감사이후 근소세개편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개정세법으로 소득세 면세점이 年 2백74만원에서 4백60만원으로 높게 조정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근로소득세를 부담하는 계층은 전체 근로소득자 가운데 약 40%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비교적 높은 소득세공제에도 불구하고 사회 이곳저곳에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정부의 목표액 초과징수와 심화된 경제불균형구조 아래서의 과세 불공평성에 대한 광범위한 인식이 맞물려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작년엔 34%나 더 거둬

 근로소득세는 3년 전부터 명목임금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해를 거듭해 초과징수돼왔다. 그 원천징수 실적은 86년에 1조1천억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12% 초과됐고, 87년에는 14%, 88년에는 무려 34%나 더 거두어졌다. 특히 올들어서는 정부가 금년 예산을 편성할 때 임금상승이 11.8% 수준일 것이라는 전제 아래 근소세 인하조치에 따른 세수감소를 예상, 작년보다 낮은 수준인 9천2백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은 크게 빗나가 목표보다 50%에 가까운 5천억~6천억원이 초과징수돼 연말까지 근로소득세는 1조4천억원이 걷힐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는 그러나 올해 초과징수된 부분은 작년말 소득세공제 인하 징수분이 移越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올들어 세율이 낮아져 소득자의 부담세금은 평균 54만8천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재무부는 또 작년말 근로소득세 공제 상한선을 높이는 등 세법을 고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금년 1,2월분 2천7백억원은 88년 귀속소득세로 들어온 것이며, 이를 제외하면 실제 세법개정 효과가 나타난 3~7월분 증세액은 1%도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월급여 1백만원 이상 계층은 전체 임금소득자의 3%인데 이들이 갑근세 절반 정도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甲論乙駁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貿易協會의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근로자 임금은 지난해에 비해 18.7% 올랐으나 근로소득세 부담은 최고 84%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평균적인 근로자라 할, 배우자와 2명의 자녀를 가진 40대 남자의 경우 지난해 연간 8백33만원의 소득을 올려 방위세, 주민세 등을 포함한 근로소득세 총액은 29만8천5백원.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에 따라 9백89만원을 받는다면 세금은 50만2천4백원으로, 세금증가율로만 따지면 68% 껑충 뛰어올라 실제 임금인상폭은 16. 8%에 머무른다는 것이다. 통계의 해석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근로소득세를 초과징수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재무부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과세 불공평 심각

 <C日報>는 최근 직업별 세금부담 분석자료를 인용, 연간 1천4백만원의 봉급생활자(5인가족 기준)가 내는 세금이 연간 6천2백만원 수입의 의사나 2천8백만원 소득의 변호사와 비슷한 1백만원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연간수입으로는 최고 5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세금부담이 같다면 이는 세제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이것이 근거없는 수치라고 반박하고 있으나 일반 봉급생활자들은 이런 부조리를 깊이 인식하고 있다. 재산세의 경우, 시가 2억원짜리 35평 고급아파트에 부과되는 일년치 재산세(건물세와 토지세)가 약30만원 수준이니 근로소득세 부담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주택은 주거목적이라는 고유한 특성외에 재산증식의 한 방편이 되기도 하며, 더욱이 적지않은 수의 봉급생활자들이 무주택자인 점을 감안한다면 형평의 문제가 새삼 거론될 수밖에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87년 토지분재산세 징수총액은 1천8백억원인데, 이는 전국 토지의 시가총액 약 8백조원의 0.02%에 불과, 토지보유와 양도에 대한 실효세율이 터무니없이 낮아 투기적거래를 조장하고 있음이 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이한 직업간의 조세부담의 불공평이 초래되는 이유는 우선 稅法上 차이와 徵稅上소득포착률 차이 때문이다. 세법상의 차이로는 봉급생활자의 경우 경비의 실제 공제가 인정되지 않고 또한 봉급생활자 가계는 소득분산에 있어서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徵稅上의 소득포착률, 즉 과세소득 중 현실적으로 과세되는 부분의 비율이 봉급생활자의 경우 거의 1백% 전액인 데 비해 사업소득의 경우 기껏해야 50%에 불과하다. 동대문 · 남대문 시장, 청계천 일대의 중소상점들의 경우에도 허름한 겉모습과는 달리 한해 영업규모는 수억원대임에 비해 납세규모는 수십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朴春元의원(평민당 · 재무위)은 “경제정의, 형평에 맞지 않는 조세제도는 경제 폭력입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野, 초과 징수액의 환급 추진

 지난번 국정감사 때 근소세 초과징수가 야당의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파헤쳐졌다. 정치문제로 부각된 뒤 사회적 파문이 커지자, 야3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의 대응도 민첩하게 진행되었다. 평민 · 민주 · 공화 3당은 올해 초과징수분의 還給을 骨子로 한 ‘근로소득세감면 임시조치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해 놓았다. 저소득층의 세율인하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는 근로소득세법을 이번 회기내에 개정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평민당은 올해 초과징수한 근로소득세를 연말정산 때 환불해 저임금 계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하를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소득세율을 5~50%에서 3~50%로 하향조정하겠다는 목표이다. 가장 먼저 소득세법계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민주당은 현행 종합소득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결코 높은것이 아니나 상속세, 증여세, 재산세 등의 비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본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근로소득세의 세부담 완화를 위해 이 세금이 대종을 이루고 있는 종합소득세율을 현행 5~50%에서 3~50%로 낮추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민정당은 지난해 개정된 현행 소득세법이 시행 1년을 채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 세법의 연내 개정은 물론 야당 주장대로 임시조치법으로 초과징수액을 환급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경제단체들이 세액공제액 인상에 중점을 두는 반면, 야3당의 세법개정안은 공화당을 제외하고는 세액공제보다는 소득세의 최저세율 인하에 관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趙淳부총리는 최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임금상승에 따라 소득세가 커졌습니다.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임금은 많이 올랐지만, 상당 부분 세금으로 빼앗기고 있지 않느냐,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임금이 올라갔는데 그것마저 뺏기고 있지 않느냐, 부유한 사람들은 재산세가 대단히 낮은데…’라고 생각해, 불만이 있고 그 불만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습니다”라고 현 세제의 문제점을 시인했다.

 趙부총리는 그러나 정부가 내년에 전반적으로 실시하게 될 세제개편을 통해 현재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조세형평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趙부총리는 또 “세제는 그때그때 중요성에 따라 재검토하고, 또 개정도 해나갈 방침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 초과분 환급불가 입장

 한편 주무장관인 李揆成재무는 지난달말 기자회견을 통해 “근로소득세를 과잉징수한다는 여론이 있지만, 연말 과잉징수분 환급조치라든가 근로소득세 경감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봉급생활자들의 세금환급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재무부는 현행 법제상 초과징수된 근로소득세를 되돌려주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실정이고 내년도 세제개편작업에서 현재 8단계로 돼있는 세율체계를 6단계 이하로 단순화하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50%에서 다소 하향조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재무부는 내년도 근로소득세 세입규모는 1조5천억원으로 올해 전망액 1조4천억원의 8.6%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세전문가들은 근로소득세 초과징수 문제보다 현재의 금융실명제 등 稅制上의 주변 제도의 확립이 더 현실적으로 시급한 당면과제인 것으로 꼽고 있다.

 “최근의 근로소득세 논란은 방향이 잘못 잡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외국어대 崔洸교수(재정학)의 견해이다. 崔교수는 복지, 환경 등 정부가 쓸 돈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고 그만큼 세수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과세포착률이 낮은 재산소득 등에 대한 세부담을 과감히 늘려가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며 소득세인하 주장은 논점이 빗나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李鎭淳 숭실대 교수(재정학)는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정상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자산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여 과세할 경우 평균 실효세율을 20%로 잡더라도 1988년에는 평균 약4조6천억원의 세수를 달성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전반적 세제개혁이 필요

 이와 함께 지난해와 금년 상반기 중에 토지로부터의 자본이득이 2백8조원 발생할 것으로 추정, 1년에 50조원 가량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 금액은 1988년 전체 소득세수가 3조원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이다. 따라서 봉급생활자 세부담 경감조치로 인한 세수 결함이나 소득세비중 저하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경제력집중 등이 경제민주화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 경제의 분배정의실현이 조세제도로부터 출발돼야 한다고 할 때 근로소득세문제는 그 어느때보다 현실성을 갖는 시급한 문제로 등장했다.

 근로소득세 파문이 각 이익집단의 실익을 대변하기 위한 통계싸움의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정부가 임금인상률을 비현실적으로 잡아 예상액과 실제 징수분에서 커다란 격차를 보이는 허점을 드러내 경제의 여러 방면에서 관리능력의 한계를 엿보이게 했다는 점과, 동시에 세제상의 불균형이 어느 때보다 확실히 드러났다는 것으로 압축될 수 있다. 지금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불균형에 대해 얼마만큼 국민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실례가 이번 근로소득세 논란이라고 할수 있다.

 정부는 내년도 제2차 세제개편을 통해 91년부터 근로소득세 부담 경감조치를 시행하겠다 고 이미 지난 8월 밝혔다. 따라서 이번 근소세파문은 그 시행시기를 1년 앞당기느냐 아니면 계획대로 91년부터 실시하느냐의 시기문제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세제개혁 추진과정을 앞두고 근소세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됨으로써 토지공개념, 금융실명제 등 경제 민주화에 필요한 전반적인 경제개혁이 얼마나 시급한지 다시 한번 실감케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할수 있다.

 

勤勞所得稅의 인하보다는 財産所得稅의 增收를…

 최근 근로소득세 인하 논의와 관련하여 밝혀져야만 할 두가지 중요한 점은 노사협상으로 얻어진 임금상승의 상당 부분이 세금으로 징수돼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었는가의 여부와 소

득세 부담이 전반적으로 과중한가 하는 점이다. 經總, 貿協 등에서 근소세문제를 제기한 것은 내년도 노사협상을 대비해 정부가 세율 조정을 해 주면 자신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단기적인 목적에 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봉급생활자들도 작년 연말 소득세 인하와 공제 폭이 높아졌지만 그것을 피부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어 과연 자세하게 월급 봉투를 보았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작년 세제개혁에서 세율이 다소 인하되고 근로소득자의 면세점이 대폭 인상된 상황에서 각 근로소득자의 경우에 소득세의 부담이 작년에 비해 금년에 증가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정부의 지출은 복지부문이 계속 늘어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근로소득세부담을 낮추는 것보다 재산소득 부담을 늘리고 간접세 부문을 경감, 소득분배 효과를 높여야 한다.

 논의가 되고 있는 초과징수분도 작년의 소득세 인하가 없었다면 8천억원 정도 더 부담될 근소세가 그만큼 경감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근로소득자의 60% 이상(비과세소득을 포함한 경우 약 월 50만원 이하)이 소득세로는 1원도 납부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조세감면과 과세포착률 때문에 나타나는 세부담의 불공평은 근로소득에 대한 조세인하보다는 재산소득과 사업소득에 대한 조세감면을 축소하고 과세포착률을 제고시켜 바로잡아야 한다.

 근로소득과 여타 소득간의 세부담 형평을 도모하는 것이 장기적 조세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실명제, 과표현실화등의 세제개편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고 납세자들도 세금에 대한 인식을 더 높여 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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