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독 군축에 평화 감도는 유럽
  • 김호균 통신원 ()
  • 승인 2006.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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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긴장완화 방안 논의 활발

동독은 SS-23 중거리 미사일, 서독은 화학무기 폐기키로

독일통일이 현안으로 대두되면서 동독과 서독은 군축을 예고하거나 단행하고 있고 이의 주변환경이 되고 있는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 사이에도 긴장완화를 위한 다양한 제안은 물론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달 캐나다 오타와회담에서 미국과 소련은 중부유럽에 주둔하는 군대를 각각 19만5천명으로 감축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미국에게는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에 추가로 3만명을 주둔하는 것이 허용되는 이 제안에 소련이 동의한 것은 미국에게도 놀라운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 감축이 실현되면 베네룩스 3국 덴마크 서독에는 1백만, 체코 폴란드 헝가리 동독에는 65만의 군대가 존재하게되므로 빈협상에서 바르샤바조약기구는 양측 모두 전체규모를 70만∼75만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이 나토에게는 25만∼30만의 추가 감군을 의미하므로 나토는 이를 거부했다.

전략핵무기 감축협상에서도 미국과 소련은 30%까지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의 BI?B2폭격기와 MX미사일 등이 이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련이 대폭 양보했기 때문에 이 합의가 가능해진 것으로 보도되었다. 소련은 협상에서의 양보 이외에 일방적인 군축을 계속하고 있다. 소련과 체코슬로바키아는 체코슬로바키아에 주둔하고 있는 7만3천5백명의 소련군을 일체의 군사장비와 함께 91년 7월1일까지 완전히 철군하기로 합의했는데 고르바초프는 철군이 그보다 4개월 앞당겨져 2월말까지 완료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소련은 헝가리에 주둔하고 있는 5만명도 91년 6월말까지 철군하기로 헝가리와 합의했다. 합의와 거의 동시에 소련은 두 나라에서 철군을 시작했다.

 

바르샤바조약기구가 군축에 더 적극적

나토에 비해 바르샤바조약기구가 군축협상에서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정황은 동서독 사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동독은 SS-23형 중거리 미사일 24기와 기타 부대장비를 지난 2월부터 폐기하기 시작, 11월까지 완전 폐기하려 하고 있다. 우베 헴펠 동독 국방부대변인은 지난 7일 동독군이 한스모드로 총리의 지시로 지난달 초순부터 SS-23 폐기작업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헴펠대령은 SS-23의 이동트랩 4대 중 2대는 이미 해체되어 공개리에 폐기되었다고 밝히고 이동트랩 및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로켓 24기 등이 미사일의 모든 체제가 오는 11월까지 폐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독에 배치된 SS-23은 핵이 아닌 재래식 탄두를 장착하고 있어 미?소가 보유한 모든 지상배치 중거리 핵무기의 3년 이내 제거를 규정한 지난 87년 12월의 양국간 중거리핵무기 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무기의 폐기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미국과 서독 관리들은 지난 7일 서독에 배치된 모든 미국의 화학무기에 대한 철거 작업이 이번 여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발표해 동서독 양측의 외국병기 감축작업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겐셔 슈톨텐베르크 서독 국방장관은 지난 20여년 동안 서독에 비축되어 왔던 미국의 신경가스무기에 대한 철거가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톨텐베르크 장관은 서독 서남부 팔라티나테州 클라우젠에 저장되어 있는 화학탄이 밀폐된 강철케이스에 담겨진 뒤 다시 특별히 설계된 강철용기에 넣어져 노르덴함항으로 이동돼 그곳에서 미국 선박편으로 태평양상의 존스턴섬에 옮겨져 파괴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4백35톤의 미국 화학무기를 철수하겠다는 발표는 다른 한편으로 우려와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독내 화학무기는 태평양에서 소각되기 위해 트럭과 기차로 인구밀집지역을 통과해 항구까지 운반될 것이라고 발표되었는데 이 운반과정에서의 안전을 1백%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독이 4천만마르크, 미국이 5천만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수송비도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고 있다.

원래 미국이 92년말까지 철수하겠다고 약속한 이 화학무기를 갑자기 서둘러서 금년 9월말까지 철수하기로 한 것은 12월의 서독 연방의회선거와 관련이 있지 않느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또한 “이제 서독은 화학무기 없는 지역이 된다 ”는 선전도 “유럽에 저장된 미국 화학폭탄은 이 폭탄이 적어도 한 나토회원국 영토에서 2중 독가스로 대체되는 경우에만 철수될 수 있다 ”는 87년 12월4일자 미국법의 규정 때문에 큰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 법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 나라가 서독밖에 없다는 사실은 이미 콜 수상이 2중독가스 배치에 동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고 있다.

한편 나토는 3월22일부터 28일까지 실시할 예정이던 주요 군사훈련을 취소했다. 이 훈련은 바르샤바조약군의 서방에 대한 공격을 가상하여 실시되는 것인데 나토는 이 훈련이 18일의 동독선거가 끝난 후 불과 며칠 안에 실시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볏이 있는 독수리 ’라는 이름의 이 훈련은 7천∼9천명의 병력이 참가하는 병참훈련으로 2년마다 실시되어 왔다. 6개 나토국의 참모진이 주축을 이루는 네덜란드 소재 중유럽배치 연합군사령부도 성명을 통해 “지금이 국제정세에 비추어 각국 국방장관 및 나토본부와의 협의 끝에 ‘볏이 있는 독수리 ’ 훈련은 바르샤바조약기구 소속의 한 국가에서 최초의 자유 총선이 있은 직후 실시되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고 덧붙였다.

 

동독. 군복무기간을 12개월로 단축

동독에서는 지난 3월1일부터 발효된 새 병역법에 따라 군복무기간이 12개월로 단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동안 양로원, 병원 등의 사회사업단체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도 있게 되었다. 서독에서는 현재 15개월의 현역복무와 20개월의 사회단체 근무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지난 13일 슈톨텐베르크 국방장관은 “소련의 현저한 군축이 계속된다면 서독의 군복무기간 단축도 고려될 수 있다 ”고 발표했다.

동서독의 병력규모를 보면 서독은 46만5천이고 동독은 14만3천이다. 서독은 42만까지 줄일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군축협상의 진전에 따라서는 그 이하로 감군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통일된 독일의 군사정책에 관해서는 나토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을 고집하면서 서독군의 폴란드국경까지의 전진배치(슈톨텐베르크 국방장관)나 동독의 비무장지대화(겐셔 외무장관)를 주장함으로써 동독군의 해산을 시사하고 있다.

동독의 호프만 국방장관은 동독군에 “병력이탈 현상들과 여타 문제들 ”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5백∼1천명이 탈영하는 등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럽안보협력회의 ’가 성공적으로 진척되면 동독은 병역제도를 6만∼8만 규모의 직업군인제도로 전환할 것도 고려중이라고 한다. 통일된 독일의 병력규모에 관해서는 15만∼20만으로 하고 장교는 현재의 동서독군에서 충당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구공산당인 민주사회당 출신 국방장관의 제안이므로 그 실현여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동독 사민당은 소련과 미국을 방문한 의장단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3월 2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뵈메 당수는 현재 동서독에 주둔하고 있는 외국군을 단계적 통일 과정에서 점차 철군시켜 3만명이라는 상징적 규모로 줄일 것과 서독군은 10만, 동독군은 3만으로 감군할 것을 제안했는데 일단 소련으로부터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방문한 사민당의 메켈 부당수는 3월9일 핵무기 철수가 새로운 유럽안보체제의 ‘조건 ’임을 밝혔고 이 입장은 미국 상원과 행정부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3월13일에는 서독의 슈톨텐베르크 국방장관이 빈의 재래식무기감축협상에서 합의가 이루어지고 나면 즉시 핵무기 협상을 시작할 것을 제의했다.

통일방식을 둘러싸고 현재 동서독에서는 서독 헌법 23조에 따른 통일안, 즉 동독을 서독에 흡수통합하는 안과 새로운 통일헌법에 의거한 통일안이 대립하고 있다. 어느 방식이 관철되느냐에 따라 동서독의 군축 속도는 물론 그 양상도 사뭇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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