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 TV 국내개발 연구 박차
  • 김재일 편집위원보 ()
  • 승인 2006.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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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억원 투자, 93년 시제품?95년 시판 목표··· 시장규모 1천억원 예상

서울 서초구 우면동 금성중앙연구소의 고화질(HD) TV 개발실에 들어서면 48인치 대형 TV수상기가 방송시간전의 화면조정 장면처럼 고정된 채 켜져 있고 10여명의 연구원들이 반도체가 덕지덕지 붙은 기판들과 오디오 장치들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선을 잇고 있다. 방이 크다는 것을 제외하면 중고 TV수상기를 수리하는 전파사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그러나 이곳이 바로 수년후 우리 산업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릴 고화질 TV 관련 부품을 개발하는 최첨단 기술들이 서로 만나는 장소이다. 가까스로 사진촬영을 허락받았으나 한 각도에서만 찍어야 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한 곳이기도 하다.

고화질 TV는 화질이나 음질이 기존 TV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TV화면 가로?세로의 비율이 기존의 4대 3에서 16대 9로 바뀌어 입체감과 현장감이 돋보일 뿐 아니라 음질도 콤팩트 디스크 수준까지 향상된다. 고화질 TV의 개발은 업계와 국민생활에 흑백 TV가 컬러 TV로 바뀐 것보다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금성중앙연구소와 金鍾奎박사는 말한다.

 

美?日?유럽 등 불꽃튀는 경쟁

현재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들은 고화질 TV가 가전산업 차원이 아니라 93년 이후 국가산업 전체를 좌우할 주도산업으로 보고 이의 개발을 위해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화질 TV 수상기의 세계시장은 94년에 4조원, 2000년에는 2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엄청나다. 선진국들이 후발국에 핵심적인 기술을 제공할 까닭이 없으므로 우리나라는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고화질 TV개발은 어디쯤 와 있는가?

고화질 TV 방송방식에는 기존 TV로는 시청이 불가능한 일본의 MUSE 방식, 기존 TV로도 시청할 수 있는 미국식, 그리고 유럽의 3가지 방식을 모두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어떤 방송방식을 택할 것인가 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외교적인 문제라고 보아 결국 미국방식으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정부와 업계는 앞으로 3년 동안 총 1천억원을 정부 40%?업체 60%의 비율로 투자, 92년말까지 TV세트 개발능력을 확보하고 93년까지 시제품을 생산해 95년부터는 양산체제에 들어갈 계획이다. 개발과제가 수상기, 디스플레이 장치, 위성방송국의 수신기 등 10가지로 분류돼 있는데 금성사?삼성전자?대우전자 외에 현대전자와 아남까지 합세, 각 부문의 개발을 신청중이어서 상공부는 4월말까지 업체간 개발부문을 조정할 예정이다.

금성사와 삼성전자는 일본 NHK 엔지니어 링서비스와 88년 11월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 고화질 TV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각각 50여명의 전문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두 회사는 NHK측으로부터 수신된 신호를 화면으로 변환하는 디코더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금년 6월까지 제공받는 대가로 각각 3천8백50만엔을 지불하게 된다. 금성사는 현재 고화질 TV 시스템 구성에 관한 원리를 파악하고 회로를 이해하는 단계이다. 이제 설계를 부분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는데, 일본방식 외에 미국?유럽방식까지도 빠른 시간안에 제품화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고 金박사는 설명한다. 올 6월에 디코더 기술이전이 완료되면 NHK에서 현재 하루 1시간씩 시험방송중인 고화질 TV 방송을 위성수신할 수 있다고 한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고화질 TV 분야에 눈을 돌린 삼성전자는 관련부품과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일본방식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미국 및 유럽방식은 삼성전자종합연구소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92년까지 디코더를 개발, 송신장비에서 발사한 신호를 디코더에 연결시키는 작업을 마치고 93년말에 연구제품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94년 연구제품을 보완해가며 시제품을 생산하고 95년에는 양산체제를 확립, 시판할 것이라고 삼성측은 밝혔다.

가전 3사 중 가장 늦게 이 분야에 뛰어든 대우전자는 30명을 투입, 고화질 TV 시스템?영상?회로?기구 등의 개발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상공부로부터 국내기업 최초로 ‘고화질 TV 디스플레이 시스템 구동회로 ’ 분야에 개발 지원금 2억1천만원을 얻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96∼97년 사이에 고화질 TV방송이 가능하리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국내시장규모는 95년에 1천억원, 2000년에는 3천6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 개발한 고화질 TV는 원가가 2백만엔 정도인데 이를 50만엔때까지 낮추면 상품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금성중앙연구소 李鍾山선임연구원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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