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논리 체계로 농협 비판하지 말라”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2006.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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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해 농협중앙회 전무이사 인터뷰

 
농업협동조합 중앙회 회장은 비상임이다. 회장은 이사회와 총회 의장으로서 종합조정 업무와 대외 농정 활동에만 치중하고 농협 50여개 부서를 총괄 관리하는 이는 김동해 전무이사다. 김전무는 정대근 농협 회장이 지난 5월12일 구속된 후부터 회장대행까지 겸하고 있다. 또 정부는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부문을 분리(신·경 분리)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7월1일 시행된 개정 농협법에 따라 신·경 분리 관련해 농협의 의견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6월30일까지 농림부에 제출해야 한다. <시사저널>은 최종 보고서 제출을 한 달 가량 앞둔 5월26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 본사 전무이사 사무실에서 김동해 전무이사 겸 회장대행을 인터뷰했다.
 
농협이 외부와 유리된 섬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농협이 한국 농촌 발전을 향한 진정성을 알리고자 애썼는데, 그 효과가 기대에 미치는 못해 안타깝다. 지금 농협이 주변으로부터 오해를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한국 농촌과 농협을 총합적으로 이해한 상태에서 농협을 비판하는 이는 드물다. ‘징검다리’처럼 농협을 둘러싼 갖가지 논란거리 가운데 필요한 것만 짜깁기해 상당히 왜곡된 논리 체계로 농협을 비판하는 이가 많다.

회장대행과 전무이사를 겸임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지난해 7월1일 시행된 개정 농협법은 회장은 비상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상임 회장은 지금까지 대외 농정활동에만 힘쓰지 조합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농협중앙회 본부에도 일주일에 두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농협을 총괄 관리하는 업무는 내가 맡고 있다. 이제 회장대행으로서 회장이 맡던 대외농정활동까지 떠맡고 있다.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다보니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왜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는가? 또 농협이 LG카드를 인수할 수 있으리라 보는가?
농협은 신용사업부문을 프랑스 크레디아그리꼴 같은 세계적 종합금융그룹으로 키우고자 한다. 동아시아는 지속적으로 팽창·성장할 것이다. 또 자본자유화와 금융시장 개방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금융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시점에서 한국이 동북아시아 중심 국가로 자리매김하려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토종자본을 육성해야 한다. 지금 토종자본이라는 할 수 있는 것은 농협밖에 없지 않은가. 정부는 토종자본이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이 자산규모 기준 세계 2위 수신규모 기준 세계 5위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는데 프랑스 정부는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LG카드 인수는 농협이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LG카드의 수익은 한국 농업 발전에 소요되는 공익기금이 될 것이다. 또 LG카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LG카드를 구한 것은 농협과 산업은행이다. 산은이야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 LG카드를 지원했지만 농협은 우리 돈을 들여 LG카드 회생에 앞장섰다. 신한지주회사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결과는 장담할 수 없으나 농협이 LG카드를 인수해야하는 정당성은 충분하다.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 이른바 ‘신·경 분리’에 대한 견해는?
신·경 분리가 과연 한국 농업 발전과 농민 이익 증대에 기여하는 방안인지를 신중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6월30일까지 신·경분리와 관련한 농협의 최종보고서를 제출하기로 되어 있어 농협의 공식 입장은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신·경 분리를 추진하는 기저에는 농협이 신용사업에만 치중하고 농민 수익 증대에 직결되는 경제사업은 소홀히 한다는 논리가 깔려있다. 농협은 지금 경제사업 활성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산지 농산물 50%를 농협에서 사들이고 있고 소비지 농산물 7%를 취급하고 있다. 농협은 앞으로 산지 농산물 구매 비율을 60%까지 높이고자 한다. 도시 판매망도 크게 확충해 소비지 농산물 취급 비율을 15%로 높이겠다. 경제사업 부문이 계획대로 활성화한다면 신·경 분리는 재고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신·경 분리는 신용사업 부문이 벌어들인 수익을 경제 사업에 지원하는 것을 막는다. 농협 내부 사정을 소상히 모르는 농림부 산하 신·경분리위원회 소속 전문가가 몇 차례 모여서 결정할만한 사안이 아니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지난 5월23일 신·경 분리와 관련한 용역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보고서 핵심 내용은?
외부 보고서는 신·경 분리를 시행 했을 때와 시행하지 않았을 때로 나누어서 농협과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아직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고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 지금 농협법은 신·경 분리의 타당성을 따지지 않고 일단 추진하는 것을 되어 있다. 하지만 신·경 분리가 농업 개혁 방안으로 적정한지를 검토하는 것이 선결과제 아닌가. 그 작업이 빠져있다. 과거 농업은행을 농협과 합친 이유를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신·경 분리는 섣불리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 지금처럼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농업과 농협에 악영향을 끼치면 그 책임은 누구 질 것인가.

경제사업 부문이 해마다 1천7백억 원 가량 적자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농협 경제사업 부문은 태생적으로 이윤이 남을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농협이 이윤이 남기려면 농민들에게 농산물을 싸게 사서 도시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아야 하는데, 그것은 협동조합 원칙과 맞지 않다. 과거 원가주의가 최선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변했다. 협동조합도 경영체제라는 개념이 생겨서 지도사업이나 지원 사업을 펼쳐서라도 우리 농촌이 비싸더라도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게 만들고 유통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높여 이윤이 남을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하고자 한다. 농협은 이윤추구가 지상 목표인 일반 유통업체와 다르다. 일반 유통업체는 우리 쌀을 수입 농산물을 팔기 위한 미끼상품으로 이용하는 짓도 저지르는데 농협이 같이 할 수 없지 않은가.

농협이 정치력과 경제력이 막강하다보니 외부에서 농협개혁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알다시피 농협은 경제조직이다. 경제조직이 정치력 있어야 얼마나 있겠는가. 이러한 오해는 농협을 과대평가한 탓이다. 또 외국 선진 협동조합을 살펴보면, 농촌 지도나 지원 같은 핵심 사업은 본부에서 수행하지만 갖가지 영리 사업은 자회사가 시행한다.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은 자회사가 2백 개가 넘고 일본 농협은 3천여 개나 된다. 세계적 추세를 보더라도 농협이 지금 보유한 자회사 수는 많지 않다. 농협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경제사업도 활성화해 돈을 많이 벌어야 농촌 지원에 소요되는 자금도 마련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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