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일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6.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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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유 사기 피해자들, 살인·총격 사건 일으켜

 
“빵”. 지난 5월9일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국내 최대 다단계 회사 제이유그룹 본사 2층 운영위원장실에서 한방의 총성이 울렸다. 대구에서 올라온 제이유 회원 3명이 밀린 수당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몰래 숨겨 들여온 총기를 발사한 것이다. 현장을 파악한 한 제이유 관계자에 의하면 이날 사제 권총으로 추정되는 총을 쏜 이의 손에서는 발사 직후 피나 흘렀고, 총탄은 운영위원장을 비켜가 캐비넷을 맞고 떨어졌다고 한다.  

 인근 주민과 행인들에게 들릴만큼 커다란 총소리는 곧바로 강남경찰서 소속 신사지구대에 112 신고 접수됐다.  그러나 신사지구대 소속 경찰관이 현장 출동하자 어쩐 일인지 양측은 별일 아니라며 경찰관을 되돌려 보내려 했다.당시 출동한 담당 경찰은 “운영위원장이 채권채무관계로 홧김에 사건이 벌어졌다면서 흥분해서 일어난 일이고 사람이 총에 맞지 않아 제이유 내부에서 원만히 마무리할테니 선처해달라고 해서 총 쏜 사람을 현장에서 훈방조치하고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사제 총기를 압수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사건에 이용된 총이 사제 권총이 아니라 가스총이었다고 했고, 사람을 향하지 않고 허공에 공포탄을 쏘았다고 했다. 나는 가스총 번호만 적어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 초동 상황을 아는 이들은 가스총이라는 경찰의 주장과 달리 총기가 사제권총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진위가 불분명하다. 경찰 상부에는 이 사건이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제이유에서는 경찰을 무마해 돌려보냈고, 총격사건을 일으킨 사업자들에게 보상을 약속한 뒤 쉬쉬한 채 넘어갔다. 

 2천억대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 사기 및 방문판매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는 제이유 그룹(회장 주수도) 피해자들 사이에 끔찍한 사건사고가 그치지 않고 있다. 5월16일 밤에는 부산시 북구 화명동의 한 아파트에서 제이유 회원인 현직 여교사가 남편에게 폭행당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27년간 교직에 몸담아온 박아무개 교사(54, 부산 ㅅ초등학교 보건교사)는 지난해 4월 지인의 권유로 제이유 네트워크 회원에 가입해 노후대비자금 2천만원을 투자했다. 처음 몇 달간 약속한 수당이 나오더니 이내 끊기자 박씨는 수당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제이유에서는 추가 투자를 요구해 박교사는 대출을 내서 1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려주며 소비생활 점수를 높였다. 그러다가 결국 지난해 말 제이유네트워크는 문을 닫았다. 

제이유측, 총 쏜 사업자들에게 보상 약속

 교사 월급 3백만원을 은행 대출 이자 갚는 데 쏟아붓던 박교사는 지난 4월20일 급기야 남은 주택을 담보로 남편 모르게 7천6백만원을 빌려 한꺼번에 추가 매출을 올렸다. 회사의 약속대로라면 추가 매출로 매일 100만원의 수당이 나와야 했지만 이는 박교사의 착각이었다. 불안감에 떨던 박씨는 고민 끝에 5월16일 밤 남편에게 제이유에 2억5천만원을 투자해 날리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주변에 잉꼬 부부로 소문난 박교사 부부에게 이날은 비극의 밤이었다. 제이유 회원이 되어 2억원대의 빚을 졌다는 아내의 고백을 들은 남편은 큰 충격을 받고 밖으로 나가 술에 만취해 돌아온 뒤 화를 삭이지 못하고 아내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이튿날 남편을 체포한 뒤 상해치사죄로 구속했다. 

이런 비극적인 사태는 제이유그룹의 불법행위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벌어지는 와중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 4월 하순부터 제이유 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사기 마케팅으로 인한 피해자 조사를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러나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제이유 주수도 회장은 피해 대책을 마련한다며 지금도 버젓이 회사를 나오고 있다. 

 5월30일 기자는 제이유 본사에서 한시간 여에 걸쳐 주수도 회장을 면담했다. 끊임없는 피해자 사건 사고에 대해 그는 검찰과 언론 탓으로 돌렸다. “언론보도와 검찰 수사로 제이유가 내부붕괴 직전 단계에 처해 있다. 자칫하면 안생길 피해마저 계속 나올 것 같다”.
 그는 이어 자기가 구속되면 피해자 보상이 어렵게 된다며 배수진을 쳤다. 지난 5월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회장을 고소하겠다고 밝힌 피해자 대책위원회 소속 125명의 회원들이 결국 고소장 접수를 미룬 것도 주회장의 이런 설득이 주효했기 때문이었다.

주회장은 만일 언론과 검찰이 제이유를 가만 놔뒀더라면 기존 사업 방식으로도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투자 자금 250%의 수익금 지급을 골자로 한 주수도식 마케팅은 결국 사기극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한 결과 제이유의 주장은 만일 4천8백만 국민 전체가 제이유 회원으로 가입해 투자한다고 해도 불과 1.6%만이 약속된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머지 98.4%는 사기 피해자로 둔갑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동안 제이유가 약속한 수당을 꼬박꼬박 받은 상위 사업자는 바로 1.6%에 속하는 사람들로서 정관계 인사들의 가족이 이 자리를 차지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검찰은 약속된 수당을 어김없이 지급받은 이들의 신원을 파악해 정관계 인사들 가족 회원 특혜 의혹의 실체를 밝혀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수도 회장은 기자에게 6월까지는 피해자 보상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이제는 어렵게 됐다고 실토했다. 제주도와 강화도 땅이 보상 재원이었는데 오너가 구속되면 그 땅 사업 가치가 떨어져 보상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느냐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그가 피해자 보상 재원이라고 주장하는 제주도 오라관광단지 사업 부지와 강화도 땅에 대해서도 모든 현장 실사을 거쳐 사기극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주수도 회장 “6월 내 피해 보상은 어렵다”

이처럼 피해보상 카드를 꺼내 어떻게든 구속을 모면해보려는 주회장의 전략은 그러나 스스로 표현했듯이 내부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주회장은 최근 피해를 입은 사업자 대표에게 제이유그룹 경영권을 넘겼다. 신동진 사업자 대표는 취임 후 기존의 제이유 마케팅을 사기극이라고 규정했지만 얼마지 않아 사업자 대표단 에 내분이 생겨 그룹 운영이 붕괴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그동안 제이유 그룹을 수사해온 검찰은 제이유 사태가 단순히 주수도 회장 한사람만을 구속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단계 피해의 악순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그의 소환 시기를 미루며 전방위 조사를 펼쳐왔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피해자를 하나라도 더 구제하라고 시간을 준 셈인데 갈수록 피해자만 늘어나고 내부 사태가 복잡해져 그를 잡아들이는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결국 연매출 2조원대에 35만명의 회원을 가졌다는 국내 최대 다단계 업체 제이유의 운명은 6월을 기점으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그 향배는 유사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양산해온 다른 다단계 및 방문판매 업체들의 불법적인 사업방식과 법적 처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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