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클릭 하면 조상 이름이 ‘번쩍’
  • 장영희 전문기자 (view@sisapress.com)
  • 승인 2006.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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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전자 족보’ 만든 김정현씨
 
김정현씨(46)는 지난 1년6개월 동안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자지 못했다. 생업(유통업)에 바빠서? 아니다. 이제는 이해해주지만, 부인도 불만스러워했다. 남편이 돈도 안 되는 일에 주야장천 매여 가족에게 소홀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무리 눈치를 줘도 굴하지 않으며 김씨가 몰입한 일은 ‘전자 족보(www.kwangsankim.co.kr)’였다. 광산 김씨 시중공파 자손인 그는 정체 모를 소명 의식에 사로잡혀 지난해 초 4만 3천여 명의 조상을 가상 공간에 옮기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 작업은 맨땅에 헤딩하기와 같았다. 컴퓨터 문외한이라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보안망 등 기초부터 배워야 했고, 멀게는 수백년 전 사람들이라 딱히 물어볼 수도 없어 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전자 족보에 ‘으뜸’이라는 말을 붙여도 손색이 없다고 자평했다. 기존에도 전자 족보로 칭해지는 것이 있었지만, CD 형태이거나 문서 파일로 불러올 수 있을 뿐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개발하면서 어떻게 하면 족보와 친하지 않은 젊은 세대와, 인터넷과 친하지 않은 노년 세대를 동시에 끌어들일 것인가를 궁리했다. 모든 한자에 한글 토를 달고 세로 내려쓰기가 아닌 가로쓰기를 하며, 웬만하면 요즘 문장으로 고친 것도 젊은 세대를 위한 배려. 노인층에는 돋보기 버튼을 두어 확대된 글씨를 보게 하는 등 접근을 쉽게 했다.

그가 남녀 평등을 구현하려고 했다면 너무 거창할까. 입력 화면에 배우자 부친뿐 아니라 모친 이름도 넣어 그 후손들이 외할머니의 존재를 알게 한 것이 좋은 예다. 기존 족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입력 화면과 출력 화면, 그리고 다양한 검색 기능을 갖춘 으뜸 전자 족보라는데, 특히 광산 김씨라면 한번쯤 열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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