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속 지방선거
  • 이윤삼 편집국장 (yslee@sisapress.com)
  • 승인 2006.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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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의 편지

4년 전인 2002년 지방선거 때도 꼭 그랬던 것 같다. 월드컵 기간 중 실시됐던 2002년 6·13 지방선거는 월드컵 열풍에 휩싸여 많은 유권자가 선거의 결과와 의미를 차분히 따져볼 기회가 없었다. 물론 이번 5·31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뉴스가 적었던 것은 아니다. 열린우리당 참패와 한나라당 압승 뉴스는 봇물을 이루었다. 여당의 패배와 분열, 향후 정국 재편, 대통령 예비 후보들의 이해득실에 대한 기사는 넘쳐났다. 그러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라는 지방선거를 쥐락펴락했던 것은 중앙 정치였기 때문에 언론의 분석 준거틀도 모두 중앙 정치였다.

그러나 월드컵을 승패와 관계없이 즐기면서도 꼭 따져봐야 할 대목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많은 언론이 보도했던 것처럼 ‘젊은 층, 전문직, 여성, 고학력 후보들이 많이 당선되었는가’하는 질문이다. 언론은 지방선거 ‘후보’를 분석하면서 ‘지방정치의 르네상스’를 점쳤다. 강력한 여풍(女風)의 도래를 관측한 기사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신한 인재가 많이 뽑혔을 것이라는 ‘이미지’가  유권자들의 뇌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과연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2002년과 2006년 지방선거 당선자 현황을 비교해 보면 약사·의사·변호사·언론인 등 전문직 출신 당선자는 각각 48명과 31명으로 숫자는 오히려 줄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주류는 정당·정치인으로 각각 1천3백43명, 1천4백39명이었다. 나이도 똑같이 40대,50대가 각각 77.4%, 79.8%를 차지해 변화가 없었다.

반면 여성 당선자의 비율은 늘었다. 2002년에는 1백42명(3.2%)이던 것이 이번 선거에서는 5백28명(13.6%)이나 당선되어 10% 이상의 증가를 보였다. 그러나 속을 뜯어보면 광역단체장 당선자는 전무했고, 기초단체장 3명, 광역의원 32명, 기초의원 11명에 불과했다. 광역·비례대표의 50% 이상을 공천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이 없었다면 2002년 선거보다 나을 게 없다. 다만 학력 부문에서는 대졸·대학원졸 이상이 많이 늘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으로 가는 길목은 정당·정치인이 아닌 전문직, 젊은 층, 여성 출마자에게는 좁고 짧았으며 당선자의 ‘질적 업그레이드’는 없었다. 더구나 어느 학자가 지적한 대로 ‘중앙선거’가 압승을 거두었고, ‘지방선거’는 참패했다. 정당공천제, 정당 공천권의 지방 이양에 대한 냉정한 평가 등 지방선거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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