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들의 컴백 쇼 ‘오디션’ 후끈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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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재·보선 한나라당 공천 경쟁, ‘본선’ 압도…강삼재 등 복귀 여부 주목
 
7월26일 재·보궐 선거는 최소한 네 곳에서 치러진다. 서울 성북 을, 서울 송파 갑, 경기 부천소사, 경남 마산 갑 등 네 곳은 확정되었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열린우리당 이호웅 의원(인천 남동 을)과 민주당 한화갑 의원(무안·신안)이 6월26일까지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확정 판결받으면 여섯 곳이 된다.

확정된 네 곳은 이미 선거전에 돌입했다. 여야 후보들의 선거전이라는 ‘본선’보다 한나라당 내부 경쟁, ‘예선’이 더 치열하다. 이번 선거도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거물들의 복귀 여부도 관전 포인트이다.

한나라당 김정부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마산 갑에서는 한나라당에서만 열네 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강삼재 전 의원을 포함해 김호일 전 의원, 이주영 전 의원 등이 뛰어들면서 후끈 달아올랐다. 강삼재 전 의원이 한나라당 문턱을 넘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강 전 의원은 마산에서 내리 5선을 했다. 마산은 그의 안방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한 후보측이 마산 갑 유권자 1천56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강 전 의원 인지도는 84.6%에 달했다. 다른 후보들의 인지도가 30%대에 머문 것과 비교해보면 압도적이다. 7·11 전당대회의 당권주자로 나선 강재섭 의원도 그의 복귀를 지원하면서, 강 전 의원이 무난하게 공천을 받지 않겠느냐는 대세론이 일었다. 

하지만 역풍이 불고 있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의 아킬레스건인 ‘안풍’ 사건이 재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그의 등장으로 ‘차떼기’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졌다는 쓴소리가 터져나왔다. 강재섭 의원과 당권경쟁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오 원내대표와 소장파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지역 민심까지 꿈틀대고 있다. 마산YMCA·경남 민주언론시민연합·마창(마산·창원) 환경운동연합 등 열한 개 시민단체들도 강삼재·김호일 전 의원 공천을 반대했다. 지난 6월20일 현지 실사를 벌인 한 공천심사위원은 “강삼재 전 의원이 인지도는 월등한데, 반대 분위기도 만만치 않았다”라고 전했다.

한나라당 경남도당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반(反)강삼재 연대 움직임도 또 하나의 역풍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뒤늦게 뛰어든 이주영 전 의원을 경남도당이 강삼재 대항마로 민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최근까지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그는 16대부터 자신의 지역구인 창원을 관리해왔다. 그런 그가 마산으로 방향을 튼 것을 보면 정치적 보장을 받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소장파 후보들 가운데서는 오승재 전 부대변인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래연대 출신에다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핵심인  박계동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의 특보를 역임하며 소장파 대표주자로 나섰다. 이 외에도 최성모 제6정책조정위원회 부위원장, 박정근 호서대 교수, 이강석 전 국방대 교수, 이재승 마산대 교수, 이재희 경남도의회 의원, 정상철 시의원, 박정성 해군 예비역 소장, 문봉섭 ATI 인터내셔널 그룹 대표, 김영길 전 문화방송 기자, 장철규 사회문제연구소 소장 등이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 김성진 전 행자부 정책보좌관, 김익권 전 마산시의원, 하귀남 변호사, 이만기 교수 등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출마를 부인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지난 총선 때 출마한 주대환 전 정책위원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거물의 복귀가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지역은 서울 성북 을이다. 6선의 조순형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열린우리당 신계륜 전 의원의 지역구인 이곳은 조 전 의원이 일찌감치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 곳 모두 한나라당 압승 예상

그러나 그가 넘어야 할 민주당 문턱이 낮아 보이지는 않는다. 당내 상황 때문이다. 한화갑·장상 공동대표 체제로 바뀌기는 했지만, 민주당은 사실상 한대표 체제다. 그런 한대표가 조 전 의원의 공천에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터 쓴소리’ 조 전 의원이 한화갑 대표 체제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반한화갑 진영이 조 전 의원을 공천하라며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조 전 의원측은 여차하면 무소속 출마까지 불사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조 전 의원에게 맞서 임영화 변호사도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공천 신청을 한 두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을 영입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는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뜨거운 감자다. 전력 때문이다. 청와대 치안비서관, 경찰청장 등을 거친 참여정부 최대 수혜자가 한나라당 후보로 적합한지를 두고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한 공천심사위원은 “당선 가능성뿐 아니라 당 공헌도도 공천 기준이 된다”라고 말했다. 당 공헌도에서는 최수영 당원협의회장이 앞서 있다. 이 외에 조춘구 뉴라이트 성북연합 공동대표도 출사표를 던졌다.

열린우리당 후보는 한때 신계륜 전 의원의 부인이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가능성은 낮다. 열린우리당은 중량감 있는 외부 인사 영입을 시도 중이다. 민주노동당은 박창완 당 예결산위원장을 후보로 확정했다.

조순형 전 의원과 함께 대통령 탄핵 주역인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의 ‘컴백설’도 정가에 퍼졌다. 최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김문수 당선자의 지역구인 부천소사 출마를 저울질했다. 실제로 최 전 대표측은 김문수 당선자에게 지원 여부를 타진했다. 하지만 김 당선자측은 자신의 보좌관 출신이자 경기도 공보관을 역임한 차명진 후보를 지지하기로 교통정리를 끝냈다. 고심 끝에 최 전 대표는 출마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 입’에 맞선 열린우리당 후보는 ‘청와대의 입’이다. 김만수 전 대변인이 일찌감치 표밭을 다지고 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김 전 대변인은 김문수 당선자에게 맞서 득표율 40%를 기록했다.

민주당 후보로는 17대 총선 때 나섰던 조영상 변호사가 다시 공천을 신청했고, 열린우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복귀한 김명원 전 환경관리공단 감사가 조변호사에게 도전장을 냈다.

맹형규 전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뛰어들면서 의원직을 내놓은 서울 송파 갑은 이회창 전 총재의 ‘정중동’ 행보 때문에 화제다. 당내에서 이 지역구는 ‘이회창 지역구’로 통한다. 1999년 이 전 총재는 송파 갑 재·보선에서 당선했다. 이번에는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이흥주 특보가 이회창 연고권을 내세우며 공천을 신청했다. 정인봉 전 의원, 주진우 전 의원도 공천 신청을 했다.

 물론 이 전 총재가 직접 움직이지는 않고 있다. 다만 출마자들이 이회창 후보를 찾아와 지원을 요청하면 이 전 총재는 ‘이흥주 특보가 저렇게 고생하는데, 내가 누구를 지원하느냐’는 식의 간접화법으로 속내를 드러냈다고 한다. 한 공천심사위원은 “이 전 총재가 직접 전화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의 의중을 알고 있기에 들어줄 수도, 그렇다고 안 들어줄 수 도 없다. 고민이 많다”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김영술 변호사와 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이 하마평에 오른다. 사무부총장과 강금실 캠프의 상황실장을 역임한 김 변호사는 “지도부와 상의해 조만간 결단을 내리겠다”라고 말했다.

7·26 재·보선 결과는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본선보다는 오히려 거물들의 예선 통과 여부가 더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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