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도 노동자다”
  • 장영희 기자 (view@sisapress.com)
  • 승인 2006.07.1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과 사람] 이혁 대한전공의 노동조합 초대 위원장

 
의사와 노조가 만났을때? 썩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겠지만, 이를 단호히 거부한 이들이 있다. 물론 전문의가 아닌, 의사 세계의 긴 사닥다리에서 첫발을 걸친 전공의들이 지난 7월5일 역사상 첫 의사 노조를 출범시킨 주역들이다. 전공의는 의과대학을 졸업해 의사 면허를 딴 뒤 전문의가 되기 위해 인턴(1년)과 레지던트(4년) 과정을 밟고 있는 의사를 말한다. 현재 전국 2백40여 개 병원에서 1만6천여 명의 전공의가 수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대 대한전공의노동조합 위원장은 이혁 대한전공의협의회장(34·가톨릭중앙의료원, 내과 전공의). 그에게 첫 질문은 ‘왜 의사 노조인가’가 되어야 할 터. 그의 대답은 이랬다. “전공의협의회라는 임의 조직의 틀로 지냈지만, 전공의가 처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노동자로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노조를 택했다. 이미 3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이위원장은 노조 출범의 목적으로 표준화된 전공의 수련안 마련과 전공의 처우 개선, 법적 지위 보장 등을 꼽았다. 지난 50년간 굴려온 현재의 전공의 수련 시스템은 우선 병원별로 제각각이고, 심지어 4년 동안 자기 전공 환자를 단 한 명도 진료하지 못한 채 수련을 끝내야 하는 기막힌 일도 왕왕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가 표준 수련안 마련을 협상 파트너인 병원협회측에 첫 번째로 요구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공의의 처우 개선 대목에서는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법정 근로시간보다 두 배가 많은 주당 80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이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에 이르고 1백20시간이 넘는 노동 착취 수준도 세 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월급은 평균 2백만원 수준. 병원을 집같이 살다시피 하며, 심지어 병원의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잡역부 처지로 노동부 근로감독관조차 ‘병원이 이런 사각지대인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위원장은 “전공의들은 지쳐 있다. 환자가 처음 만나는 의사인 전공의들이 피곤하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문직 노조의 전범이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힌 그는 내년에 전문의가 되지만, 후배 전공의들을 뒤에서 힘껏 도울 작정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