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개근생’을 돕는다
  • 이상건(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
  • 승인 2006.07.1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초튼튼재테크]

 
투자로 돈을 버는 방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 이 쉬운 말을 그러나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비쌀 때 사서 싸게 판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절묘한 타이밍을 찾기를 원한다. 바닥에서 사기를 원하고, 꼭대기에서 팔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신(神)을 제외하고 누가 절묘한 투자 시점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시장의 특성 중 하나는 연중 극히 일부 기간에만 큰 폭으로 오르거나 하락한다는 점이다. 

이는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 모두 마찬가지다. 주식 투자를 해 본 이들은 알겠지만, 지루한 조정을 받을 것 같았던 시장이 갑자기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가파르게 오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1년 중 시장 바깥에서 아무 것도 투자하지 않고 있으면 투자 수익률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1980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의 대표적인 우량주 5백개로 구성된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 500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17.6%였다. 이 기간에 주가가 가장 크게 오른, 즉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열흘 동안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수익률은 12.65%로 낮아진다. 만약 수익률이 높았던 20일 동안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수익률은 더 떨어져 9.3%에 그친다. 

10년 동안 주식 시장이 열린 날 중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30일간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수익률은 얼마되었을까. 고작 6.5%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1년 중 단 30일 동안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수익률은 형편없이 떨어진다. 그러나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30일을 인간이 과연 어떻게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인가.  

포트폴리오 구성해 장기 투자하라

또 다른 통계도 있다. 전설적인 가치주 펀드인 트위디 브라운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투자 수익의 80~90%는 전체 보유 기간의 2~7% 사이의 기간에 발생한다’. 참고로 트위드 브라운은 가치 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증권 계좌를 갖고 있었던 곳이고, 최근 35조원에 달하는 기부로 나눔의 철학을 실천한 워렌 버핏이 버크셔 헤더웨이의 주식을 매입할 때 이용했던 회사이다. 80년 가까운 투자 경험을 통해서 이들은 투자 수익이 전체 보유 기간의 2~7%라는 짧은 기간에 발생한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에는 과거 15년간 두 번의 대세 상승이 있었다. 한 번은 1987~1991년으로 88올림픽 특수, 3저 호황 등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크게 늘어나면서 아파트 값이 연일 폭등했다. 그 후 1990년대 분당·일산 등 5대 신도시에서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1997년 외환 위기 전까지 하락 조정 후 소폭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1997년과 1998년에는 폭락을 했고 2000년이 되어서야 외환위기 이전 가격을 회복했다. 

집중적으로 아파트값이 오른 시기는 2001~2003년이었다. 그 이후에는 소위 ‘버블 세븐’이라는 서울 강남·목동 등 1급 주거지의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올랐다. 1992~ 2005년 13년 기간 동안 정작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시기는 2001년~2003년 단 3년 동안이었다. 

오르는 기간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투자 방법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늘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다. 매매 시점을 맞추기보다 포트폴리오를 짜 장기 투자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방법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적립식 펀드 등을 이용해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규칙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시장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