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완벽하게 만들면 흥행 폭발하리라 예상”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6.08.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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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제작자 최용배 청어람영화사 대표 인터뷰

 
“<살인의 추억>(5백40만명)을 넘기는 게 소망이다. 차승재 대표(<살인의 추억> 제작자)에겐 미안하지만.” 영화 <괴물>의 관객수를 예측해보라는 말에 청어람영화사 최용배 대표(43)가 말했다. 얼굴이 환하다.

<괴물>의 흥행 가속도가 무섭다. 개봉 8일만인 8월3일 현재 유료 관객수 4백70만명. 한국 영화사의 신기록이다. 아마 이 책이 나올 때쯤이면 최대표의 ‘소망’도 훌쩍 넘어설 듯싶다. 물론 <괴물>의 흥행 질주는 스크린 수 6백20개라는 물량 공세 덕을 봤다. 영화진흥위원회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스크린수는 1천6백48개(301개 극장). 이중 38%가 <괴물>에게 장악당했다. 이에 대한 반발이 영화계 내부에서도 나오는 형국이다.

지난 8월3일, 서울 강남의 청어람영화사 대표실에서 관심과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괴물> 제작자 최용배 대표를 만났다.

봉준호 감독이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자 선뜻 ‘오케이’했다고 들었다.
2002년 봄에 봉준호 감독을 만났을 때였다. 그와는 이미 차기작을 함께 하기로 계약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봉감독이 뜸을 들이더니 사진 한 장을 달랑 내놨다. 네시 호의 괴물 뒤편으로 63빌딩을 합성한 사진이었다. 확신은 다음이고, 우선 답을 해야했다. 그때 순간적으로 나도 물가를 보고 있으면 뭐가 덮쳐오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한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그렇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개연성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물론 봉감독이 꺼낸 말은 지킨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도 한국에서 이런 영화 만들어보자는 욕심이 들었고.

컴퓨터그래픽(CG)을 사용한 한국영화들이 대부분 실패했다. 부담감이 컸을텐데.
감독이 누구냐가 결정적이다. CG를 사용한 영화가 실패할 때 70~80%는 감독 책임이다. 그리고 20~30%가 제작자 책임이다. 나는 감독을 믿었고,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고 봤다. 미국에서 이미 수백편이나 만들어 보여줬는데 뭐···.

CG 작업을 외국 업체와 함께 했는데, 국내 업체들은 고려하지 않았나?
조직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을 해봤느냐가 선정 기준이었는데, 그런 조건에 맞는 한국 업체가 없었다. 우리가 처음 손잡은 업체는 뉴질랜드의 웨타였다. <반지의 제왕> 1편이 성공한 직후였다. 2003년부터 봉감독과 크리처 디자이너 장희철씨가 웨타와 함께 괴물 디자인을 진행했다. 아직 시나리오도 나오기 전이었다. 하지만 2005년 1월 웨타가 약속(3백만달러)보다 훨씬 높은 7백만달러를 요구해왔다. 그래서 업체를 미국의 오퍼니지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오퍼니지에는 한국인 아티스트가 있어서 봉감독을 잘 알고 있었다. 또 오퍼니지는 <슈퍼맨리턴즈> <해리포터4> 등에 참여했지만 리딩 컴퍼니는 아니었는데, 리딩 컴퍼니로 크리처 무비(Creature Movie)를 맡고 싶어했다. 2005년 7월 오퍼니지와 계약한 뒤, 웨타에서 디자인한 사람 크기 석고 주물을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로 입체 스캐닝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흥행은 얼마나 예상했나?
<살인의 추억>을 만든 봉준호 감독이 가족 이야기를 만들고, 송강호·변희봉·박해일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위력적이다. 그런데 거기에 괴물이 들어가면서 갑자기 위험한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괴물이 얼마나 잘 만들어지느냐가 관건이었다. CG 영화는 완성도가 95%라도 못봐준다. 1%나 99%나 덜된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잘 만든다면 (괴물이) 없는 것보다 폭발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 데이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만큼, 그것을 활용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데.
원하는 이들에게 우리가 가진 괴물 자료를 이용해 5~10분짜리 단편 영화를 찍도록 할 생각이다. 그렇게 만든 작품을 모바일로 서비스할 생각도 있다. 물론 ‘괴물 서비스 버전’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다음 작업을 할 감독과 팀을 확보하는 것이다.

<괴물> 속편이 나오나?
지금 결정된 게 없다.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배급·제작자 중 한 명인데, 어떤 영화를 지향하나?
<괴물>은 2001년부터 기획했다. 2003년까지는 배급사로서 <결혼은 미친 짓이다> <장화, 홍련> <싱글즈> <바람난 가족> 등을 배급했고, 2004년부터 <효자동 이발사> <작업의 정석> <흡혈형사 나도혈> 등을 제작했다. 영화를 시작하면서 명작·실험작·의미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그는 독립영화협회 활동가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항상 베스트만 할 수는 없지만, 제 또래들도 같이 재미있게 보는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선택> <여섯 개의 시선> <용서받지 못한 자> 같은 ‘작은 영화’도 배급했던데.
보통 배급사들은 큰 영화 사이에 소규모 외화를 끼어넣어 배급한다. 잉여배급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나는 외화가 아니라 작은 한국영화에 그 기회를 주었다. 신인감독, 독립영화 감독의 작품이 청어람 배급망을 타면 주요 극장에 걸릴 수 있고, 그러다보면 새 감독을 찾을 수 있다. 장 진 감독과 함께 제작·배급한 <묻지마 패밀리>를 통해 발굴한 박광현 감독(<월컴투동막골>)이 그런 사례다. 또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감독과는 호스트바를 소재로 한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영화배우 이문식씨가 “<괴물>의 선전은 기뻐할 일이지만, 최다 스크린을 잡은 게 박수칠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하면서, 영화계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영화인들끼리 시기·질투하는 이상한 방식으로 문제 제기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경쟁작에 대해 그렇게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괴물>이 6백20개, <한반도> <플라이대디>까지 합하면 국내 스크린의 80% 이상을 한국영화 세 편이 차지하면서 작은 영화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지적인데.
힘있는 배급사가 극장을 소유하지 않은 힘없는 배급사와 경쟁하면서 억지로 프린트 수를 늘린다면 문제다. 하지만 <괴물>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우리는 5백50개의 프린트만 냈고, 70개는 극장이 자체적으로 늘려서 상영하고 있다. 자제해달라고 말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극장이 그런 것 못하게 하는 쿼터제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제도적 보완책을 고민해야지, 비방하듯 말하면 안된다. 복합적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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