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칸트’의 오차 없는 시간표
  • 장영희 기자 (view@sisapress.com)
  • 승인 2006.08.05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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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의 사소한 습관]

 
생활이 ‘규칙적이고 정확한’ 것에 등수를 매긴다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가 김상조(44) 교수이다. 쾨니히스베르크 주민들이 그가 산책에 나서는 것을 보고 시계를 오후 4시로 맞추었다는 임마누엘 칸트처럼. 최근 김교수에게 ‘습관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의 답은 이랬다. “습관? 규칙적이고 일정하게 생활하는 것이 습관이 될까? 내게는 오래된 습관이다.”

그의 하루 일과는 경천동지할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거의 변함이 없다. 새벽 1시에 잠들어 6시에 일어난다. 오전 7시15분 집을 나서 아이를 차로 학교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 주차장에 차를 갖다놓은 후 지하철을 이용해 학교로 출근한다. 학교 도착 시간은 8시30분. 만약 출근 지하철을 타기 직전에 가판대에서 ‘그가 가진 상식의 대부분을 제공하는’ 조간 신문을 사지 않거나, 연구실로 올라가기 직전에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빼들지 않거나, 연구실에 들어선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e메일 체크하기’가 아니거나, 학교 식당에 들어서는 때가 정오 혹은 오후 6시가 아니라면 그는 일상 궤도를 상당히 이탈하는 것이다.

철학자가 아니라 경제학자여서일까. 그에게 산책은 호사스러운 행위다. 학교에 머무를 때 그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본분인 강의를 하거나 강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성대 교수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으로서 훨씬 더 유명한 것에서 드러나듯이, 센터 관련 일을 ‘못 말리게’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귀가 시간이 늘 빨라야 밤 10시가 될밖에. 흔히 대학 교수 하면 좋은 것으로 5개월이 넘는 ‘휴가’를 꼽지만, 그에게는 방학도 없다. 심지어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에도 절반은 출근한다.

사실 그가 규칙적이고 정확한 생활 습관을 가지게 된 것도 너무나 많은, 해야 할 일을 칼같이 하기 위해서다. 그는 ‘해야 할 일, 혹은 하겠다고 약속한 일을 방기하거나 스스로 설정한 규율을 깨는’ 것을 자신에게 용납할 수 없는, 죽기보다 싫은 일로 꼽았다. 이렇게 똑 부러지니 그를 아는 이들이 ‘성실하고 반드시 약속을 지키며, 신뢰할 수 있고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하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한국판 칸트’ 김교수는 이런 칸트의 명언을 알고 있는 것일까. ‘나는 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할 수 있다. 나처럼 행동하라고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 또 다른 칸트의 명언에 따르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을 사랑하며, 어떤 일에 희망을 가지는 것이 행복의 원칙'이라는데, 그의 희망은 무엇일까. 그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기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아닌 남의 행위로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피해를 당했을 때 사적 구제 혹은 사회적 구제 장치가 갖춰진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민주주의의 기초 인프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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