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여행’ 큰코 다친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6.08.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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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부, ‘여행 경보 국가’ 리스트 공개…4단계로 구분, 이라크가 가장 위험해

 
올해 한국인들이 타국에서 수난을 겪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6월7일 나이지리아 삼각주 지역에서 대우건설 노동자들이 무장 세력에 납치되는가 하면 4월에는 소말리아 해상에서 동원호 선원들이 나포되었다.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 종교 행사에 참가하려던 기독교인들이 현지 치안 사정을 이유로 정부와 마찰을 빚다 모두 철수하는 일이 있었다.

국력이 성장하면서 한국인들이 외국으로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최근에는 한국인 방문지가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남미·중동·아프리카 등 오지까지 확대되고 있다. 남들이 가지 못한 특별한 곳으로 여행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현지 정보가 없이 무작정 떠났다가는 분쟁에 휘말려 곤욕을 치를 수 있다.

외교통상부는 치안 상태가 불안하거나 테러 위험이 있는 국가에 대해 4단계로 등급을 나눠 여행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경보 국가 가운데는 누구나 다 아는 전쟁 지역도 있지만, 의외의 분쟁 국가도 있다. 이색 체험과 오지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여행 경보 국가 리스트를 소개한다. 등급이 높을수록 위험성이 큰 나라들이다.

여행 경보 1단계 : 여행 유의
여행 유의 등급 국가는 해당 지역 여행을 취소할 필요는 없지만, 신변 안전에 다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나라다. 태국 남부 지역파타니·나라티와트·얄라 주 등이 해당된다. 태국 주류 사회는 불교 신도들이지만 태국 남부는 주로 모슬렘들이 살고 있으며, 이곳 주민들은 태국으로부터 독립 분리를 바라고 있다. 최근에는 모슬렘 반군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모슬렘들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리아는 1993년 에리트리아가 독립한 이래 국경 문제로 교전을 계속하고 있다. 인근 소말리아 내전과 관련해 에티오피아가 정부군을, 에리트리아가 이슬람 반군을 지원하면서 이 지역 정세가 불안해졌다. 두 나라 모두 경보 1단계 위험 국가다. 에리트리아는 최근 자국 내 체류 중인 전 외국인에게 이동 제한 조처를 내렸다.

케냐는 내전이나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는 아니지만 극심한 치안 불안과 범죄가 기승을 부려 위험 국가 1단계 명단에 올랐다. 이곳 무장 강도들은 국회의원이나 유명한 인사 집을 골라 터는가 하면 지난 5월30일에는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택시 기사를 상대로 한 강도 행각이나 기업인 등을 노리는 범죄가 많아 사업가들이 몸조심을 해야 한다.

그 밖에 여행 경보 1단계 지역은 미얀마·스리랑카·인도·인도네시아(경보 2단계 지역 제외), 파키스탄(3단계 경보 지역 제외)·파푸아뉴기니·피지·필리핀(2단계 경보 지역 제외)·말레이시아(사바 주 동부 연안 타와우 지역)·과테말라·도미니카공화국·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엘살바도르·온두라스·콜롬비아·파나마(동남부 콜롬비아 국경 지역 다리엔 주)·파라과이·스페인·우즈베키스탄(안디잔·카라수·나만간·페르가나 및 인접국 접경 지역)·이탈리아·터키·남아공·모로코·수단·시리아·알제리·예멘·우간다·이란(이라크 국경, 아프간 국경, 시스탄-발루체스탄·코르데스탄 주, 웨스트 아자르바이에얀 주, 케르만샤 주), 짐바브웨, 케냐, 토고, 이집트(시나이 반도 지역). 인도(2단계 지역 제외)· 파푸아뉴기니·스리랑카(2단계 지역 제외)·이집트(알렉산드리아)·터키가 해당된다.

 
여행 경보 2단계 : 여행 주의
여행 경보 2단계 국가는 1단계 지역보다 정치·사회적으로 심각한 불안에 빠져 있는 나라다. 신변 안전에 특별히 유의해야 하며 여행 필요성 자체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 필리핀은 올해 국가정보원에서 세 번이나 경보 공지를 낸 위험 국가다. 지난 2월24일 반정부 시위로 국가비상 사태를 선포하는 등 마닐라 정치 상황도 어렵고, ‘제마 이슬라미야’ ‘아부사야프 그룹’ 등 이슬람 조직의 테러 기도도 자주 포착된다.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는 반군이 활동하고 있다. 3월27일 남부 홀로 섬에서 폭탄 테러로 사상자 29명이 발생했다. 그 외에 술루 바실란, 팔라완·푸에르토 프린세사 이남 지역이 위험하다. 북부 수빅만 인근은 치안 상황이 다소 좋은 편이다.

한국 배낭족들의 단골 여행지 인도는 수시로 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곳이다. 7월11일 인도 뭄바이 시내 열차역 일곱 곳에서 테러 폭발 사고가 벌어져 최소 1백70명이 사망했다. 인도는 이슬람-힌두교 갈등에 의한 테러 사건이 많다. 지난해 10월29일 델리 시내 폭탄 테러· 12월28일 벵갈로르테러· 2006년 3월7일 바라나시 캄 기차역 테러 사건 등이 유명하다. 여행자들은 이슬람-힌두 사원이나 기차역, 쇼핑거리 등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인도의 구체적인 위험 지역으로는 안드라·프라데쉬·차티스가르·잠무·카슈미르·비하르·자르칸드·오리사·시컴·나가랜드·마니푸르·미조람·아루나찰 프라데쉬 주 등이다.

동티모르도 2단계 위험 국가로 지정되어 있다. 올해 봄 동티모르 일부 군인들이 정부에 항명하면서 시작된 내전 사태는 노벨상 수상자인 주세 라모스 오르타가 새 총리로 임명되면서 다소 진정세에 있지만 아직 여행을 갈 만한 코스는 아니다.

월드컵 축구 강국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나라 코트디부아르도 내전으로 위험 국가 2단계 목록에 올라 있다.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 세력 사이에 대립이 커지고 있으며, 대통령 반대 세력은 코트디부아르 북부 지역을 점령한 상태다. 

여행 경보 1단계   미얀마, 스리랑카(2단계 지역 제외), 인도(2단계 지역 제외), 인도네시아(2단계 지역 제외), 태국(남부 지역:파타니, 나라티와트, 얄라), 파키스탄(3단계 지역 제외), 파푸아뉴기니, 피지, 필리핀(2단계 지역 제외), 말레이시아(사바 주 동부 연안 타와우 지역), 과테말라, 도미니카공화국,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콜롬비아, 파마나(동남부 콜롬비아 국경 지역 다리엔 주), 파라과이, 스페인, 우즈베키스탄(안디잔, 카라수, 나만간, 페르가나 및 인접국 접경 지역), 이탈리아, 터키,  남아공, 모로코, 수단, 시리아, 알제리, 에리트리아, 예멘, 우간다, 이란(이라크 국경, 아프간 국경, 시스탄-발루체스탄, 코르데스탄 주, 웨스트 아제르바이잔 주, 케르만샤 주), 짐바브웨, 케냐, 토고, 이집트(시나이 반도 지역)

여행 경보 2단계   네팔, 스리랑카(동북부 자프나, 마나르, 트린코말리, 바티칼로아, 암파라), 인도(안드라, 프라데쉬, 차티스가르, 잠무·카슈미르, 비하르·자르칸드·오리사·시컴·나가랜드·마니푸르·미조람·아루나찰 프라데시 주, 연방령 안다만 니코바르 군도 지역), 인도네시아(아체, 말루꾸, 중부 슬라웨시, 발리 주), 필리핀(민다나오 섬, 술루, 바실란, 팔라완 푸에르토 프린세사 이남), 동티모르, 아이티, 브라질(상파울루), 러시아(북카프카즈 지역: 체첸, 다게스탄, 북오세티아, 카바르티노-발카리야 공화국 등), 세르비아·몬테네그로(코소보 지역), 키르기스스탄, 터키(동남부 12개주, 동북 6개 주), 나이지리아, 라이베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스라엘, 코트디부아르, 쿠웨이트, 콩고민주공화국(동북 르투리, 키부), 팔레스타인(서안 지구)

여행 경보 3단계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가자 지역), 소말리아, 파키스탄(카이버 파스 등 아프가니스탄 접경 북서 지역, 발루치스탄의 퀘다·과다르·부고티), 레바논 

여행 경보 4단계   이라크

인도네시아는 정치·사회적 혼란보다 자연 재해가 더 위험한 곳이다. 지진과 쓰나미 발생이 잦아 지난 7월17일에도 인도네시아 남해상에서 아홉 차례나 지진이 발생했다. 이에 따른 쓰나미로 수백 명이 사망했다. 또 족자카르타에 있는 메라피 산은 5월27일 강진 이후 화산 활동이 활발해 그 연무가 8백m까지 뻗은 적도 있다. 인도네시아 가운데 2단계 위험 지역으로는 아체·말루꾸·중부 슬라웨시·발리 주가 꼽힌다.

네팔은 4월6일부터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이후 정치 개혁 진통을 앓고 있다. 국왕의 항복 선언으로 입헌군주제 국가로 나아가려 하지만 마오이스트 반군 조직 등 여러 정치 세력 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폭력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지역은 위험 1단계로 분류되어 있지만 상파울루는 한 단계 높은 위험 2단계 여행지다. 지난 5월 범죄 조직 PCC(Primeiro Comando da Capital)가 경찰서를 습격하고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나면서 무정부 도시가 되었다. 석 달이 지난 아직도 종종 경찰서 습격이 벌어진다.

스리랑카 북동부 지방에는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로 불리는 타밀 반군이 정부군에 맞서 무력 행위를 하고 있다. 2002년 2월 양측이 정전 협정을 맺었으나 올해 4월 다시 무력 충돌이 벌어져 정부군이 타밀 반군 장악 지역에 진입했고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힌두교를 믿고 있는 타밀족은 불교를 믿는 스리랑카 주류 싱할라족과 분리, 독립을 원하고 있다. 현재 타밀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자프나·마나르·트린코말리·바티칼로아·암파라 지역 여행은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 밖에 2단계 위험 지역으로는 아이티·러시아(북카프카즈 지역: 체첸, 다게스탄, 북오세티아, 카바르티노-발카리야 공화국 등)·세르비아·몬테네그로(코소보 지역)·키르기스스탄· 터키(동남부 12개주, 동북 6개주)·나이지리아·라이베리아·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이스라엘·쿠웨이트·콩고민주공화국(동북 르투리·키부)·팔레스타인(서안 지구) 등이다.

여행 경보 3단계 : 여행 제한
여행 경보 3단계 국가부터는 외교통상부가 해당 지역 여행을 삼가도록 요구한다. 아직 법적으로 여행 취소를 강제할 권한은 없지만 정부는 다양한 외교 채널을 동원해 해당 지역에 한국인이 나가지 못하게 만든다.
최근 기독교 단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2006 아프가니스탄 평화축제’라는 행사를 열려다 우리 정부의 끈질긴 엄포로 결국 무산된 것은 3단계 위험 국가 입국에 대한 외통부의 자세를 보여준다. 외통부와 국가정보원은 3천명이 입국한다는 이 기독교 행사를 앞두고 무려 27번이나 경고 공지를 했다.
요즘 아프가니스탄은 제2의 베트남이 된 듯하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이후 새 정부가 자리를 찾아가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탈레반 저항 세력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저항 세력의 공격으로 사망한 미군 주도 동맹군사망자 수가 1천1백명이었는데, 올해는 사망자 수가 2천명을 넘길 예상이다. 2002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이미 탈레반 저항 세력은 게릴라 수준을 넘어 정규군화 하고 있다. 한국 군대가 주둔한 기지 앞에서도 자살 폭탄 테러가 있었다. 미군과 싸우는 무장 세력은 탈레반뿐만 아니라 지역별 자생 저항 세력도 많다.  동남부 일부 지역 가운데는 반미 무장 세력이 정부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기독교 행사와 관련해 7월27일부터 한국인 관광비자 소지자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레바논 지역은 연일 텔레비전 뉴스에 공습 피해 소식이 보도되는 것으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특이한 점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가 전쟁을 하고 있는데 레바논은 여행 경보 3단계, 이스라엘은 여행 경보 2단계라는 사실이다. 일방적인 전쟁의 양상을 잘 설명해준다.

14년째 내전 중이며 동원호 납치 지역인 소말리아도 3단계 위험 국가 목록에서 빠지지 않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3단계 위험 국가로 파키스탄이 있다. 지난 7월14일 파키스탄 수도 카라치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정치인 등 세 명이 사망했다. 이미 4월11일에도 카라치에서 폭탄 테러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파키스탄의 3단계 위험 지역은 카이버 파스 등 아프가니스탄 접경 북서 지역· 발루치스탄의 퀘다·과다르·부고티 등이다.

 
여행 경보 4단계 : 여행 금지
여행 경보 4단계 국가에서 만약 한국인이 목격되었다면 외교통상부에 비상이 걸린다. 정부는 이 지역에 있는 여행객은 즉시 대피 또는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
현재 여행 경보 4단계로 지정된 국가는 이라크가 유일하다. 연일 폭격을 받고 있는 레바논보다 이라크가 더 위험 등급이 높이 매겨져 있다. 아마도 김선일씨 피랍 사건 이후 외교통상부가 받은 부담감이 작용한 듯하다. 외통부가 한국 여행객의 이라크 출입을 막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지만, 공공성을 띤 기자의 취재까지 막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한편 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이라크에서 자국민이 납치 효수되는 참극에도 불구하고 자국 기자들의 이라크 입국을 막지 않고 있으며 이라크에 파병했던 일본 기자들도 바그다드에 남아 취재를 계속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국회에 여권법 개정안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위험 국가나 위험 지역에서 한국인의 여권 사용을 금지하거나 체류·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3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재외 국민 보호라는 명분이 있지만 여행의 자유라는 헌법적 기본권 침해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여권법 개정안에는 영주·취재 보도·긴급한 인도적 사유·공무 등의 경우에는 위험 국가 체류를 인정하지만 이 때도 역시 여권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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