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은 곳에 좌판을 벌이자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6.08.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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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시장, 오픈 마켓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 중
 
그동안 온라인 유통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는 TV 홈쇼핑과 일반 인터넷 쇼핑몰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전세가 역전되었다. 패권이 오픈 마켓으로 넘어간 것이다. 오픈 마켓은 판매자가 직접 소비자와 거래할 수 있어 온라인 장터로 불린다. 인터넷 쇼핑몰을 백화점에, 오픈 마켓을 재래 시장에 비유하기도 한다.

(사)한국온라인쇼핑협회가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상반기 부문별 매출 규모가 인터넷 쇼핑몰(34.8%)>TV 홈쇼핑(34.1%)>오픈 마켓(26.8%)>카탈로그 쇼핑(4.3%)순이었던 것이, 올해는 오픈 마켓(37.2%)>인터넷 쇼핑몰(29.4%)>TV 홈쇼핑(29.2%)>카탈로그 쇼핑(4.1%)의 순서로 재편되었다.

부문별 성장률을 비교해보면 추이가 더욱 또렷해진다. 온라인 시장의 전체 성장률은 27.5%. 세부적으로 보면 TV 홈쇼핑이 9.2%, 일반 인터넷 쇼핑몰이 7.9%, 카탈로그 쇼핑이 21.8% 성장했다. 오픈 마켓 성장률은 77.2%였다. 오픈 마켓이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를 주도한 것이다.

심지어 오픈 마켓은 인터넷 쇼핑몰의 성장세를 무디게 만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조현찬 관리기획팀장은 “TV 홈쇼핑은 오픈 마켓의 급속한 성장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일반 인터넷 쇼핑몰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추세가 굳어져 일정 시점에는 하향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국내 오픈 마켓의 대표 주자는 옥션과 G마켓이다. 업계는 두 곳의 시장 점유율이 90%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998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옥션이 오픈 마켓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면 신흥 강자로는 G마켓이 꼽힌다. G마켓의 법인 이름은 (주)인터파크지마켓. 지난 2003년 인터파크구스닥에서 2003년 인터파크지마켓으로 회사명이 바뀌었다.

최근 출간된 <G마켓에서 10억 벌기>(명진출판 펴냄)는, G마켓이 왜 오픈 마켓의 강자로 떠오르게 되었는지를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본인이 개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G마켓 창업 컨설팅 강사이기도 한 저자 황윤정씨는, G마켓의 사업 모델 가운데 일대일 흥정하기, 제로 마진 클럽, 판매자 미니 숍, 반품 재고 숍 등의 서비스가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2005년 이후 G마켓의 성장은 온라인 쇼핑몰 업계의 파이를 키우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그로 인해 유통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제는 독립형 쇼핑몰 운영자라도, 자신을 오픈 마켓의 판매자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G마켓 2분기 매출, 동기 대비 1백64% 늘어

G마켓은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6월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기존 주주들을 돈방석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G마켓의 실적은 더욱 눈부시다. 올해 2분기 매출은 3백6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39억원에 비해 1백64% 늘었다. 2분기 순이익은 26억7천6백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 성장했다. 회원 수는 현재 9백20만명.
반면 옥션은 주춤하는 기색이다. 성장세가 눈에 띄게 무뎌지고는 있지만, 옥션은 매출 규모나 영업 이익 면에서 여전히 강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현재 오픈 마켓 시장은 옥션과 G마켓의 양강 구도이지만 언제까지 이 구도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대기업을 위시한 기존의 유통 업체들이 오픈 마켓의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온라인협회 회원사 가운데 현재 오픈 마켓 부문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다음온켓, 아이세이브존, 인터파크, 옥션, G마켓, GS이스토아 총 여섯곳이다. 여기에 CJ그룹과 SK가 가세했다.

CJ그룹은 지난 4월 자본금 2백억원을 출자해 오픈 마켓 사업을 위한 독립 법인 엠플 온라인을 설립했다. 사이트 이름은 엠플이다. SK그룹은 지난 6월 싸이월드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기반의 오픈 마켓 싸이마켓을 선보였다.

GS그룹은 GS이숍과 별개로 지난해 7월 GS이스토어를 독립시켰다. GS이숍 내부에 오픈 마켓을 설치해 운영하다가 1년 전 독자적인 사업 부문으로 독립시킨 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오픈 마켓이 온라인 유통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4월 자본금 2백억원을 출자해 독립 법인을 세운 CJ측의 행보는 특히 눈에 띈다. CJ몰이라는 전통적인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자칫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격이 될 수 있는 자회사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CJ그룹 계열사인 엠플 온라인 관계자는 “오픈 마켓이 유통망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온·오프 라인 점주 입점 늘어

오픈 마켓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상품 담당자(MD)가 직접 상품을 선별하고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과 달리 누구나 직접 판매자가 될 수 있다. 별다른 기반이 없어도 소비자 눈에 띌 만한 상품 몇 건으로 어엿한 사장님이 될 수 있다. 반면 판매자와 구매자의 직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품의 질이나 배송 서비스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또 인터넷 쇼핑몰 가운데에서도 특히 ‘명품 짝퉁’ 판매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오픈 마켓에 사람이 몰리면서, 오프라인의 점주나 온라인 판매자들이 입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4월 G마켓에 이마트가 입점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자체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갖고 있는데도 G마켓의 유동 인구를 겨냥해 그곳에 둥지를 틀었다. G마켓 관계자는 “G마켓을 통해 이마트의 10만여 종 상품을 모두 구매할 수 있다. 특히 청과류 매출이 높다”라고 말했다.

종래 같으면 온라인에 단독 매장을 꾸릴 법한 이들도 오픈 마켓 안에 입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가게를 차리고 손님을 끌기보다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서 좌판을 벌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엠플의 경우 아예 전직 모델, 자동차 레이서, 전직 가수 등 일반인이 아닌 이른바 패션 리더 들의 매장을 따로 유치했다. 유사한 사업 모델로 옥션이 운영하는 ‘센시’ 코너가 꼽힌다.

 
오픈 마켓의 전통적인 강세 상품은 의류와 건강 용품, 탈모제․생리대․콘돔 등 오프라인에서 민망한 상품 등이다. 여기에 디지털 가전, 일반 생활 용품 등이 가세하고 있다. G마켓 관계자는 “요즘 가전 점포의 입점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마트처럼 업체와 제휴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대리점 점주가 개인 자격으로, 혹은 사업자 자격으로 입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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