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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의 야망과 도전

‘대권 보폭’ 갈수록 넓어져... 난관 많아 ‘꿈의 현실화’ 불투명

최진 기자 ㅣ 승인 2006.08.23(Wed) 09: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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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는 정치 기상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여야 대권 주자들이 너도나도 외국으로 바져나가거나 휴식기에 들어간 요즘 ‘깜짝 놀랄 만한 40대 주자’ 이인제 경기지사만 꼼짝 못하고 있다. 7월 하순 경기 일원에 쏟아진 폭우가 그의 대권 행보를 잡아 묶은 것이다.

이지사는 8월5일까지 꼬박 10일 동안 연천.파주 수해 현장에 상주하다시피 했고, 이 때문에 오래 전부터 계획해온 ‘중국 구상’이 무산되었다. 이지사는 8월4일부터 16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요동성 성장과 일본 가나카와현 지사 세 사람이 모여 3자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국제적 이미지를 높일 절호의 기회였다. 이번 수해로 그 원대한 구상은 물속에 갇히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도 정가에서는 ‘복병 이인제’의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지사가 일약 대권 주자 반열에 끼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김영삼 대통령이 <니혼 게이자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깜짝 놀랄 만한 대권 주자’를 언급한 직후이다. 이때부터 이지사 주변에는 ‘대권연기’가 끊임 없이 피어 올랐다. 과천 종합청사가 훤히 내다보이는 맞은편 과천 오피스텔. 그 맨 위층인 9층에 이지사의 개인 사무실이 있다. 측근들은 그 사무실을 ‘이인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끔 모이는 사랑방’이라고 말하지만, 그 말은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언론사 정치부장 출신이 기획 책임을 맡아 상근하는 사무실에는, 이지사의 자문에 응하는 교수․기업인 등 각계 인사 20여 명이 수시로 드나든다. 일종의 사조직인 셈이다.

여장부로 유명한 부이도 ‘대망’ 키워
이지사가 야망의 일단은 처음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이른바 ‘선인장 사건’. 그는 4․11 총선이 끝나자마자 경기도 지역 여야 당선자는 물론 신한국당 당선자 전원에게 선인장 화분을 선물했다. 난데없이 선인장을 받아든 의원들은 이인제가 야심을 품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이지사를 YS는 지난 4월29일 청와대로 불러 1시간30여 분 동안 칼국수를 먹음으로써 ‘이인제를 주목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후 이지사의 보폭은 눈에 띄게 넓어져 갔다.

그는 공․사석에서 ‘일꾼 대통령론’ ‘용기 있는 젊은 세대론’을 내놓더니 마침내 7월1일 도지사 취임 1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문민 정부의 개혁이 단절되지 않도록 정권 재창출을 위해 신명을 바치겠다”라고 대권 도전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바로 1주일 전에 강삼재 총장이 대권 논의 금지령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지사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았다. 이지사는 이틀 뒤 여의도 신한국당사를 방문해 이홍구 대표를 면담했다. 이지사의 정치성 짙은 움직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7월 중순에는 고향인 논산 출신 여야 의원 10여 명을 초청하는 등 정치인과 접촉을 강화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산에 올라 등산객에게 얼굴을 알린다.

이지사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부인 김은숙씨다. 도내 시장.군수 부인 모임인 ‘한솔회’와 경기도청 국장급 이사 간부 부인들의 모임인 ‘푸른땅 모임’을 주도하며 ‘남편 키우기’에 발벗고 나선 김씨는 이장부로 통한다. 그러나 김씨의 튀는 행동은 가끔 이지사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김씨는 이번 수해 때 대통령이 떠나자마자 현장을 떠나버려 주민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이지사가 사람들을 진짜 깜짝 놀라게 하려면 수 많은 장애물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 민주계 대선배들을 제치고 YS의 낙점을 받기도 어려울뿐더러, 설사 낙점된다 하더라도 다른 중진들이 순순히 승복할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차기 주자 가운데 한사람인 김덕룡 정무장관 이지사의 경복고 직계 선배이자 그를 정치판에 입문시킨 보스다. 그래서 민주계 인사들은 이지사를 그다지 위협적인 대권 주자로 보지는 않는다.

정가 일각에서는 그를 세대 교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YS가 의도적으로 키운 바람잡이라고 보는가 하면, 그의 행보를 도지사 재선을 겨냥한 자가 발전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한국 정치 현시로 볼 때 도지사가 대통령으로 껑충 뛰어오르기에는 난관이 많다는 것이 정가의 지배적 견해다. 물론 깜짝 쇼를 즐기는 YS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도 모른다. 수많은 한계와 난관을 가진 이지사가 끊임없이 대권 복병으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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