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채기’에 교포 사회 ‘몸살’
  • 샌프란시스코.남유철 편집위원 ()
  • 승인 2006.08.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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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안 시행되면 한국계 노인.상권 타격... ‘100% 미국인’만이 살 길, 시민권 취득 열기
 
사회복지법 개혁안이 미국의 한인 사회에 상당한 충격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영주권자에 대한 대부분의 사회 복지 해택을 일시에 중단시키는 이번 개혁안이 예정대로 l행될 경우, 영주권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교포 사회는 직접적인 피해를 면하기 어럽게 된다.

개혁안이 시행될 경우 교포 사회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 정부는 지금까지 노인들에 대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개인 재산이나 수입이 없을 경우 ‘추가 사회보장 수입’(SSI)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생계보조비를 지급하고, 전액 무상인 의료혜택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이 시행될 경우 미국에서 10년 이상 일을 하고 세금을 낸 기록이 없는 영주권자들에 대해서는 생계보조비 수혜자격이 무조건 박탈된다, 연방 정부는 의료 혜택에 대해서는 그 최종 결정권과 수혜 폭을 일단 주 정부로 떠넘겨 각 주 사정에 따라 그 최종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교포 노인들은 대부분 전액 무료인 의료 혜택을 받으면서 1인당 매달 약 5백~6백달러에 달하는 생계보조비를 가지고 정부가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낮은 집세의 공공 주택에서 생활해 왔다.

미국 연방 정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95년12월 말 현재 연방 정부로부터 생계보조비를 받고 있는 한인 영주권자 수는 2만6천3백80명에 달한다. 이들이 받는 수혜액은 연간 약 2어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국적 별로 분류할 경우 한인 수혜자 수는 전체적으로는 아홉 번째로 많은 숫자이고, 아시아계 이민 중에서는 다섯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이번 계혁안은 교포 사회의 상권에도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미쳐 그 파장이 교포 사회 전반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포 노인들의 생계보조비 박탈은 자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떠넘겨 결과적으로 교포들을 주고객으로 상대하는 한인 상권을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부분 자영업자인 교포들은 미국의 저소득층 지역으로 상권을 형성해 왔다. 따라서 이번 개혁안으로 미국 빈민층들이 상실하는 복지 혜택은 결국 빈민 지역에서 상권을 개척해 온 대다수 교포에게 엄청남 매상 손실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민자 단체들 필사적으로 저항
개혁안아 의회를 통과하자 이 개혁안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소수민족과 이민자 단체들이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교포 단체들도 ‘대통령에 편지 보내기’등 한인 봉사단체를 중심으로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으나 그 정치적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번 개혁안은 연방 정부가 직접 보장하는 사회 복지 혜택을 중단하면서 그 책임과 권한을 대부분 주 정부로 이관하고 있다. 따라서 최종적인 세부 결과는 각 주 정부가 연방 정부가 삭감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이에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주 마다 사정이 달라질 예정이다.

미국내 영주권자들이 이번 개혁안의 ‘희생양’으로 부각되자 미국 사회의 보수화 물결과 함께 최근 가속되고 있는 영주권자들의 시민권 취득 열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민국에 따르면 올해 시민권 취득 신청을 한 영주권자 수는 백만명으로, 95년에 비해 두배가 넘는 수준이다. 올해 미국으로 귀화한 교포 수도 지난 7월 현재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만 4천명을 넘어서 한인 이민 사상 연중 최대 수치인 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5년 이상 거주한 외국 국적 영주권자들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 대한 지식과 영어 구사 능력이 일정 수준 요구되는 까닭에 노인이나 영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교포들에게는 아직도 쉽지 않은 관문이다.

시민권자와 동일한 세금 납부와 병역 의무를 지면서도 영주권자들이 이번 사회복지개혁안의 대표적인 희생양으로 전락한 것은, 이들이 결국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포 사회에는 시민권을 획득해 ‘100% 미국인’이 되는 것만이 유일하고도 가장 확실한 권익 신장의 길이라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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