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인간적 결함과 과학적 발견은 별개다?
  • 이인식(과학연구소장 ·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
  • 승인 2006.09.0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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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의 시사과학]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선정 놓고 뒷말 무성
 
최근 발표된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선정 결과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 상은 2002년부터 과학기술부 산하 단체인 한국과학문화재단이 해마다 교수, 연구원, 기업가 또는 정부 인사 등 10명에게 수여해왔다. 젊은이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출세한 사람들을 일반 대중에게 널리 홍보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상이다. 그래서 학문적인 업적 못지않게 사회적 지명도가 높은 인사들이 선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제1회 수상자인 황우석 교수(이하 당시 직위)를 비롯해 진대제 정통부장관, 김명자 환경부장관, 장회익 녹색대 교수, 오세정 서울대 교수, 손욱 삼성종합기술원장, 안철수 안철수 연구소 사장, 이재웅 다음 대표, 변 대규 휴맥스 회장 등 49명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본받아야 할 과학기술자로 제시되었다.

대체로 학식과 능력을 갖춘 인물들이 뽑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잘 나가는 현직 장관들을 끼워넣는 등 시류에 영합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게다가 몇몇 사람은 선정 이유가 선뜻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학문적인 권위가 없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학술 논문을 열심히 발표한 학자보다 신문에 ‘쪼가리’ 글을 기고한 교수들이 더 많이 뽑혀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다. 요컨대 청소년들이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자로 천거할 만한 인물이 국내에 많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을 따름이다.

인간적으로도 훌륭해야 사표로 적당

과학자가 학문적인 업적과 인간적인 매력을 두루 갖추기 어렵다는 것은 과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위대한 과학자 중에 도덕적인 흠결을 지닌 인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아이작 뉴턴을 꼽을 수 있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사용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입증하는 현상을 하늘에서 발견해 천문학의 기틀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지동설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로마 교황청에 고발되어 일흔 살 때인 1633년 종교 재판에서 지동설을 철회했다. 1642년까지 종교재판소의 포로가 되어 한 많은 삶을 마감했다. 그는 죽은 뒤에 장례식도 허락되지 않았으며 40년이 지나서야 무덤에 묘비명을 새길 수 있었다. 갈릴레이가 종교 재판에서 변절하지 않고 순교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누구나 하듯이 행동했을 따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지동설을 철회한 것을 계기로 진리를 발견하고 검증하는 과학의 전통이 크게 더렵혀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뉴턴은 아인슈타인 이전에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방법으로 자연에 감추어진 진실을 밝혀낸 위대한 과학자로 추앙받는다. 그러나 그는 변덕쟁이에다 순간 순간 화를 잘 내고 어떤 반대에도 병적으로 신경과민이 되는 편협한 인물이었다. 특히 다른 사람의 학문적인 성취에 대해 적대적인 대응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독단적이고 비열했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미적분을 발견한 라이프니츠와 누가 먼저 그것을 발견했느냐를 놓고 30년 넘게 온갖 추악한 수법을 동원해 싸움을 벌였다. 뉴턴은 이기적이고 속 좁은 인간이었다.

갈릴레이와 뉴턴의 인간적 결함은 그들이 성취한 과학적 업적과 별개의 문제이며, 그런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합당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으로 선정된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을 지라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수 없을 터이다. 젊은이들의 사표가 되려면 인간적으로도 훌륭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우석 박사처럼 기만 행위를 일삼거나, 실세 관료에게 줄을 서서 아첨을 떨거나, 신문에 시덥잖은 잡문을 써서 허명을 얻은 사람들이 선정된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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