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러시아의 동물 보호
  • 문정우 대기자 (mjw21@sisapress.com)
  • 승인 2006.09.2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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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 레인저가 자연보호 구역 내 밀렵꾼 단속…관람객 수 엄격히 규제

 
박그림씨는 지난 9월21일 귀한 손님을 맞았다. 러시아 산양 연구자 부부 알렉산더 미슬렌코프 씨와 이나 볼로슈나 씨이다. 박씨는 1993년부터 설악산 산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나 국내에서는 산양에 대한 어떤 연구 기록도 찾을 수 없었다. 백방을 헤맨 끝에 찾아낸 이들이 바로 알렉산더 부부이다. 이들은 설악산 산양과 같은 종류인 러시아 산양만 30년간 연구한 사람들이다. 올해로 벌써 네 번째 박씨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왔다.

지난해 박씨는 러시아 시호테 알린 자연보호구 내의 아브렉 지역에서 이들 산양 박사 부부와 며칠을 묵으면서 산양을 관찰할 기회를 가졌다. 이들 부부는 이곳 오두막에서 1년에 2백~2백50일간 머무르며 산양을 연구한다. 박씨는 그곳 바닷가 절벽에서 산양이 빨판 같은 발바닥을 바위에 붙이고 절벽을 마음껏 올라 다니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4중 구조의 털을 가지고 있는 산양은 보온력이 좋아 추운 겨울만 빼고는 보통 그늘진 곳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산양은 짧게 여러 번에 걸쳐 짝짓기를 하며, 2백28일간의 임신 기간을 거쳐 6~7월쯤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박씨는 이때 배운 지식을 토대로 설악산 산양의 생태를 연구 중이다.

러시아 자연보호 구역 내의 규칙은 엄격했다. 연구원 가운데서도 허가를 받은 사람이 아니면 사진 촬영조차 하지 못했다. 1년에 2천명 정도의 관람객만을 가려 받았다.
밀렵자 단속은 전쟁과 다름 없었다. 무장 레인저들은 오두막에서 1주일마다 번갈아가며 근무했는데, 시호테 알린 보호구역 내에는 이런 오두막이 16군데나 있었다. 지난 5년 동안 밀렵군의 습격으로 모두 10군데의 오두막이 불탔고 총 90여 정의 총기가 압수되었다. 레인저의 급여는 한 달에 겨우 30달러쯤이었으나 러시아의 자연을 보호한다는 긍지가 대단했다.

고된 노력 덕분에 보호구역 내 눈밭에는 짐승들의 발자국이 널려 있었다. 호랑이, 여우, 사슴, 수달….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짐승이 야생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야생동물을 보호하려면 인간부터 욕심을 절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러시아의 자연보호구는 잘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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