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수도 사기 행각에 마침표는 없는가
  • 정희상 전문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6.10.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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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 경영’ 못 막아 불법 다단계 사업 피해자 ‘지금도 속출’
 
제이유그룹 주수도 회장 구속을 계기로 검찰이 기대했던 제이유 사업의 피해 악순환 고리 차단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주씨가 옥중에서도 불법 다단계 영업 행위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더 나아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구속 사태 및 제이유그룹의 공중분해 배후에 외국계 다단계 회사의 음모가 숨어있다며 국정원과 검찰을 정면 공격하고 있다.

과연 주씨는 본인의 주장대로 선량한 사업가를 제거하려는 거대한 음모의 희생양일까. 제이유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주씨의 이런 주장은 돈키호테식 궤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검찰이 지난 6개월간 벌여온 방대한 계좌추적과 연인원 수백명의 관련자에 대한 치밀한 조사 결과는 주씨가 단군이래 최대 사기범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이유 네크워크, 제이유 백화점, 제이유 개발, 제이유 피닉스 등 25개 사업체로 구성된 제이유그룹의 총수로서 그룹 운영을 총괄지휘했던 주씨는 실현 불가능한 250% 고액 수당 지급을 미끼로 내걸고 수십만명에 이르는 피해자만 양산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씨가 피해자들에게 입힌 피해 규모는 줄잡아 2조5천3백억원을 넘었다. 그러나 제이유그룹이 이 피해를 보상할 자금 여력은 제로에 가까웠다. 제이유는 지난해 당기 순손실이 2087억원으로 심각한 적자상태였고, 총 채무는 1조5천4백억원에 이르러 빚이 총자산보다 3천억원을 초과했다. 세금 체납 액수만도 7백억원대에 이르렀다. 9월25일 주수도씨의 배임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제이유 재정팀장 이아무개씨는 “2005년 들어 제이유의 매출액이 전년대비 50% 감소해 사실상 망해가는 상태였다”라고 진술했다. 회사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었음에도 주씨는 그동안 ‘잘나가는 기업을 언론과 검찰이 들쑤셔 죽여놓았다’라고 책임을 엉뚱한 데 돌렸던 것이다.

주씨는 또 제이유가 끌어들인 전체 회원의 91% 이상이 납입 원금도 지급받지 못하는 등 큰 피해자로 전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 계속되었다면 살아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호도해왔다. 그러나 그의 호언은 교묘한 속임수에 불과했다. 영업이 계속될수록 매출이 감소하자 마케팅 플랜을 수시로 변경해가면서 기존 투자자에게는 공유수당 금액을 대폭 낮추고 신규 투자자에게는 기존 투자자보다 2~7배 높게 책정하는 기만적 방식으로 피해자를 현혹해 신규 투자자를 계속 유치해 피해를 양산하고 자금을 편취해왔던 것이다.

피해자들이 ‘피해의 악순환 고리’ 노릇

문제는 주씨의 이런 가공할 사회 파괴적 범죄 행위가 지금도 버젓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감옥에서도 구속을 면한 제이유 그룹 일부 간부 및 거액을 투자한 상위 사업자들을 면회오도록 해 지시를 내리는 수법으로 ‘주수도식 사기 마케팅’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제이유는 겉으로는 이른바 ‘제이유 사업자 협회’가 주도하는 사업체로 명맥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사업자 협회란 주씨가 구속된 이후 과거 제이유 상위 사업자들로 구성된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오아무개, 윤아무개, 김아무개 씨 등이 꾸린 조직이다. 검찰이 이들의 불법행위에 메스를 가하자 이아무개, 박아무개, 심아무개씨 등이 대를 이어 협회를 꾸렸고, 이들 또한 체포 영장이 발부되자 현재는 정아무개씨가 대표를 맡아 맥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사업자 협회가 주수도식 마케팅의 피해자이면서도 자발적 기구가 아니라 주씨로부터 감옥에서 지시를 받아 피해의 악순환 고리를 이어가는, 사실상 주수도씨의 위장대리업체를 꾸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주수도의 옥중경영 업체 이름은 불스홀딩스. 이런 불법 옥중경영에 대해 주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기는 면회시 조언만 했을 뿐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피해 구제를 위해 벌이는 사업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정밀 추적한 결과 이는 사실과 전혀 달랐다. 검찰과 공정위 산하 특수판매공제조합 등 정부 측이 제이유의 피해 악순환을 우려해 제이유의 모든 계열사의 불법행위를 전방위로 압박해들어가자 주씨는 사업체 명칭을 변경해 사업을 계속하도록 종용했다.

최근 사업자 협회는 일부 제이유 회원들의 피해 지분으로 ‘불스홀딩스’를 설립해 방문판매 사업에 본격으로 뛰어들었다고 발표했다. 협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불스홀딩스는 순전히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피해 구제를 목적으로 설립한 업체다. 방판 사업을 통해 제이유 사업 피해자의 미지급 수당 지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주회장이 추진했던 중국과 필리핀 등 해외 사업을 이어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주회장을 면회한 적이 있는 다른 한 제이유 관계자는 “당초 마케팅 방식을 변경해 정상적인 사업을 벌이려고 했지만 주회장이 고문변호사들의 자문을 받고 마케팅 방식을 변경하면 과거 주수도식 마케팅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재판에 불이익이 있을 것을 우려해 250% 수당지급을 내걸고 과거처럼 사업을 계속하락 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케팅 방식을 변경하거나 조직을 재편성하면 피해자들이 추가로 대거 주수도씨에 대한 고소인으로 돌변할 것을 우려해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주수도식 마케팅을 그대로 이어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겉으로는 주회장의 지시를 받지 않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만 엊그제 주회장의 변호사비 1억5천만원도 불스홀딩스에서 대줬다. 주회장은 감옥에서 불스홀딩스 사업의 선결재까지 자기가 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변호사비 1억5천만원 불스홀딩스가 지급”

검찰 수사의 철퇴를 맞은 제이유백화점의 기존 회원 피해자 포인트 점수 13만점을 떠안고 출발한 불스홀딩스는 여기에 신규 회원을 끌어들여 250%수당지급을 약속하며 ‘주수도식 환상 마케팅’을 계속하고 있다. 불스홀딩스 대표이사인 김아무개씨와 사업자 협회 대표인 정아무개씨가 주수도씨를 면회한 후 지시를 받아 설립한 불스홀딩스의 설립자금은 그동안 주씨가 재산을 차명으로 은닉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불스코코에서 나왔다. 현재 제이유 그룹에서 자금 동원 여력이 있는 곳은 불스코코가 유일하다.

 
결국 천문학적인 회원 피해를 양산한 채 단군이래 최대 사기사건으로 불리는 주수도식 환상마케팅은 주씨가 감옥에 들어가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과거 제이유 사업 피해자에 대한 피해보상과 해외여행 등 프로모션을 내걸며 신규 사업자들을 현혹시켜 매출을 올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불스홀딩스가 사업을 계속 벌이는 목적은 주수도씨의 재판에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감옥에서 불법 행위를 사주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내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실정에도 불구하고 전후 사정을 자세히 모르는 상당수 일선 제이유 회원들이 주씨와 결탁한 사업자 대표들의 현혹에 속아 피해의 악순환 고리에 악용되고 있는 현실이 계속 방치되고 있는 점은 큰 사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여성사업자는 기자에게 “주수도 회장은 다국적 다단계업체의 음모에 희생됐지만 곧 진실이 밝혀지면 보석으로 풀려나 계속 사업을 벌여서 우리를 구제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 회원들은 지난 8월 말 자칭 1만8천여명의 회원 가족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며 주수도씨에 대한 불구속 재판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서울 동부지법에 제출하기도 했다. 주회장을 감옥에서 풀어내 마음껏 활보하며 지금까지 엄청난 피해를 양산한 환상마케팅을 계속 펼치도록 도와달라는 딱한 주장을 펴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주씨에게 입은 가공할 피해 사실을 일일이 적시해 동부지검에 주씨를 고소한 1천여명의 제이유 피해자들은 억장이 무너진다는 반응이다. 주수도 고소인모임을 이끌고 있는 임아무개 대표는 “일부 회원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을 현혹해서 끌어들여 신규 피해자로 만들고 그 돈으로 피해구제를 받고 빠져나가겠다는 발상은 비양심적 폭탄돌리기의 극치이다. 법원과 검찰은 이런 주수도씨의 옥중 경영을 엄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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