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로 간 혈압 체크 “간경화, 너 딱 걸렸어”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10.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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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연세대 원주의대 백순구 교수

 
간 경화 환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상황은 간 내부 혈관의 압력이 높아져 식도 정맥이 터지는 경우다. 그렇게 흘러나온 다량의 피가 위 등으로 역류하는 ‘식도 정맥 출혈’은 간 환자의 사망 원인 1순위로 기록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간 환자들은 미리미리 간 경화 정도를 확인하고 혈압을 낮추는 치료를 해야 한다.

문제는 간 내부 혈압을 측정하는 일이 무척이나 고통스럽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간 혈관에 압력계가 달린 관을 넣어 직접 혈압을 재는 방식을 사용했다. 따라서 간 경화가 어느 정도인지, 혈압약(벡타차단제)이 약발을 받는지 아닌지 검사할 때마다 환자들은 불편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최근 초음파 조사만으로 간 경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를 가늠하는 진단법이 새로 개발되었다. 연세대 원주의대 백순구 교수팀(42세·소화기내과)에 따르면 초음파를 통해 간 정맥의 도플러 파형을 얻고 그 모양에 따라 간 경화의 진행 정도를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다고 한다. 백교수는 “여러 차례의 임상실험 결과 관을 투입해서 얻은 결론과 초음파를 통해 얻은 결론이 80% 이상 유사했다”면서 “이제 간편하고 싼 값에 간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라고 말했다.

이런 백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국제적 영상진단 전문 학술지인 <래디올로지(Radiology)> 8월호에 소개되었고, 백교수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 초음파로 측정한 간 경화 상태를 계량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는 이 결과를 조만간 미국 최고의 간 학회지에 기고할 계획이다.

간 질환을 다루는 소장학자 가운데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백교수는 그간의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간 교과서 <Zakim and Boyer's HEPATOLOGY> 5판을 공동 집필했다. 총 2권 74장 가운데 백교수가 집필한 대목은 23장으로, 한국 의사가 미국 간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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