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제작제 장르물 시즌제 두 발 앞서가네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10.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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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제작사 옐로우필름

 
첫 번째 들어선 타석에서 친 공치곤 거의 홈런에 가깝다. 드라마 제작사 옐로우필름이 만든 <연애시대> 말이다. 이 드라마는 방송사 편성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제작을 한 사전 제작 시스템으로 화제가 되었고, 한지승 감독, 감우성·손예진 등 영화계 인사들이 연출과 주연을 맡아 방송 전부터 주목이 되었다. 상복도 많았다. 2006년 상반기 SBS 시청자위원이 뽑은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했고, 한국방송협회가 수여하는 제33회 한국방송대상에서도 ‘드라마 부문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방송사 외부의 ‘콘텐츠 프로바이더’가 방송대상을 직접 수상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것도 신생 제작사가 제작한 첫 작품이!

옐로우필름은 광고 제작사로 출발했다. 오민호 대표(39)는 14년 동안 CF 1천여 편을 제작한 광고인이었다. 한창 때는 1년에 9개월 정도를 외국에서 보내면서 광고를 제작했다. 그러다가 <연애시대>를 시작으로 드라마를 만들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오민호가 개척한 ‘세 가지 길’

그가 개척한 첫 번째 길은 ‘사전 제작’이다. <연애시대>를 제작할 때만 해도 편성을 받기 전에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웠다. 편성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드라마를 제작한다? 콘텐츠에 대한 여간한 자신감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오대표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문화 상품으로 인정받으려면 콘텐츠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주인공의 캐릭터와 결말이 시청자 게시판에 따라 좌우되는 방식으로는 크리에이티브를 살릴 수 없다고 보았다”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길, 한발을 내딛자 점차 몇몇 제작사도 함께 걷기 시작했다. 최소한 방송가에 사전 제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었다.

두 번째 길은 ‘드라마 유통 채널’이다. 드라마 하면 공중파를 통해 방송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오민호 대표는 ‘케이블 방송’으로 눈을 돌렸다. 옐로우필름이 만든 미니 시리즈 <프리즈>는 10월 말에 채널CGV로 방송되고, 또 다른 미니 시리즈 <썸데이>는 11월에 OCN에서 방송된다. 케이블 방송사는 방영권을 갖고, 부가 판권 등을 드라마 제작사가 갖는 방식이다. 공중파 방송사와도 논의를 했으나 크리에이티브한 내용에 의견 차이가 있었다. 오민호 대표는 “크리에이티브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했다. 시청자를 만날 수 있다면 어느 곳이라도 간다. 케이블 방송사에서 킬러 콘텐츠에 대한 마케팅을 전면적으로 가동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그런 마케팅적 실험에 관심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광고업계에서 잔뼈가 굵어서인지 마케팅의 방식과 효과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보였다.

오대표의, 주목할 만한 세 번째 선택은 ‘장르물 시즌제 드라마’를 시도한 것이다. 올해 11월에 크랭크인 하는 수사극 <에이전트 제로>는 설경구·차인표·손예진, 김희재(<실미도> 극본)·황조윤(<올드보이> 극본)·전철홍(<주먹이 운다> 극본) 등 화려한 출연진과 작가들이 참여할뿐더러 ‘시즌제 드라마’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아직 방송될 채널은 결정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시즌제 드라마에, 그것도 시청자층이 한정된다는 통념이 강한 장르물이라니. 2년 전부터 이 드라마를 궁리해온 오대표는 장르물 시즌제에 대한 철학이 분명했다. “<수사반장>에 최불암과 이금복의 멜로가 들어갔다면 훨씬 시청률이 높아졌을 것이다. 아시안 콘텐츠에는 멜로 코드가 필수적이다. 장르물에 멜로 코드를 더해 그 한계를 돌파할 것이다. 게다가 설경구·차인표·손예진이 1년의 절반을 이 드라마에 전력투구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다섯 시즌을 계획한다. 시즌제로 가는 것은 100% 확실하다.” 오대표는 <에이전트 제로>의 시즌 프리미어(첫 화)를 직접 연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CF 감독을 하면서 경험했던 컴퓨터 그래픽(CG)을 최대한 살리면서.

올 한해 드라마 제작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 옐로우필름은 내년에 자회사를 포함해 드라마 여섯 편, 영화 다섯 편을 제작할 계획이어서 내년에도 주요한 ‘뉴스 메이커’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 오민호 대표가 CF를 1천여 편 만들었다는데 어떤 CF가 있을까? 지난 대선 때 ‘노무현의 눈물’ 광고를 기억하는지. 오민호 대표의 솜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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