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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투성이 영화산업, 미래 없다”

강한섭 안산국제넥스트영화제 집행위원장 인터뷰/“가격 시스템부터 복구해야”

안철흥 기자 ㅣ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6.11.03(Fri) 18: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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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안희태
강한섭 집행위원장. 1958년생으로, 영화 평론가이며 서울예술대학 영화과 교수이다. 저서로 <한국의 영화학을 만들어라> <어떤 영화를 옹호할 것인가>가 있다.
 
 
영화 자체가 아닌, 영화산업에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영화 평론가는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안산국제넥스트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강한섭 교수(48·서울예대 영화과)는 독특한 존재이다. 그는 1990년대부터 한국 영화산업에 끊임없이 메스를 들이댔다. 지난 여름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괴물>의 스크린 독과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에 따르면, 한국 영화산업은 현재 전성기가 아닌 위기를 맞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과 장르의 빈곤, 과다한 제작비, 가격 시스템 붕괴가 위기의 주범이다. 공상과학(SF) 영화와 디지털 영화를 양대 축으로 하는 안산국제넥스트영화제는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를 누차 주장해온 그가 내놓은 일종의 대안인 셈이다(상자 기사 참조). 영화제가 열릴 예정인 안산의 극장 안에서 11월1일 강교수를 만났다.

-한국에서 열리는 영화제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프랑스에서는 국제 영화제만 수백 개가 열린다. 영화제가 많다는 말은 공장이 많다고 비판하는 것과 같다. 21세기는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이고,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주역이다. 더 많은 영화제가 필요하다.

-지자체 지원을 받고 있는데 지속성과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나?
=안산시와 협조하지만, 되도록 공공 예산의 비중을 낮추고 자립적인 영화제로 가려고 한다. 집행위원도 영화인들이 맡고 있다. 우리가 하려는 영화는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취향의 영화다. 영화제가 지속되려면 무엇보다 독립성이 중요하다.

-영화제 이름에 ‘넥스트’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는?
=미래의 한국 영화, 조금 건방지게 말하자면 한국 영화를 재발명하는 영화제라는 뜻이다.

-현재의 한국 영화가 문제라는 뜻인가?
=1999년 이후 정부가 6천억원을 영화계에 지원했는데, 그게 다 날아갔다. 몇 편이 대박 났지만, 전체 영화산업은 적자의 악순환이다.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 대가로 또 4천억원을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으로는 한국 영화산업의 미래가 없다. 현재의 한국 영화 또한 거품 구조의 산물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1999년 <쉬리>가 제작비를 30억원 썼다.그런데 요즘은 멜로 드라마도 마케팅 비용을 합쳐서 50억원을 쓴다. 그럼 관객이 1백70만~1백80만명 이상 들어야 적자를 면한다. 그 수준의 관객 숫자를 유지하려면 극단적인 선정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블록버스터 아니면 난센스 코미디만 제작되는 거다. 우리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0배 큰 일본의 평균적인 영화 제작비가 우리와 비슷하다. 스타들의 출연료는 우리가 두 배나 높다. 한국 영화는 지속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질주하고 있는 셈이다.

-1천만 관객 시대다. 한국 영화산업의 규모가 커지지 않았나?
=<괴물>이야말로 한국 영화산업의 거품 구조가 낳은 필연적인 산물이다. 스크린 독과점이 없었다면 그런 흥행이 가능했겠는가. 관객 1천만명 짜리 영화가 해마다 나오고 5백~6백만짜리도 한두 편 나오지만, 1백50만~2백만짜리는 급격히 줄고 나머지는 30만~50만명이다. 90%가 적자다. 또 불법 다운로드가 영화산업을 해친다고 하는데,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가격 시스템이 파괴된 거다. 극장이 너무 많이 생기다 보니 적자를 면하기 위해 덤핑 가격이 등장했다. 영화 값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싼데도 온갖 할인 제도로 제값을 받지 않는 극장이 많다. 반면 DVD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러다 보니 박스오피스 규모는 1999년에 비해 3배 늘었지만, 비디오·DVD 시장은 3분의 1로 줄었고, 전체 영화산업 규모는 오히려 축소되었다. 대자본들이 극장에 ‘올인’하면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결과다. 다른 나라를 보면 박스오피스 시장은 견본 시장일 뿐이고, 규모는 비디오·DVD 시장이 더 크다. 그게 정상이다.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이 뭔가?
=스크린쿼터 유지는 기본일 뿐이다. 스크린 독과점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하고, 더 중요하게는 가격 시스템을 복구해야 한다. 박스오피스와 비디오·DVD 시장이 함께 살지 않으면 영화산업의 미래가 없다. 예를 들어 홍상수 감독이 뛰어난 감독이지만 자꾸 흥행에 실패하면 앞으로 누가 돈을 대주겠나. 고현정이 출연해도 안 되는데. 옛날 같으면 극장에서 10만명 들더라도 재개봉관과 비디오 시장에서 2차, 3차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훌륭한 감독도 1차 기회밖에 없다. 그러니까 임권택 감독 같은 이가 영화를 만들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왜곡된 시장이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영화가 한국 영화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또 제작비 현실화라는 측면에서, 그에 따른 영화의 다양화를 위해서 디지털 영화의 도입이 필요하다. 일본은 1년에 제작되는 영화의 60%가 HD 영화다. 하지만 한국은 7년 동안 영화 붐이 계속되니까 필름 아까운 걸 모른다. 멜로 드라마도 한 개당 2백만원씩 드는 프린트를 5백 개씩 뽑아서 2~3주일 상영하고 소각한다. 환경을 위해서도 이런 짓을 계속하면 안 된다. 디지털 영화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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