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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학당’이 따로 없네

국감 의원들, 15분간 ‘개인기’ 펼치느라 부산…늘 연구·토론하는 ‘상시 국감’ 절실

백원우 (국회의원) ㅣ 승인 2006.11.06(Mon) 09: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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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이 국감장을 견학 온 지역구 주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17대 국회에 초선의원으로서 등원한 이후 이제까지 세 차례 국정감사를 마쳤다. 평민당 때부터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 비서관 활동 기간까지 합치면 10여 차례 이상 국정감사를 보고 겪어 왔다. 이전에는 국정감사를 보좌하고, 지금은 국정감사 현장에 서면서 국정감사 제도에 대해 고민해왔다.

국정감사가 도입되던 1988년 당시, 독재 정권의 비정통성과 부도덕함을 들추어내기에는 국정감사 제도가 제격이었다. 전국민이 언론을 통해 국정감사 소식을 들으며 관계 부처 장관과 실무자를 상대로 국회의원이 매섭게 질문 공세를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통쾌함을 느꼈다. 공무원의 어설픈 답변, 쩔쩔매는 답변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다.

국정감사 제도가 부활한 지 어언 20년, 총 19번의 국정감사가 진행되었다. 지금까지 일괄 질문·일괄 답변에서 일문일답으로 바뀐 것 이외에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국정감사는 국민의 의견을 전달하는 장이기보다는 정치적 공방의 장으로, 인신 공격의 장으로, 정부 정책의 발목잡기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국감 백태 시간 지나도 여전해

국정감사장에서 주어지는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은 “~~카더라” “국민적 의혹이 있다~~” 식으로 비방과 허위 사실의 적시를 통한 명예 훼손에 면죄부로 쓰이고 있다. 국감장은 터무니없는 인신 공격, 공직자의 사생활까지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 아래 직무와 관계없이 서슴없이 들추어내는 무책임한 폭로의 장이 되었다.

물론 피감 기관의 때우기식 수감 자세도 문제다. 모든 기관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20일만 버티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그러다 보니 국감 전날 부적절한 술자리며, 골프 회동, 접대성 로비 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돈을 돌린 기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국감의 효용성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20여 명의 의원이 단 15분 동안 정책 질의 및 일반 행정 감사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보건복지위원회를 예로 들면 10월13일 보건복지부를 시작으로 20일 동안 11여 개의 기관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19명의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각기 주어지는 시간은 단 15분. 한 기관당 평균 1분40초가 주어지는 셈이다.

국회의원들은 언론 보도에 초점 맞춰 진행

이 15분을 위해 의원들은 국감 아이템을 선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질의할지, 홍보는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각종 속기록, 언론 보도, 민원 및 제보, 타 기관의 감사 결과, 전문가들의 논문들도 살펴본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막상 15분의 시간이 주어지면 정작 의원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시간이 없으니 짧게 답하세요”라는 말이다. 답변자에게 시간을 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답변자는 단답형의 답변만 할 수밖에 없다.

순번을 정해서 질의를 하다 보니 의원들은 저마다 앞 순위에 가고 싶어한다. 애써 준비한 내용을 다른 의원이 먼저 질의해버리기라도 하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기자들이 원고 마감을 위해 철수하기 때문에 뒷 순위에 배치되면 아무리 좋은 질의도 알려지지 않는다.

물론 언론 플레이는 국감 전에도 이루어진다. 보좌진은 전날 저녁에 배포하거나 아침 일찍 배포한 보도 자료가 언론에 어떻게 보도되었는지를 보기 위해 기사를 출력해온다. 실제 질의 응답과 상관 없이 사전에 발표한 보도 자료가 주요 언론에 보도되었는지 여부로 그날 국감 실적이 평가받는 것이 현실이다.

가끔씩 국정감사 모습을 보면 텔레비전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봉숭아 학당’이 연상된다. 선생님이 정해준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들의 개인기를 펼치는 데 여념 없는 ‘봉숭아 학당’처럼 국회의원들도 국감장에서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신만의 주장을 펼치는 데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국정감사 제도 개선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기관 감사'를 '정챙 감사'로 전환해야

국정감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관 감사’를 ‘정책 감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 제도는 피감 기관에 대해서 행정 전반의 일반 감사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 수십 개 기관을 20일 안에 감사해야 한다. 의원들과 서너 명의 보좌진이 아무리 열심히 준비를 하고, 유능해도 각 기관들의 모든 정책에 정통할 수는 없다.

적어도 당일치기·몰아치기 국감은 사라져야 한다. 감사반을 4~5개로 나누어서 현장 시찰, 전문가 토론, 질의 응답, 대안 토론 등 다양한 방식을 적절히 활용해 특정한 정책 현안에 대해 2~3일간 집중적으로 감사를 실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정책은 2~3개 기관이 필히 연계되어 있는 만큼 정책 현안을 중심으로 관계 기관 공무원 전원이 해당 소위 위원들과 함께 정책의 전후 사정과 잘잘못을 가릴 필요가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4~5개의 소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정부 정책을 분담해 상시적으로 정책 현안에 대한 연구와 토론, 그리고 정책 결과물을 생산하도록 하는 ‘상시 국감’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 자리에는 의원 보좌관을 비롯해 전문위원, 부처 실무 공무원이 모두 참여해 발언의 기회를 가지는 토론형 상시 국감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외국에서는 국회의 감사권을 입법권과 같은 고유 권한 및 기능으로 인식해 감사를 상시적인 행위로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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