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가득한 그들의 ‘경력 부풀리기’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6.11.1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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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 386 인사’들, 과거 이력 과장해 소개…정치권 진입 위한 ‘몸집 불리기용’인 듯

 
지난 11월2일, 서울 종로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실에서 독특한 기자 회견이 열렸다. 자신들을 ‘전향 386’이라고 칭한 여덟 명이 일심회 간첩 사건의 철저 수사를 촉구하고 나선 것. 회견 내용은, 이들의 충격적인 과거 활동 경력과 함께 포장되어 자세하게 보도되었다. 그런데 회견 직후부터 과거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 이들의 경력 부풀리기가 화제로 떠올랐다. 그것이 사실인지 알아보았다.

회견을 주도한 강길모씨(46). 연세대 신학과 82학번이며, 현재 웹진 ‘프리존뉴스’ 대표이다. ‘1987~1989년 반미청년회 연세대 교육책으로 활동하면서 주체사상 학습과 조직 관리를 담당했다는 것’이 직접 밝힌 과거 이력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주체사상을 교육시켰다면서 열린우리당 ㅇ의원과 또 다른 ㅇ의원,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ㄱ씨, 대표적인 시민단체 간부 ㄱ씨의 실명을 거론했다.

그의 말을 확인해보았다. 연세대 출신 ㅇ의원의 반응이다. “그가 누군인지는 알지만, 지도부도 아니었고 나를 가르쳤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다음은 시민단체 간부 ㄱ씨. “그가 누군지 모른다. 어처구니없어서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강씨와 직접 통화했더니, 자신의 말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 반미청년회가 주사파 운동권의 지도부였기 때문에 반미청년회를 주도한 자신이 이들을 간접적으로 교육했다고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반미청년회는 1987년 조혁씨(고려대 82학번)가 결성한 당시 주사파 지하조직이다. 전국대학생협의회(전대협) 결성을 사실상 주도했고, 1990년 해산했다. 조혁씨(사회디자인연구소 이사)와 통화했다. “나도 소식을 듣고 강씨가 누구인지 수소문해보았다. 반미청년회 회원이었던 것은 맞다. 지도부는 아니었다.” 다른 386 출신 인사는 “ㄱ씨(시민단체 간부)는 당시 ‘관악자주파’에서 활동했는데, 이들은 주체사상과도 관계없고, 또 서울대 밖에는 조직이 없었다. 강씨가 그를 지도했다고 말하는 것은 좀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북한민주화포럼 사무총장과 뉴라이트전국연합 조직위원장을 지낸 이동호씨(47·연세대 85학번). 자신이 1987년 전대협 1기 연대사업국장을 맡아 남북청년학생회담과 올림픽 개최 반대 투쟁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경력도 부풀려진 것이었다.

“소련 공산당 입당, 안 믿으면 그만”

전대협 1기 연대사업국장은 현재 일간지 기자로 일하는 이현종씨(당시 서강대 총학생회장)였다. 이씨는 이동호씨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당시 전대협 의장 비서실장이었던 이철우 전 열린우리당 의원(서울시립대 84학번)에게 물어보았다. 이 전 의원은 “이씨가 전대협 연대사업국에서 일한 것은 맞지만 국장은 아니었다”라고 답했다.

“88올림픽 때 소련 팀 응원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지령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그 공로로 1990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다”라고 말한 황성준씨(42)의 ‘과거’도 의혹 대상이다. 의문점을 제시하자 황씨는 “소련 공산당이 해산했고 당원증도 없어졌다. 믿어지지 않으면 안 믿으면 그만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과거 경력을 부풀리는 이유에 대해 정치권 진입을 위한 몸집 불리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강길모씨는 김영삼 정부 시절 이른바 ‘김현철 사단’의 언론분석팀에 합류하면서 정치권과 연을 맺었고, 2003년 한나라당 상근 부대변인에 임명되기도 했다. 이동호씨는 최근 뉴라이트전국연합 조직위원장을 그만두고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민심수렴위 부위원장에 내정되었다.

뉴라이트를 표방한 단체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여럿 생겼다. 그중 뉴라이트전국연합이 가장 정치 지향적인 단체로 꼽힌다. 이들은 11월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창립 1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렀는데, 박근혜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 자리에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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