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 <투쟁가>로 가슴을 울리다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6.11.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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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선택]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언제부터인지 나는 극장에서 외국 영화를 ‘못 본다’. 한국 영화 편식이 워낙 심해, 화면과 자막을 함께 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중독에 가까운 편식증을 앓고 있는 나도 가끔 별식을 맛볼 때가 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켄 로치 감독 등이 상찬을 차릴 때다. 별식은 혼자 맛볼 때가 제격이다. 켄 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혼자 보러 갔다.

영화는 1920년대 아일랜드 공화국의 독립 투쟁을 배경으로 형제의 엇갈린 운명을 다루었다. 다미안과 그의 형 테디는 한때 동지였다가 적으로 돌아선다. 둘을 가른 것은 계급의식이다. ‘블루칼라의 시인’답게 감독은 신파로 흐를 형제애 대신 슬픈 동지애로 영화를 끝낸다.

그의 전작이 그렇듯 이 영화도 볼거리는 없다. 인위적인 컴퓨터 음향도 쓰지 않는다. <랜드 앤 프리덤> <빵과 장미>에서처럼 유일한 음향은 배우들이 직접 부르는 ‘투쟁가’ 정도다. 하지만 울림은 크다. 형 테디가 손톱을 뽑히는 고문을 당할 때 감옥에 갇혀 있던 동지들이 부르는 투쟁가는, 가사의 내용을 알 수 없지만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어느 기사에서 이 영화를 고를 때 유의할 점으로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소개한 것을 보았다. 상받은 영화치고 재밌는 영화가 없다는 암시인데, 내게는 이런 기사가 반갑다. 이런 종류의 기사가 많아야 주말에 예매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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