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한국의‘풍경과 상처’
  • 이나미 ()
  • 승인 2006.11.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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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30년의 풍경 하나. 교육에 목숨 걸었던 어머니들이 모두 모여 자녀들을 성토한다. 빚을 내고 각자의 부모 도움까지 받아 조기 교육이다, 외국 유학이다 시켜놓았더니, 1년에 한 번 전화도 없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꾸중이라도 할라치면, 그러는 당신들은 부모님 잘 모셨냐고 반문한다. 알아서 노후 대책을 해놓아야지, 원하지도 않는 과외나 시켜 우리 어린 시절만 망쳐놓았냐는 원망도 매섭게 돌아온다. 한때는 수십억원을 호가하던 대형 아파트들이 1인 가족이 보편화되는 시점에서는 애물로 변해 슬럼화되고 있으니, 집 한 채 있다고 해서 뾰족하게 노후 보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풍경 둘. 화려한 싱글이 좋다던 사람들이 육십 칠십이 되니 새삼 등허리가 시립다. 혼자 살며 건강을 버린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병들지 않으면 일찍 죽게 되어 혼자 사는 노년 여성들의 정신과 육체 건강이 사회적 문제이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병원과 연결되어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계, 화상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가전기기들이 인기다. 한때 밀려오던 후진국 노동자들이 임금 격차가 줄어들어 더 이상 한국을 찾지 않으니 싼값에 간병인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친구이자 자녀가 되는 신종 직업에 고학력이 몰린다.

풍경 셋. 다국적 결혼의 증가로 동남아계 한국인, 중앙아시아계 한국인, 중국계 한국인들의 공동체가 형성되어 각자의 소리를 더 크게 내게 된다. 대부분의 한국 여성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거나, 지나친 다이어트, 선진국으로의 이동 등으로 가임 여성으로서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기 때문이다. 순수한 한국계 혈통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된 상황이니 민족 정체성에 관한 혼란도 극심해지고 인종·종교 간 갈등과 테러도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조기 유학 간 젊은이들 대부분 귀국 안 해

풍경 넷. 김정일이 실각한(혹은 사망한) 후, 문호를 상호 개방한 북한과는 여전히 껄끄러운 관계다. 북한으로 몰려가서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장사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과 현지 북한인들과의 마찰도 심각하다. 남한으로 내려와 취업을 한 북한인들 중에는 남한 사람들의 이기적이고 물질적인 세계관에 환멸을 느끼고, 북한에 돌아가서는 반(反)남한 인사로 활동하게 된다. 남한의 자본주의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북한 진입을 시도해보지만, 전혀 다른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양쪽 사회의 갈등 요인으로 남게 된다.          
풍경 다섯. 싼 인력과 좋은 조건을 찾아 한국을 떠난 대기업들이 거의 다 다국적 기업으로 변신해 한국 정부나 국민들의 이해와 갈등을 일으킨다. 다국적 기업의 속성상, 해고와 감봉이 훨씬 더 자유롭게 되니, 노조는 사실상 와해된다. 정부가 실업수당 등 복지 기금을 마련하려 애쓰지만, 경제 인구가 감소하고 회사가 없으니 세금을 걷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서 각자가 실업보험 등을 통해 자체 해결할 수밖에 없다. 토종 중소기업들은 다국적 기업의 하청 일이라도 딸 수 있기를 소망한다. 

풍경 여섯. 평생 농사만 짓던 진짜 농부들이 전부 죽고 난 후 농촌은 날이 갈수록 버려지는 땅으로 변한다. 농업 개방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한국의 농업은 일부 특산 가공과 기업화된 첨단 영농 재배 단지를 제외하고는 고사한다. 대신, 비싼 생활비를 견디지 못한 퇴직자와 실업자들이 농촌을 찾지만, 농사의 기초도 모르고 소규모 영세 농업만을 할 수 있는 처지여서, 극빈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풍경 일곱. 조기 유학으로 한국을 떠난 젊은이들 중에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현지에 남아 두 가지 집단으로 변한다. 적응을 하지 못해, 백수로 부모의 돈을 공수받는 쪽과, 나름으로 성공한 교포로 변신하는 쪽이다. 이들이 무역이나 자녀 교육 등으로 한국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덕에 달러라도 유입되어 다행이라는 관점과 인재 유출의 후유증으로 한국의 장래는 없다고 자포자기하는 관점이 공존한다.

부동산, 수능, 헌법재판소장 문제 등으로 시끄러운 초겨울, 뜬금없이 미래를 상상해보았다. 좀 멀리 보고 암울한 미래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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