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게 똑같은 세금 매기면 안 된다”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6.11.2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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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주자들, 공급 확대에는 찬성…“중·대형도 늘려야”

 
“이번이 벌써 여덟 번째다. 이제는 노무현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정도다.”

분당에서 중개업소를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내놓은 11·15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서 얼마나 약발이 먹힐지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상담을 하러 왔다는 한 30대 주부는 “솔직히 차기 주자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라고 거들었다. 차기 정부에서도 이런 정책이 유지될지 아니면 바뀔지를 가늠해본 다음에야 사람들이 집을 살지 팔지를 결정하리라는 얘기다.

이런 시장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시사저널>은 여야의 차기 주자 6인에게 부동산 정책에 관한 질의서를 보냈다. 질문지에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총평, 부동산 세제·신도시 건설·주택담보대출 규제 같은 각종 부동산 관련 정책에 대한 의견, 그리고 각자 생각하고 있는 부동산 대책을 묻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차기 주자들은 대부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를 ‘신뢰의 상실’이라고 규정했다. 그나마 고건 전 총리를 포함한 범여권 주자들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취지에 대해서는 ‘옳았다’고 인정한 데 반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국민을 10 대 90으로 나누어 부자와 강남을 세금으로 때려잡으려 한 의도 자체가 잘못되었다”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들어가면 주자들 간에 미묘한 차이가 읽힌다. 보유세 강화, 거래세 인하라는 큰 흐름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박근혜 전 대표조차도 보유세 인상이라는 기본 방향에는 동의했다. 다만 그는 재산세 인상 속도와 기준이 되는 과표 인상 속도는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도세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현재의 양도세 중과 방침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박근혜 전 대표와 고건 전 총리는 각각 양도세 중과 반대와 현실화를 주장했다. 정동영 전 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1가구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화 정책을 제시했다. 실수요자 격인 1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줄이거나 비과세하되, 투기 혐의자인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무겁게 매기자는 얘기다. 손 전 지사는 종부세도 1가구 1주택자는 예외로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역시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세 중과에는 반대했다.

공급 확대 쪽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신도시 건설보다는 수요가 몰린 서울을 중심으로, 소형은 물론 중·대형 평수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명박 전 시장은 가격 상승지인 강남의 주택 공급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과 함께 주거 여건이 좋은 뉴타운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김근태·손학규 두 주자가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를 주장했고, 박근혜·이명박 두 주자가 신중론을 펼쳤다. 이 전시장은 특히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대세였다.

김근태 의장은 역시 분양원가 공개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나머지 주자들은 민간 아파트까지 공개하는 데는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손 전 지사는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의 평수(25.7평)를 상향 조정한 후 분양가 심사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최근 한나라당을 향해 “‘부자 비호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지 말도록 해야 한다. 1가구 다주택자나 건설업자들을 대변해서는 안 된다”라고 일침을 놓았던 손 전 지사는 이번 답변에서도 “고위 공직자나 주택 및 토지 관련 공무원, 공기업 간부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구입 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모든 정당과 대선 예비 후보들은 지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선심성 개발 계획의 발표를 자제해야 한다”라고 말해, 부동산 정책에 관해 구체적인 고민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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