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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선>

[영화평]감독: 정윤철, 김현필, 노동석 외 주연: 정진영, 김태우, 전혜진, 차이얀 콜삭 외

안철흥 기자 ㅣ ahn@sisapress.com | 승인 2006.11.21(Tue) 16: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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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첫선을 보인 <여섯 개의 시선>과 지난해 만든 <다섯 개의 시선>에 들어 있는 옴니버스 드라마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인권 문제를 진지하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제기해왔다. 박찬욱, 박진표, 임순례, 여균동, 장진, 류승완, 정지우 등 그동안 참여했던 감독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세 번째 시선>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하고 제작하는 이 ‘시선 시리즈’의 세 번째 버전이다.

올해는 <말아톤>의 정윤철, <마이 제너레이션>의 노동석, <버스, 정류장>의 이미연, <선택>의 홍기선 등 일곱 명의 감독이 참여했다. 지난 두 차례와 다른 점은 김현필, 김곡, 김선 등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되었다는 점이다. 김현필 감독은 <원더풀 데이>로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쌍둥이 형제인 김곡·김선 감독은 <반변증법> <자본당 선언:만국의 노동자여, 축적하라!>로 베니스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받은 독립영화의 신성이다.

그동안 ‘시선 시리즈’는 진지한 성찰거리를 제공하거나, 특별하게 언급할 만한 인권 문제들을 주로 다루어왔다. 한국말을 못해서 정신병원에 수감된 외국인 노동자(박찬욱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나 ‘대륙 횡단’에 나선 1급 장애인(여균동 <대륙횡단>), 영어 공부를 위해 혀를 수술한 아이들(박진표 <신비한 영어나라>)은 인권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에는 좋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소재들이다. 반면 <세 번째 시선>에서 다룬 이야기들은, 여전히 불편하면서도 어딘지 낯익다. 주인공들은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이웃 같다. 일상 속으로 파고들면서, 영화는 ‘인권’이라는 소재가 으레 풍기는 교조성을 상큼하게 벗어버린다.

정윤철 감독의 <잠수왕 무하마드>를 보자. 무하마드는 유독 가스를 내뿜는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이다. 그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며 작업반장에게 구박당하고, 봉고차나 경찰만 봐도 줄행랑을 치는 평범한 불법 체류자다. 하지만 그에게는 깜짝 놀랄 비밀이 있으니···. 감독은 화를 내지도 선동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무하마드의 곁을 지키며 그의 독특한 캐릭터를 소개할 뿐.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그냥’ 무하마드의 이야기를 전하는 감독의 의도는 분명하다. 그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동료라는 점이다.

   
   
한 소녀 가장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김현필 감독의 <소녀가 사라졌다> 역시 특수성 속에 있는 보편성을 읽어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선희의 좌절을 통해 감독은 인권이 당위가 아닌 일상임을 아프게 부각시킨다.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은근히 자리 잡은 ‘인종차별’을 다룬 노동석 감독의 <험난한 인생>도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초등학생 경수는 자신의 생일 파티에 영어 학원 원어민 강사의 딸 제인을 초대한다. 그런데 경수 엄마와 초대받은 아이들의 기대와 달리 거기에 흑인 여자아이가 등장하고, 그때부터 엄마와 아이들의 노골적인 인종차별이 시작된다.

이미연 감독의 <당신과 나 사이>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육아 문제 속에 스며 있는 여성 인권의 침해에 대해 다루었다. 김곡·김선 형제 감독이 만든 <밤밤밤(BomBomBomb)>은 성 정체성 이야기를 중학생 교실에서 벌어지는 ‘왕따’ 문제와 함께 버무려놓은 작품. 실제로 스쿨밴드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배우들의 연기와 록 음악 연주가 볼 만하다.

홍기선 감독의 <나 어떡해>는 어머니의 부음을 접하고도 집에 가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슬픔을 담았다. 톡톡 튀는 스타일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진지하고 ‘올드’하게 느껴진다. ‘독립영화계의 거장’ 홍기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노 개런티 출연을 선뜻 결정한 정진영·오지혜 등 스타급 배우들의 열연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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