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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무덤에서 걸어나오다

40년 전 녹음한 음원으로 제작한 새 앨범 출시…‘순혈의 비틀스’ 만날 수 있어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 ㅣ 승인 2006.11.24(Fri) 17: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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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틀스의 스물일곱 번째 앨범인 (위)는 새로운 방식으로 믹스하고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만들어낸 비틀스의 재해석이다.  
 
비틀스가 새 앨범을 냈다. <Love>라는 제목으로. 죽은 존 레넌과 조지 해리슨이 돌아오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면 그들이 활동할 당시 “우리 2006년쯤 되면 열어보는 거야” 하면서 미공개 음원들을 애비로드 스튜디오 땅속에 묻어두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다. 이미 지난 1995년에 발표된 <Anthology> 시리즈를 통해 존 레넌의 목소리에 다른 멤버들이 연주를 입힌 ‘Free As A Bird’를 포함해, 미공개 트랙과 얼터너티브 트랙들을 모두 소진한 비틀스다. 더 이상 ‘신곡’으로 발표할 무엇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새 앨범이다. 비틀스는 애플 레코드를 통해 발표하는 모든 앨범을 공식 앨범으로 친다. <Love> 이전에 발매된 그들의 스물여섯 번째 앨범은 캐피톨 시절의 음원을 오리지널 모노 믹스 형태로 재현한 <The Capitol Albums Vol.2>였다. 따라서 <Love>는 그들의 스물일곱 번째 앨범이 된다.

열네 번째 앨범인 <Let It Be> 이후의 열두 작품과 달리 <Love>를 ‘새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동안의 편집 앨범과는 다르게 이 앨범에 대대적인 혁신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Let It Be>를 제외한 비틀스의 모든 앨범에서 프로듀싱을 맡았던 조지 마틴과 그의 아들 길스 마틴이 비틀스의 모든 음원들을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꺼내어 검토한 후, 새로운 방식으로 믹스하고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 만들어낸 비틀스의 재해석인 것이다. 첨단 성형 의료 기술이 총동원되어 젊디 젊어진 비틀스랄까.

이 앨범의 탄생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틀스의 기타리스트였던 조지 해리슨은 평소 알고 지내던 ‘태양의 서커스’의 창립‘자 가이 라리베르테’를 만났다. 둘은 비틀스와 ‘태양의 서커스 간의 비즈니스를 구상했다. 아바의 노래로 구성된 <맘마미아>가 초연된 후 세계적으로 한창 흥행 돌풍을 일으키던 시기였다. 바흐·모차르트와 맞장 뜰 수 있는 20세기 대중음악의 최강자 비틀스였다(하긴,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거기에, 서커스를 기반으로 뮤지컬, 오페라, 발레, 아크로바트 등 유사 장르를 결합시킨 ‘예술 서커스’로 세계 최고의 공연 집단으로 성장한 태양의 서커스였다. 해리슨과 라리베르테는 <맘마미아>의 대박에 자극을 받았다. 비틀스의 음악만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오고 갔다. 그러나 이 계획은 잠시 암초에 부딪혔다. 조지 해리슨이 그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대박 아이템’이 그대로 묻힐리는 없다. 가이 리베르테는 남은 비틀스 멤버를 불러 모았다. 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그리고 올리비아 해리슨과 오노 요코. 비틀스의 권리를 갖고 있거나 상속받은 네 명은 생전에 조지 해리슨이 구상했던 이 아이디어를 밀어붙이기로 했다. 그러나 비틀스의 기존 음원들을 그대로 사용해서야 <맘마미아>와 다를 게 없다. 태양의 서커스가 아무리 환상적인 공연을 선보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음악에도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그렇잖아도 비틀스 음악의 CD화가 이루어진 1987년 이후 계속 발전하고 있는 음향 테크놀로지와 발맞추기를 외면하는 현실에 대해 전세계 비틀스 마니아들의 불만도 쌓여온 터. 이 ‘비틀스 리노베이션’ 작업은 ‘태양의 서커스’에게나, 비틀스에게나, 비틀스 마니아들에게나 모두 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작업의 총지휘를 맡은 조지 마틴은 아들 길스를 데리고 애비로드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길스가 장비를 조작하고 조지 마틴이 옆에 앉아 오리지널 작업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작업 결과를 감수하는 방식이었다.

앨범은 <Abbey Road>에 담긴 ‘Because’로 시작한다. 오리지널 버전이 아닌 <Anthology> 시리즈의 아카펠라 버전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거의 40년 전에 녹음된 이 트랙은 디지털 기술의 힘을 빌려 더할 나위 없는 선명한 음질로 전달된다. 존과 폴, 조지의 목소리는 선명하고 황홀하게 뿜어져나온다. 존과 조지가 무덤에서 걸어나와 런던의 오라토리엄에서 엊그제 녹음한 것 같은 신선한 음향이 귀를 메운다. 놀라운 경험이다. 하지만 이런 경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앨범에 담겨 있는 스물일곱 개의 트랙이 모두 그러하다. 단순히 원음을 현대적으로 만진 것이 아니라 이 노래와 저 노래가 서로 다른 지점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다.

디지털 기술로 선명한 음질 살려내

예컨대 이런 식이다. 영국의 비틀스를 세계의 비틀스로 만든 기념비적 사건은 196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있었던 할리우드 볼 공연이다. 그 유명한 ‘애드 설리번 쇼’ 출연에 이어 열린 이 공연에서 객석을 가득 매운 소녀 팬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서 쏟아지는 소리보다 더 큰 비명과 함성으로 공연장을 채웠다. 비틀스의 연주가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이 공연에서 부른 ‘I Want to Hold Your Hand’의 실황은 오리지널 레코딩과 오버더빙되었다. 이 노래는 비틀스의 첫 빌보드 1위곡이기도 하다. ‘Yesterday’는 화이트 앨범에 담긴 ‘Black Bird’의 기타 인트로와 접붙여 있고 ‘While My Guitar Gentley Weeps’에서 에릭 클랩턴이 쳤던 기타 솔로는 ‘Lady Madonna’의 중간에 슬며시 삽입되었다. ‘While My Guitar Gentley Weeps’는 화이트 앨범에 실리기 전, 조지 해리슨이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불렀던 초기 버전으로 담겨 있다. 이 사색적이고 서정적인 음색을 조지 마틴은 ‘Yesterday’에 맞먹는 현악 스트링을 사용해서 감싸고 있다. 별다른 기교 없이 기타를 퉁기며 담담하게 노래하는 조지 해리슨의 목소리는 ‘이 노래를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에릭 클랩턴을 불러서 기타를 치게 하면 어떨까’하고 고민하는 듯하다.

   
  는 다른 누구의 목소리와 연주가 섞이지 않은, 비틀스가 남긴 소리로만 제작된 앨범이다. 위는 비틀스 멤버들이 레코딩하던 모습.  
 
이런 점에서 앨범의 백미는 싱글로만 발매되었던 존 레넌의 작품 ‘Strawberry Fields Forever’이다. 존 레넌이 어릴 때 다녔던 보육원을 생각하며 만든 이 노래는 ‘Penny Lane'과 함께 싱글로 발매되었다. 비록 차트에는 2위까지밖에 오르지 못했지만 비틀스 마니아 사이에서는 그들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이 다시 태어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오노 요코이다. 그는 존이 남긴 데모 테이프를 조지 마틴에게 가져왔다. 이 테이프를 듣고 조지 마틴은 1966년 겨울의 기억을 떠올렸다.

“‘Strawberry Fields Forever’를 처음 들었던 때를 잊지 못할 것이다. 존이 내 앞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초반의 몇 소절을 불렀다. 난 이 새로운 작품에 완전히 반해 바로 녹음할 준비를 했다. 약간 수정을 한 후 녹음을 시작해 조와 템포가 완전히 다른 두 버전을 하나로 합쳤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른 뒤에 존은 이 곡에 결코 만족한 적이 없다고 얘기했다. 곡의 분위기가 자신의 생각과 달리 너무 가라앉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존의 그 말 탓일까. 이 노래는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로 다시 태어났다. 오노 요코가 가져온 초기 데모 테이프에 담긴 존의 음성과 앨범 속 음성을 잇고 중반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In My Life’의 일렉트릭 피아노 연주가 담기더니 어느덧 ‘Hello, Goodbye’의 엔딩으로 곡이 마무리된다. 이로써 ‘Strawberry Fields Forever’는 회고와 애틋함, 흥겨움을 모두 지닌 새로운 노래로 다시 태어났다. 조지 마틴은 말한다. “존이 나를 용서했기를 바란다.”

비틀스의 오리지널 음원들을 비틀스의 오리지널 프로듀서가 그의 아들이 다루는 현대 장비로 재창조한 새로운 비틀스의 음악들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잊혀지지 않았던 그 위대한 시대에 대한 향수를 리뉴얼한다. ‘동시대에 만나는 비틀스’라는 불가능한 명제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미 1천 회 이상 리메이크된 ‘Yesterday’처럼 팝과 록, 재즈와 클래식으로 그들의 노래는 후대 뮤지션들에 의해 언제나 재해석되었고, 재해석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재해석될 것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은 그들의 음악에 다른 음악을 섞어 기발한 리믹스 앨범을 만들어내는 것을 가능케 했다. 비치 보이스의 <Pet Sound>와 비틀스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을 믹스한 비츨스(The Beachles)의 <Sgt. Petsound’s> 같은 작품은 언더그라운드의 산물이지만 고전에 대한 현대의 존경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Love>를 들으며 다른 리메이크에 대한 느낌과는 다른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Love>가 바로 ‘순혈의 비틀스’이기 때문이다. 레넌, 매카트니, 해리슨, 스타, 그리고 마틴의 성을 물려받은 사람들이 작업을 주도했고 그들의 앨범을 발매하는 애플의 레이블이 붙어 있으며 다른 그 누구의 목소리와 연주도 섞이지 않고 비틀스가 남긴 소리로만 제작된 앨범이기 때문이다. 로마 황제의 권위를 담보하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카이사르’라는 성이었다. 황제의 어떤 아들도 카이사르라는 성을 물려받지 않고서는 왕위를 계승할 수 없었다. <Love>는 다른 어떤 비틀스의 재해석도 받을 수 없는 바로 그 이름의 적자다. 비틀스라는 찬란한 이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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