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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줄이 사는 줄이고, 어느 줄이 죽는 줄이냐?

이명박 박근혜 대결 속 '줄서기 스트레스' 시달리는 한나라당 의원들

고재열 기자 ㅣ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12.04(Mon) 09: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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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 이재오 최고위원(오른쪽부터).
 
 
열린우리당이 ‘분당 홍역’을 앓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당을 사수하느냐? 아니면 신당 창당에 동참하느냐를 놓고 소속 의원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어느 줄에 서느냐에 따라 다음 총선의 당선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심정은 어떨까?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마냥 편하게만 바라보기에는 한나라당 사정이 단순하지 않다. 한나라당 의원들 역시 유력 대선 주자들의 ‘앞으로 나란히’ 호출에 ‘줄서기 홍역’을 앓고 있다.

요즘 한나라당 안에서는 ‘대선 줄서기’를 놓고 온갖 풍문과 낭설이 난무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던 의원들이 대세론을 따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으로 말 갈아타기를 한다’ ‘이 전 시장과 가까운 특정 모임이 ‘셰도 캐비닛’을 구상하며 집권 준비를 하고 있다‘는 등 각종 소문이 춤을 추고 있다.

강재섭 대표 경고에도 줄서기 여전

사태가 이렇게 번지자 강재섭 대표가 줄서기 금지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강대표는 11월22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 모두 발언에서 ‘당직자들이 특정 주자에게 노골적으로 줄을 서거나 특정 캠프에 가담하는 행위’ ‘후보 진영과 지지자들의 과잉 경쟁에 따른 인신 비방·악성 루머 유포’ ‘대의원이나 예비 대의원에 대한 지지 강요’ ‘사조직 설치 및 가입 강요’ ‘사무처 직원들의 줄서기’ 등 다섯 가지 유형을 지목하며 엄중하게 경고했다.

그러나 강력한 대선 주자들 사이에 끼어 있는 강대표의 처지 때문에, 영이 서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되는 순간부터 레임덕’인 ‘관리형 대표’에게 무슨 힘이 있느냐는 것이다. 강대표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까닭은 또 있다. 강대표 스스로 줄서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당 관계자들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논의를 촉발하고 이회창 총재의 정계 복귀를 기정 사실화하면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처럼 강 대표 역시 지난 대표 경선 과정에서 도움을 준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해 직·간접으로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강대표가 ‘한나라당 일곱 말썽쟁이’를 처리하는 모습을 통해 ‘친박 알리바이’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일곱 말썽쟁이’는 국정감사 기간에 피감기관인 군부대 내에서 골프를 즐긴 김학송·공성진·송영선 의원과, ‘광주 해방구’ 발언을 하고 창녕군수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를 지원해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시킨 김용갑 의원, 그리고 ‘여기자 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최연희 의원, 공천 헌금 문제를 일으킨 김덕룡·박성범 의원이다. 강대표가 리더십에 치명적 오점을 남기면서까지 이들을 냉정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모습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도부도 대선 줄서기 의심 받아

이들 중 공성진·송영선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로, 내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인데, 강대표가 이들의 처리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김용갑·김학송·공성진·송영선 의원의 당 윤리위원회 징계 문제와 최연희 김덕룡 박성범 의원의 사고 지역구 처리 문제에서 확고한 당 개혁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대표는 당 윤리위원회가 김용갑·김학송·공성진·송영선 의원의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전에 “1차적 책임은 당 대표인 내게 있다. 정상을 참작해달라. 속죄의 의미로 사회봉사 활동을 하겠다”라고 말하며 징계 결정을 유보시켰다. 강대표가 징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에 대해 한 당 관계자는 “강대표의 참정치는 ‘참는 정치’인가? 예수도 아닌데 왜 죄를 대속하나”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윤리위원회 결정에 간섭한 것과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고 지역구를 정비할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직강화특위)의 구성이다. 강대표는 지난 11월27일 탈당한 박성범 최연희 의원 지역구를 비롯해 32개 사고 지역구에 대해 정비 작업을 하기 위해 황우여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안경률 제1사무부총장, 전용학 제2사무부총장, 김태환·허천 의원을 위원으로 하는 조직강화 특위를 구성했다.

그런데 애초에 소장파 의원인 정병국 의원을 조직강화 특위 위원으로 임명했다가 갑자기 취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소장파 의원 모임인 수요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사고 지역구 정비를 위한 조직강화 특위가 특정 세력의 독식 체제로 구성되어 사당화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 ‘문제 식구 감싸기’ ‘당직 독식하기’ ‘대충대충 갈등 봉합하기’로 사당화를 시도하는 지도부를 어느 당원, 어느 국민이 믿을 수 있겠느냐”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명박 박근혜 싸움에 손학규 어부지리 얻어

강재섭 대표나 이재오 최고위원까지 줄이 선명해지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더욱 우왕좌왕하고 있다. 의원 31명과 원외 인사 27명으로 구성된 ‘희망모임’이 등장해 경선 중립을 표방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모임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한 당 관계자는 “이미 특정 주자에 선을 댄 사람들도 많이 참가하고 있다. 본격적인 줄서기 직전 거쳐가는 정거장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줄 세우기 경쟁이 과열되면서 어부지리를 얻는 사람이 있다. 바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다. 양 진영으로부터 줄서기를 강요받는 의원들이 ‘줄서기 피난처’로 손 전 지사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당 관계자는 “아직 지지도가 낮은 손 전 지사를 지지한다고 하면 출세 지향적이라는 비난으로부터도 자유롭고 양 진영의 줄서기 압력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어 ‘위장 줄서기’를 하는 의원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더욱 고뇌에 빠뜨리는 것은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가 커지면서 줄서기 강요가 더욱 거세졌다는 점이다. 앞서가는 쪽에서는 앞섰다는 이유로, 처진 쪽은 처졌다는 이유로 더욱 강력하게 줄서기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한 한나라당 의원은 “이제 우아하게 줄을 고를 수 있는 상황은 끝났다. 정치 생명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당은 대선에 승리하고도 자신은 18대 총선에서 공천받지 못해 국회의원에 당선되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맹렬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서는 주로 친박 의원들을 ‘커밍아웃’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주로 ‘서초포럼’이나 ‘포럼 부산비전’ 등 포럼 형태로 의원들을 끌어 모아 세 과시를 하는 형태다. 지난 11월2일 이혜훈 의원이 주최한 ‘서초포럼’에는 현역 의원 26명이 참석해 ‘박근혜의 대선 출정식’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11월21일 서병수 의원이 주최한 ‘포럼 부산비전’에는 부산 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 등이 대거 참석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중국 방문에는 허태열·이경재·이진구·김충환·김재원 의원이 동행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 중심에서 외곽으로, 이 전 시장 외곽에서 중심으로 세 확장

박 전 대표 진영의 활발한 움직임에 비해 이 전 시장 쪽은 조용한 편이다.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진영의 경우 당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세를 확장하는 것이 기본 전략인 데 반해, 당내 기반이 약한 이 전 시장의 전략은 외곽에서부터 중심부로 치고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 진영에서는 의원들이 마지막 순간에 움직일 것으로 보고, 일단은 박 전 대표 진영에 합류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명박 캠프의 한 관계자는 “너무 일찍 발을 딛게 되면 나중에 빠져나오기 힘들 수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완곡하게 부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캠프에서는 12월 중순으로 예정된 당 중앙위의장, 청년위원장, 여성위원장, 디지털정당위원장 선거 대비에 만반을 기하고 있다.

이 전 시장 진영에서는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 전 대표가 경선에 지더라도 당을 맡고 18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다’는 논리를 깨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전 시장이 당선되면 대선 주자 중심의 정계 개편이 불가피하고 박 전 대표는 공천권을 행사할 여지가 없다’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당 내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친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반대 세력에 대한 숙청 작업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캠프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버림받으면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이다. 이전의 민국당 혹은 무당파전국연합과 비슷한 신세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최연희·김덕룡·박성범·김용갑 의원은 모두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들이다. 이들을 덜어내는 것은 실리뿐만 아니라 정치 개력이라는 명분까지 획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순간까지 한나라당 의원들의 ‘줄서기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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