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 산업의 미래는 기술력"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6.12.0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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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공방 결성 패션쇼 개최 주도한'전태일 여동생' 전순옥씨

 
 패션쇼 ‘창신동 아줌마, 미싱에 날개 달다’의 오프닝 무대를 여는 것은 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씨와 누이 전순옥씨이다. 전순옥씨는 이번 쇼를 주최하는 (사)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이기도 하다. 수다공방 결성에서 패션쇼 개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 전대표를 만나보았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패션쇼를 봉제 노동자들이 벌인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번 패션쇼를 준비하며 기성 패션쇼 현장 세 군데를 둘러보았다. 쇼에 출품한 옷 대부분이 한번 입고 버려진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고정관념을 한번 뒤집어보고 싶었다. 무대가 끝난 뒤에도 평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옷, 몸매 잘 빠진 모델이 아니라 배·엉덩이 푹 튀어나온 아줌마도 섹시하고 스마트하게 소화할 수 있는 심플한 옷, 그런 옷을 패션쇼로 보여주고 싶었다.

초창기에는 수다공방에 참여하려는 수강생이 많지 않았다고 들었다.

봉제 여공들에 대한 박사 논문을 쓰고 창신동에 돌아온 것이 3년 전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무관심했다. 미싱 아래만 쳐다보며 사는 데 익숙해졌다고나 할까. 지금 상태를 벗어나려면 더 공부하고 기술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고 설득해도 오불관언이었다. ‘동굴의 우상’처럼 다른 세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걸 도무지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그나마 수다공방에 참여한 이들은 용기있는 사람들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 왔다는 것을 나도 안다. ‘전태일 여동생이 우리를 배신하지는 않겠지’라는 기대로 참여해준 분들도 있다. 대부분 20~30년을 이곳에서 일했기 때문에 오빠의 분신 사건을 다들 기억하고 있었다.

재교육을 그렇게까지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동남아 노동자나 중국 노동자를 경쟁 상대로 삼아서는 봉제 산업에 더 이상 승산이 없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것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텐데, 그러자면 봉제 노동자들의 기술력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잠재력은 충분하다. 20~30년된 경력을 지닌 봉제 장인들이니까.

이분들도 이곳에서의 작업이 낯설었을 것이다. 천연 염색한 고급 명주를 다루는 작업도 쉽지 않았을텐데, 하루에 수십 장씩 옷을 만들어내던 사람들한테 제발 천천히, 꼼꼼하게 작업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해야 노동 시간을 줄이면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쯤에는 전용 쇼룸을 열고, ‘수다공방’ 브랜드로 천연 맞춤옷을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현재 폐공장 하나를 인수해 리모델링 작업을 벌이는 중인데, 공방 출신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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