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지간'을 주목하라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6.12.1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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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대표적 차차기 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천정배 원희룡 의원

 
 
요즘 정치권에서는 ‘천원지간’이라는 신조어가 화제다. ‘견원지간’을 패러디한 말인데, ‘나중에 건곤일척의 승부를 내야 할 사이일지 모르지만 당장은 서로 쌍끌이를 해야 할 처지인 사이’를 일컫는 말이다. ‘천원’은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과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의 성을 딴 것이다.

천의원과 원의원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표적 차차기 주자로 꼽힌다.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인 둘은 차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차기다. 차기 대선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차차기를 선점할 수도 있고 밀려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 중 천정배 의원은 상대적으로 나은 처지이다. 정동영 김근태, 두 선행 주자가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얼마든지 치고 나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목포 출신이라 지역 기반도 좋은 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천의원은 여차하면 차기도 노려볼 여지가 있다.

여야 대표하는 수재 정치인으로 '콘텐츠'로 승부 별러

이에 반해 이명박·박근혜·손학규, 속칭 ‘한나라당 빅3’에 눌려 있는 원희룡 의원은 상황이 좋지 않다. 파고들 틈이 좁아 자칫 경솔하게 뛰어들었다가는 들러리만 서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자신이 파고들 정치적 공간을 찾는 원의원에게 천의원의 존재가 지렛대가 되고 있다. 권오을 의원 등 다른 한나라당 ‘잠룡’들과 비교되는 것보다 천의원과 비교되는 것이 훨씬 더 큰 존재감을 줄 수 있어서이다.

차차기 대선의 라이벌이 될지도 모르는 두 의원은 여러 면에서 비교된다. 서울대를 수석으로 입학한 두 의원은 대표적 ‘수재 정치인’으로 꼽힌다. 정치적으로서 성장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천신정’의 한 축으로 천의원이 ‘정풍’ 운동을 일으키며 성장했듯, 원의원도 ‘미래연대’ ‘수요모임’ 등 소장파 모임을 이끌며 당 주류와 각을 세우면서 성장했다.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준비 중인 두 의원은 요즘 콘텐츠를 채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래형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이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콘텐츠라고 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의 갈등 와중에 적당히 거리를 두고 각종 사회·경제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리하고 있는 천의원처럼 원의원도 당내 투쟁은 남경필 의원에게 맡겨놓고 자신은 정책 개발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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